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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지구의 사라진 빛을 찾아서 /백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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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2-11 19:58:31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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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학자란 그들만의 닫혀 있는 대화를 통해, 이 세상 누구도 보지 못했던, 지금은 사라져 버린 지구의 과거 공간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 말은 언론과 저술, 예술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미국의 퓰리처상을 1999년에 수상한 존 맥피가 그의 저서 ‘과거 세계의 연대기(Annals of the Former World)’에서 나와 같이 암석과 지층을 통해 지구의 과거를 추적하는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표현한 말이다. 존 맥피는 지질학자가 아닌 저술가로서 지구의 변화무쌍한 시간이 생생하게 간직되어 있는 광활한 미국의 땅을 여러 지질학자와 동행 취재하면서, 이와 같은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이 말 중에 ‘지질학자들만의 닫혀 있는 대화’란 지질학자들의 소통이 폐쇄적이라는 뜻이 아니라, 지질학자들의 탐구의 대상이 말을 할 수 없는 돌과 바위들이기 때문이다. 오래전 내가 지질학이라는 학문에 뜻하지 않게 발을 들여 놓았던 학부 2학년 시절, 지금은 은퇴해 시인으로 활동하고 계시는 은사님께서 강의 중에 “나는 돌의 이야기를 듣는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당시에 그 말에 대한 필자의 공감도는 거의 ‘0’에 가까웠으나, 대학원에 입학해 5억 년 전의 강원도 석회암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물어도 대답이 없는 돌과의 답답한 대화의 매력에 점차 빠져 들었다. 이후 40년 가까이 돌과 바위를 벗 삼아 사라진 지구의 빛을 조금이라도 보기 위해 나의 닫혀 있는 대화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나는 지질학이 갖는 학문적 매력을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공유할 수 있도록, 매 학기 퇴적암석학 강의에서 존 맥피의 이 말을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이렇게 대학의 강의실과 연구실 등 지질학자들만의 세계에서 나누어지던, 지금은 사라져 버린 지구의 과거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는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대중들에게도 알려지고 있다. 지진과 화산 폭발 등 각종 자연 재해의 증가, 기후온난화, 자원 고갈 등의 문제에 대한 전 인류적 공감대 형성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지질공원’이라는 프로그램(유럽에서 출발하여 2015년에 유네스코의 공식 제도로 정착)을 통해 현재 전 세계 38개 국가 140여 개의 지질공원에서 일반 시민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지질공원은 최근에 새로운 패러다임의 교육관광으로 떠오르는 지질관광의 살아 있는 현장이다. 관광(觀光)이란 말 그대로 ‘빛을 보는 것’으로, 우리들이 즐기는 관광이 우리들 눈에 비치는 현재의 빛(경관)을 보는 것이라면, 지질관광이란 돌과 바위가 전해 주는 수천만, 수억 년의 세월을 간직한 지구의 사라진 빛을 보는 것이다. 이처럼 지구의 사라진 빛을 간직한 바위와 돌을 우리들은 지질유산이라 부른다. 인류의 삶에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 지질유산을 절대적으로 보존해야 하는 필요성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과 당위성은 1991년 프랑스 디뉴(Digne)에서 선포된 ‘지구를 기억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국제선언문’ 내용 중의 하나인 “우리들과 지구는 지질유산을 공유하고 있으며, 우리들은 단지 이 지질유산의 관리자일 뿐이다”라는 말에 잘 나타나 있다.
국내의 지질공원을 찾는 탐방객들에게 지구의 사라진 빛, 즉 지질유산의 가치를 전달하는 메신저들이 바로 각 지역 국가지질공원에서 활동하는 지질공원해설사 분이다. 얼마 전 한 방송사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제주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대표적 지질명소 중의 하나인 수월봉에서 지질공원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 68세 해녀 분의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50여 년간 해녀를 천직으로 생활해 오신 분으로 비록 지질학에는 문외한이었지만, 4번의 도전 끝에 그 어려운(?) 지질공원해설사 자격증을 획득해, 그야말로 일반인의 시각에서 수월봉 바위가 전해 주는 1만8000년 전의 격렬했던 화산 폭발의 빛을 탐방객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이처럼 우리 한반도 땅에 간직되어 있는 사라진 빛의 소중함을 우리들이 함께 공유할 때, 우리가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이 땅이 우리 후손들에게도 건강하게 전해질 수 있을 것이다.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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