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선적 씨그랜드호가 광안대교에 충돌한 사고에 대한 심층적인 원인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나 현재까지 확인된 사항으로는 선장의 음주로 인한 미숙한 항행 능력과 부주의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한 용호부두 이용 외국 선박에 대한 강제 도선 구역 지정과 예선운용세칙의 정비 등이 필요한 것으로 전문가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순한 제도적 정비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2014년 1월 31일 광양항에서 발생했던 싱가포르 유조선 우이산호의 송유관 충돌 및 해상 오염사고, 이번 광안대교 충돌사고 등을 보더라도 해양사고를 보다 종합적으로 규명하고, 사고 직후 신속한 대응이 일괄 연계되어 이행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이는 선박이나 해상 이동체로부터 직접적인 충돌 위험이 존재하는 해상 교량, 철도, 터널, 항만시설, 산적액체위험물 취급시설 등의 안전관리차원에서 ICT에 기반을 둔 해양안전 감시대응시스템(MSSRS, Marine Safety Surveillance and quick Response System)을 구축해 운영하자는 것이다.
광안대교를 관리하는 부산시설관리공단 교량관리처 해상교량통합관제센터는 해상교량 외부에서 접근하는 선박이나 해상 이동체로 인한 충돌을 사전에 감시, 식별하여 해양사고 발생에 따른 긴급상황을 유관기관에 경보하고 교량 통행 차량 제한 등과 같은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다. 씨그랜드호의 충돌을 직접적으로 막을 수 없었다면 최소한 선박의 충돌 이후라도 광안대교에 출입하는 차량을 제한하거나 안전하게 유도하는 신속 대응 절차는 이행되었어야 했다.
해상교량과 터널, 철도, 산적액체위험물 취급시설 등의 경우 다양한 형태의 해양사고 발생 개연성이 존재하며, 특히 해상교량과 같은 선박의 충돌로부터 보호가 필요한 경우에는 충돌방지공과 같은 물리적 구조물 이외에도, 선박의 접근을 사전에 감시하고 필요 시 신속한 대응까지 자동적으로 상호 연동해 일괄 처리하는 올인원(All in One)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러한 해양안전 감시대응시스템은 주요 시설물의 특성에 적합하도록 독립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MSSRS는 해상 주요 시설이 해상으로부터의 위험상황을 사전에 감지, 식별, 회피하고 필요 시 신속한 안전 대피 절차를 시스템적으로 자동 연계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레이다 및 AIS(위성 자동 원격 인식 체계) 기반 선박운항 모니터링 시스템 ▷CCTV 및 IR(적외선) 카메라 기반 영상 처리시스템 ▷위험상황 감지·식별·판별·회피시스템 ▷위험상황 발생 신속대응 대피시스템 등 크게 4가지 세부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이런 MSSRS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는 구체적인 기능과 목적 자체가 다른 차별화된 개념이다. 부산항 1월 입항척수는 7870척(일일 평균 약 254척)으로 5, 6명의 VTS 관제사가 모든 입출항 선박의 안전관리를 직접 이행할 수 없다. 위험 선박을 식별하더라도 해당 선박을 원격 제어하지 못하고 무선통신망(VHF)으로 상대 선박을 호출하여 안전을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다.용호부두와 광안대교의 지형적인 특성을 감안하면 충돌사고 방지를 위한 VTS 관제사의 역할은 매우 한정적일 것이라 판단된다.
현재 국제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자율운항선박(MASS, Maritime Autonomous Surface Ship)의 핵심 기술로 육상에서 선박을 원격으로 제어하는 ISCC(Inland Ship Control Center) 개발이 추진 중에 있다. 이러한 선박의 원격제어 기술은 ISCC에서 독립적으로 이행될 예정이며, VTS는 현행과 동일하게 선박 운항 목적이 아닌 단순한 입출항 정보와 관제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므로 해상으로부터의 충돌 등과 같은 위해요소는 VTS가 아닌 해상교량 등의 시설 관리 주체가 자체적인 시스템을 운영,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광안대교는 인근에 용호부두와 같은 선박 계류시설이 존재하고, 광안대교 전면 해역은 부산항을 통항하는 많은 중대형 선박을 비롯해서 어선, 해상 레저, 예부선 등이 수시로 운항되는 해역이다. 향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해상 교통량을 감안한다면 해상으로부터의 위험 요소를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 충돌 위험성이 확정되면 부산항 VTS 및 해양경찰과 연계하여 충돌회피 동작을 유도함과 동시에 1차적인 신속 대응시스템을 가동하여 차량의 전면 진입을 금지하고 시설물 안전관리팀이 현장으로 급파되어 현장 상황을 수습하는 등의 적절한 올인원 대응이 자동 이행되어야 한다. 국민이 이용하는 광안대교와 같은 해상교량이나 철도, 위험시설에 대한 해상안전감시대응시스템이 의무적으로 설치돼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사회적인 관심과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해양대 선박운항과 교수·미래운항선박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