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맘때 나는 보름 정도 일정으로 포르투갈에서 음식기행을 하고 있었다.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부터 길거리음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포르투갈 음식을 탐닉했다. 그때 먹었던 음식 중 일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각나는 건 어처구니없게도 에그타르트와 커피의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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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스테이스 드 벨렝’의 에그타르트와 커피. |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에그타르트 전문점이 있다. ‘파스테이스 드 벨렝’. 리스본을 찾는 전 세계 관광객이 반드시 들르는 곳이다. 인근의 수도원에서 비법을 전수받아 1837년부터 장사를 시작한 이래, 에그타르트의 원조이자 전설이 된 곳이다. 요즘도 하루 1만5000개 이상을 구워 낸다고 한다. 그럼에도 단 세 사람만 비법을 알고 있고, 그들은 비행기도 같이 안 탄다는 등의 신비주의 마케팅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고작 에그타르트 때문에 금쪽 같은 시간을 허비하는 게 아까웠지만 건너뛰자니 섭섭해서 일부러 긴 행렬에 합류했다. 그리고 단 한 번의 경험으로 ‘파스테이스 드 벨렝’의 열렬한 신봉자가 되고 말았다. 약간 과장해서 말하면 리스본에선 손만 뻗으면 에그타르트를 먹을 수 있다. 그만큼 흔하고 많이 먹는다. 하지만 그 어느 곳도 ‘파스테이스 드 벨렝’을 뛰어넘지 못한다.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뭔가 좀 아쉽다. 벨렝에서 먹기 전에는 리스본의 모든 에그타르트가 맛있지만, 일단 벨렝을 경험하고 나면 리스본의 모든 에그타르트가 시시하게 느껴진다.
나름 분석해본 차이는 두 가지. 우선 파이와 에그 크림의 역설적인 조합이다. 파이는 극단적으로 바삭하고 에그 크림은 말할 수 없이 부드럽다. 이 둘의 선명한 대비가 각각의 질감을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단맛의 차원도 다르다. 보통의 단맛은 끝 맛이 텁텁하고 끈적하기 마련인데 벨렝의 에그타르트는 깔끔함을 넘어 청량하다. 이건 정말 결정적인 차이다. 일본에서는 이런 단맛을 내기위해 디저트를 만들 때 ‘와삼봉(和三盆)’이라는 최고가의 설탕을 쓴다. 그럼 결이 아주 곱고 청량한 단맛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벨렝의 비결은 알려진 바가 전혀 없다. 아마도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지 않을까 싶다.
벨렝의 에그타르트에 포르투갈식 진한 커피를 곁들이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을 정도로 행복하다. 이 행복한 조합에는 대항해시대를 개척하며 한때 세상을 지배했던 포르투갈의 영광이 아련히 남아 있다.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마카오는 포르투갈 덕분에 에그타르트의 명가가 되었다. 세계 최대의 커피 생산지인 브라질을 식민지로 거느린 덕분에 포르투갈은 가장 양질의 진한 커피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브라질은 1821년 독립했고 마카오는 1991년 중국에 반환 됐다. 그 넓던 식민지를 다 잃고 지금은 유럽의 가난한 변방으로 남았다.그럼에도 포르투갈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여유가 넘친다. ‘이렇게 훌륭한 에그타르트와 커피를 즐길 수 있는데 아무렴 어때’라는 그런 표정이다. 지금도 그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맛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