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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건 칼럼] 삐걱거리는 부울경 상생

기장 해수담수화 사업, 제2 신항 입지 등 합의…울산·창원 패싱 뒷말 나와

눈앞 성과에 너무 급급해 상생 큰 그림 놓쳐선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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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간의 변화, 없었던 길을 만들다’. 지난해 10월 10일 부산 울산 경남 3개 지역의 광역단체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함께 개최한 토크 콘서트의 주제다. 세 단체장은 같은 민주당 소속으로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나란히 당선된 직후 상생 발전 협약을 맺는 등 단합을 과시해왔다. 이날 또한 취임 이후 100일간의 여정을 되돌아보며 ‘동남권 상생 발전 공동 결의문’을 발표했다. 지난해 6월 논의됐던 교통, 경제, 물, 안전 등을 협의하는 ‘부울경 공동협력기구’를 빠른 시일 내 설치하자는 게 골자였다. 그간 미진했던 상생의 길을 새롭게 만들어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토크 콘서트 주제에 담긴 셈이다.

부울경 상생이란 화두야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취임 초부터 세 단체장이 여기에 의기투합한 적은 없으니 의미 또한 남다르다. 물론 다른 이유가 없진 않다. 부산시가 주도하는 동남권 신공항이란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동남권 신공항에 한목소리를 내는 걸 시작으로 오랜 숙제인 각 분야의 상생 또한 술술 풀려나가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동남권 신공항을 제외하고 최근 부울경을 둘러싸고 돌아가는 상생 모양새가 심상찮다. 협약이나 토크 콘서트에서 손을 맞잡던 모습과는 달리 곳곳에서 삐걱대고 있는 탓이다.

우선 부산시가 밝힌 기장 해수담수화 사업 해법이다. 이곳의 물량을 식수가 아닌 산업용수로 고리원전 냉각수와 울산 온산공업단지로 공급한다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부산시와 환경부, 한국수자원공사, 두산 등이 곧 양해각서를 체결한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사업비 2000억 원을 투입하고도 수돗물 사용 반대 여론으로 애물단지가 된 시설이 마침내 돌파구를 찾은 셈이다. 일부 기장 주민 등의 반발이 있긴 하지만 부산시가 그간 골머리를 앓던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섰다는 점에서 칭찬을 받을 만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기존 계획 중에서도 단가나 온산공단까지의 상수도 건설비 등 해결 과제가 적지 않지만 이는 일단 논외로 치자. 중요한 건 이 물을 공급받는 울산시와 온산공단 등의 반응이다. 부산시가 정작 자신들과는 아무런 협의가 없었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부산시 측은 “협약 체결이 확정된 것은 아니고 준비하는 단계”라고 얼버무린다. 진실이 뭐든, 이웃 광역지자체를 무시하는 ‘울산 패싱’이란 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부산시와 경남도가 갈등을 빚어오던 제2 신항 입지 결정도 뒤끝이 개운치 못하다. 그간 부산시는 가덕도 동쪽, 경남도는 진해 제덕만 일원을 후보지로 내세우며 제2 신항 유치 경쟁을 치열하게 벌여왔다. 자칫 하다간 10년 전 신항 명칭을 두고 두 지자체가 장기간 대립하던 갈등이 재연될 양상이었다. 그러나 입지는 경남 진해 쪽으로 하되, 명칭은 부산항 신항을 그대로 사용하는 대승적 합의를 이뤄냈다고 부산시가 발표했다. 합의대로라면 과거 전철을 밟지 않고 그야 말로 두 시·도가 상생의 길을 찾았다는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이달 11일로 예정됐던 제2 신항 관련 두 시·도의 상생협약식은 돌연 연기됐다. 창원시가 해수부, 경남도, 부산시의 3자 협약에 반대하며 제2 신항 소재지인 창원시가 참여한 4자 협약으로 해야 한다며 반대한 탓이다. 그 사이 김경수 경남지사의 법정구속이란 돌발변수가 있긴 했어도 이게 주요인은 아닌 듯하다. 광역지자체인 경남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신항 소재지인 창원시의 의견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서둘러 발표만 한 셈이다. 당연히 이 또한 ‘창원 패싱’이란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부산시가 골칫거리인 이들 두 사안에 나름의 해법을 마련하려한 노력은 충분히 칭찬받을 일이다. 도저히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것 같던 해수담수화 사업이 관련기관과의 꾸준한 협의로 새로운 물꼬를 텄다. 제2 신항 역시 과감한 양보로 불필요한 갈등을 조기에 차단했다. 하지만 굳이 이토록 서둘렀어야 했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방향은 바람직했으나 디테일이 부족했다는 이야기다. 빨리 성과를 내야겠다는 조급증 탓에 정작 중요한 상대를 ‘패싱’한 결과다.

부울경 상생이 때만 되면 만나 맺는 단체장들의 협약서 안에만 있어선 곤란하다. 해수담수화 사업과 제2 신항 입지와 관련한 부산시의 성급함은 그 노력과는 별개로 협약서 속 상생 정신마저 되레 훼손시킬 소지가 크다. 이런 식이라면 어렵사리 이뤄낸 동남권 신공항을 위한 상생 협력까지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눈앞의 성과에 급급해 큰 그림을 놓치는 잘못이다. 오거돈 시장의 임기는 1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남은 기간 상생의 과제는 차고도 넘친다. 부울경 중 누구든 새로운 상생의 길을 열어 가겠다는 지난해 10월 약속이 다시는 삐걱거리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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