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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와인 한 잔] 최고의 와인은 내 곁에 있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3-06 20:12:14
  •  |  본지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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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와인마니아가 참 많다. 와인에 지식이 있으면 즐기는 재미가 있겠지만 그 지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저 호기심을 갖고 그냥 반주 삼아 한두 잔 마시는 즐거움이면 족하다.
슬로베니아 블레드섬에서 스파클링와인과 함께 런치를 즐기는 한 연인.
기원전 4000년 이집트 와인의 흔적과 양조기록이 신에게 제물로 바치기 위한 것이었다면, 그리스와 로마시대에서는 모든 사회계층이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을 즐겼다. 고대 로마의 와인은 어떤 맛이었을까.

로마인들은 포도재배와 양조기술을 로마제국에 전파했고, 국외 거주 로마인들은 현지 기후와 토양에 맞는 와인을 만들며 와인스타일의 차이를 알게 되고 그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5세기 로마제국 멸망 후 수도원이 유럽의 포도밭 관리를 맡게 되면서 포도재배에 대한 노하우가 축적돼 오늘날 우리가 즐겨 마시는 스타일의 와인이 다양하게 개발됐다. 12세기 영국이 프랑스의 보르도와인을 수입하면서 최초로 와인의 상업화가 시작됐고, 이후 유럽 전역에 복잡한 역사적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이 만들어진다. 1855년 프랑스 보르도의 분류등급을 기점으로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등 유럽전역에도 비슷한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토양과 기후를 반영하는 ‘떼루아’의 개념이 와인의 스타일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가 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호주 등 신세계 지역은 와인산업이 성장하기 시작하지만 유럽과 달리 전통에 얽매이지 않았다.

오늘날 와인 생산자들은 아이디어와 기술을 병행한다. 품질을 철저히 관리해 저렴하지만 맛좋은 와인을 만들고 품종과 지역 특성을 살린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한다.

누구나 자신만의 취향이 있다. 와인을 즐기는 우리는 오로지 개인적인 취향으로 좋아하는 와인을 찾기 위해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을 마셔볼 필요가 있다.

와인평론 분야에서 독보적인 로버트 파커(Robert M. Parker Jr)는 대학에서 역사와 미술을 전공한 뒤 변호사가 된 인물이다. 당시 대부분의 와인이 20점 만점으로 평가됐지만 그는 한눈에 들어오고 이해하기 쉬운 100점제를 도입,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와인평론가가 된다. 흔히 와인 구매 시 점수와 함께 적혀 있는 RP라는 이니셜은 ‘로버트 파커’의 이니셜로 와인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와인평론가가 아닌 와인마니아에게 와인 시음의 목적은 호기심을 갖고 음미하며 즐기는 멋에 있다. 종류가 너무 많고 상태와 조건에 따라 다양한 맛과 향이 나기 때문에 유명 와인평론가들도 많은 착각과 실수를 하고 있음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잔이 없어도 좋다. 호기심과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라면 충분히 행복하고 운치가 있다. 이때 와인이 바로 100점짜리 와인이고, 필자가 생각하는 와인마니아의 모습도 이런 것이다. 지금 필자에게 최고의 와인은 ‘어젯밤 사랑하는 사람과 마신 바로 그 와인’이다.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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