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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삶과 예술 그리고 인문학 /정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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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3-07 19:52:19
  •  |  본지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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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인문학은 사람다운 삶을 추구하도록 이끈다. 그러나 우리는 국가 부도 환란의 시기에 예술 교육만을 깡그리 퇴출시킨 경험이 있다. 예술이 밥을 먹여주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예술은 인간의 감정을 단순히 표현하는 것만이 아니다. 삶의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근원적인 탐구 활동이라 할 철학적 사유의 장이 되어야 한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걸작이 된 이유는 탁월한 기교 때문이 아니라 인간만이 지닌 고뇌하고 사유하는 능력을 부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생각하는 능력은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다하는 삶으로 이끈다. ‘가시적인 성취’만이 아니라 ‘내적 성찰의 세계’로 나아갔기에 인간은 조금 더 ‘사람다운, 아름다운 삶’을 영위하게 된 것이다. 유태인 학살로 법정에 선 루돌프 아이히만이 자신의 죄 없음을 주장하며 그저 시키는 대로 명령에 복종했을 뿐이라고 항변했을 때 동갑내기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생각하지 않은 죄’를 지적했다. 인간이 생각하기를 그만두면 말하기의 무능을 낳게 되고, 소통의 부재와 함께 결국 인류의 삶은 파멸로 치닫게 될 수밖에 없다.

지식의 연결을 보여주는 상형문자 ‘책(冊)’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인 지금도 여전히 통섭, 융합, 콜라보라는 말로 그 의미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의사소통 능력이라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이해시키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고 조정하는 능력이다. 공감 능력 없이는 얻을 수 없는 인성의 문제가 삶의 모든 영역을 지배하고 있으니 우리의 행복 또한 서로 이질적인 것의 연결에서 찾아야 한다. 책이 구비되어 있는 도서관과 책을 남긴 문학인의 삶의 자취가 보존된 문학관의 역할을 모든 나라에서 보석처럼 여기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부산에서는 기록문학관으로 등록된 요산 김정한문학관이며 추리문학관, 이주홍문학관의 운영 지원과 문학행사 지원금까지 중단하거나 삭감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부산시에서는 문학진흥법과 부산광역시의 문학진흥 조례에 법률적 근거를 두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문학관과 문학행사를 지원하겠다며 만든 법이 문학을 빈사상태로 만드는 데에 쓰이고 있으니 어이없다. 삶과 예술과 인문학의 가치를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 무엇을 선택해야 하고 어떤 방식으로 나아가야 할지 명백해진다. 예술의 역할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수준의 쾌락에만 봉사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다. 5조 6000억 원이라는 경제 효과를 만들어낸 방탄소년단의 성취 또한 그 진정한 가치는 성찰의 시간이 만들어낸 창의적인 역량에 있다. 돈이 있는 곳에는 악마가 있어 부자가 천국 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돈이 없는 곳에는 악마가 곱절로 득실거릴 수밖에 없다. 인간의 삶에서 충족되어야 할 것이 충족되지 못했을 때에 인간답게 살아가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문화 행정을 담당하는 곳에서의 예산 분배는 난제임에 분명할 것이다. 그러나 그 사안의 우선순위라는 것에 대해서는 제대로 고민을 해봐야 한다. 초등학생조차 유명 유튜버가 되어 돈 많이 버는 것이 꿈이 된 세상이기에 과거를 더듬어 미래를 설계하고 사색으로 이끌 장소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예술은 삶의 주인 모두가 자신의 삶이라는 장에서 예술가가 될 때 꽃을 피운다. 내 삶이 아무리 비루하다해도 눈 가는 대상 모두와 자연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줄 수 있을 때 우리는 각자의 삶에서 진정한 주인이 된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먹든 요즘 우리는 인증샷을 남긴다. 그러나 삶의 매 순간을 아름답게 향유하는 데에는 성능 좋은 렌즈 같은 눈이 아니라 마음의 눈이라 할 사유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순간은 섬광처럼 지나가버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깊은 성찰을 통해 삶의 진실과 마주했을 때는 영원한 빛으로 남아 지혜로운 안내자가 된다. 교육의 목표가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변화에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삶을 관조하게 하고 내적 성찰로 이끄는 역할을 문학관과 문학행사를 이끈 문학인들이 세상의 홀대 속에서도 조용히 감당해왔다.

수많은 관광객이 드나드는 350만 명의 도시 부산에 문학관은 달랑 세 곳뿐이다.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문학관 예산을 신기루처럼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불꽃의 예산과 같은 자리에 두는 어리석음을 결코 용인하기 힘든 아침이다.

소설가·동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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