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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달 뒷면의 신비와 과학 /이태억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3-11 19:30:06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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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인류에게 큰 축복이었다. 수많은 문학 예술 작품에 상상력 꿈 감성 이상으로 담겨 있다. 술에 취해 동정호에 비친 달을 건지려던 이태백, 그리움과 한에 서린 달을 읊은 두보, 달빛에 하얗게 비친 메밀꽃을 묘사한 이효석 등의 유명 작가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달은 많은 영감을 주었다.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할 때 전 세계가 열광했지만, 그 순간 달은 상상과 영감의 세계에서 과학과 현실의 세상으로 내려왔다.

오늘날 달에 대한 많은 것이 알려졌다. 생성과정, 성분, 분화구 등의 신비가 하나씩 벗겨졌다. 계수나무와 옥토끼가 없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도 달의 뒷면은 아직도 숨겨져 있었다. 달의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같아서 지구에서는 항상 앞면만 보이고 뒷면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이유도 밝혀져 있다. 우선 지구와 달 둘 다 공전함으로써 발생하는 중력장의 변화로 달이 지구 쪽으로 최대한 팽창하게 되고 표면이 조수의 흐름처럼 이동하게 된다. 이 복잡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결국은 팽창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안정상태에 도달한다. 이 안정상태가 바로 달의 자전주기가 공전주기와 일치할 때이다. 그 덕분에 인류는 유사 이래로 똑같은 ‘계수나무와 옥토끼’를 보고 살았다. 반면 달의 뒷면은 신비스러움을 유지할 수 있었고 많은 오해와 음모론도 낳았다.

이미 우주인이 달 앞면에 내려 흙을 채취한 후 무사히 귀환할 정도로 충분한 우주기술을 가진 미국과 소련이 왜 달의 뒷면에는 가지 않는가에 대해 많은 음모론이 있었다. 나치가 패전 후 여기로 피신하여 비밀기지를 숨겨두었다, 지구에 자주 출몰하는 비행접시를 위한 외계인의 기지가 있다 등의 설이 난무했다. 그런데 사실 기술적으로 달의 뒷면은 직접 가보기 힘들었다. 착륙선이 달의 뒷면으로 들어서는 순간 지구와의 통신이 끊긴다. 실제로 유인 우주선 아폴로 8호가 달 궤도를 탐색하다가 뒷면에 들어간 10분간 지구와 통신이 끊겨 완전히 우주 미아가 되었다가 간신히 귀환했다. 1959년부터 소련은 여러 번 무인 탐사선을 보내 달 뒷면의 사진을 전송했다. 사진상의 뒷면은 앞면과는 달리 매우 깊고 큰 분화구가 많고 지형이 극도로 험했다. 달 뒷면을 직접 관측한 미국 아폴로 우주선의 승무원들은 도저히 내리고 싶지 않은 곳이라고 전했다. 착륙을 위해 타원궤도로 서서히 하강하면 높고 험악한 봉우리들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지난해 말 중국의 무인 우주선 창어 4호는 통신을 위한 전용 위성을 발사하고 거의 수직에 가까운 착륙궤도를 이용해 봉우리들과의 충돌을 피한 덕분에 최초로 달의 뒷면에 착륙했다.

흔히 달의 뒷면은 깜깜할 것으로 생각한다. 영어식 표현으로도 ‘어두운 쪽’으로 불렸다. 그러나 실제 달의 뒷면이 받는 햇빛의 양은 앞면과 거의 같다. 이는 달이 매일 모양이 변하는 것으로 설명이 된다. 그믐달은 우리가 보는 앞면이 깜깜하고 뒷면이 보름달이 되는 상태다.

오늘날 지구에서 각종 전자기파에서 자유로운 곳은 없다. 달 뒷면의 분화구는 전자기파 공해가 거의 없다. 따라서 먼 우주로부터의 미약한 신호를 탐지하는 전파망원경을 설치하기에 최적이다. 분화구가 자연 반사막 효과를 낼 수도 있다. 핵융합 발전의 원료가 될 방사성 동위원소 헬륨3은 달 뒷면에 풍부하다. 8t의 헬륨3과 10억t의 석탄을 사용한 화력발전소는 맞먹는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태양은 태양풍으로 헬륨3을 주변에 계속 뿌린다. 그런데 지구 자기장은 태양풍을 잘 막아준다. 그 덕분에 지구상에 생물이 안전하게 살 수 있지만 헬륨3도 지구에 거의 들어오지 못한다. 그런데 달은 자기장이 아주 약하여 헬륨3이 토양과 암석에 다량 침투해 있다. 더구나 달 뒷면은 지구가 태양풍을 가리지 않아 더 많은 태양풍을 받아 헬륨3이 더욱 많다. 과학기술로 달과 달 뒷면의 신비가 풀리고 있다. 그러나 달이 인류에게 준 상상과 영감까지도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 세상엔 모르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 기능적, 경제적 가치만 좇지 않고 사회적, 형이상학적 가치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KAIST 산업 및 시스템 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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