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을 갈아 콩즙을 만들고 끓여서 여과하면 비지와 두유로 분리된다. 뽀얀 두유에는 단백질이 녹아 있다. 여기에 소량의 간수(염화칼슘 또는 염화마그네슘)를 넣어주면 물에 녹아 있던 단백질과 기름이 응고되기 시작한다. 두부 만드는 이들은 이를 ‘두유가 간수를 먹는다’고 표현한다. 두유가 간수를 먹고 10~30분이 지나면 두부가 만들어진다. 볼 때마다 신기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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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리브오일과 소금을 뿌린 소쿠리 두부와 화이트와인. |
이 신기한 과정을 중국은 이미 2000년 전에 발견했다. 14세기가 되면 한국 중국 일본에서 일상의 음식으로 정착한다.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두부 자체의 제조법과 맛은 큰 변화가 없었다. 시대와 지역에 상관없이 거의 원형 그대로 전파되고 전승된 음식이 두부다.
그런데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혁신을 시도한 이가 나타났다. 일본 사가현 가라쓰시에 있는 ‘가와시마두부점’. 일본 에도시대부터 지역 영주에게 두부를 납품해온 이곳은 무려 22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이 가게의 9대째인 가와시마 요시마사 대표는 선대의 유산을 뛰어 넘는 두부를 만들기 위해 직접 콩 농사를 지으며 두부의 본질을 탐구했다. 그리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1983년 기존의 두부보다 월등히 뛰어난 ‘소쿠리두부’를 개발했다. 이 두부는 현재 1만2000여 개의 두부 제조공장이 있는 일본에서 최고의 두부로 평가받고 있다.
소쿠리두부는 비지와 두유를 분리하는 것까지는 기존 방식과 같다. 차이는 다음부터다. 두유에 간수를 칠 때, 두유의 온도가 높을수록 응고가 쉽고 실패 확률도 적다. 다만 높은 온도에서 응고된 두부는 단단해진다. 요시마사 대표는 보다 부드러운 두부를 만들기 위해 통상 78도 내외인 것을 두유가 응고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온도인 62~65도까지 떨어뜨려 간수를 친다. 응고된 두부는 소쿠리에 담아 외부 압력이 아닌 오로지 중력으로만 수분을 뺀다. 음식에서 소재가 가진 본연의 맛은 한계상황에서 가장 활성화된다. 결국 소쿠리두부는 탄력, 부드러움, 농후함이라는 삼박자를 두루 갖추게 되었다.
요시마사 대표가 이런 두부를 만들게 된 것은 그가 대단한 와인 애호가이기 때문이다. 두부공장의 재산인 콩 저장창고 옆에 와인 저장창고를 둘 정도로 와인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그는 어차피 단백질이 응고된 식품인데 ‘모차렐라치즈처럼 와인과 잘 어울리는 두부는 불가능할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소쿠리두부는 올리브오일을 듬뿍 뿌리고 약간의 소금을 쳐서 화이트와인과 함께 먹으면 그 진가를 유감없이 확인할 수 있다.
역사는 단절적으로 발전한다. 전통은 이미 혁신을 내포하고 있다. 요시마사 대표가 물려받은 유산을 지키는 데만 급급했다면 그것은 답습이다. 전통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혁신이 따라줘야 한다. 그래야 소쿠리두부처럼 전통과 권위를 두루 갖춘 작품이 탄생한다.
와인과 어울리는 두부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기발하지 않은가.
맛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