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발생한 ‘부산 신혼부부’ 실종 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노르웨이에서 검거됐지만 당국의 미온적 대응으로 국내 송환이 사실상 무산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노르웨이 법원은 지난해 12월 용의자를 한국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우리 측이 요청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거부했다. 용의자에 대한 수사가 국내에서 이뤄지지 않으면 진실 규명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은 앞으로 장기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노르웨이 법원의 판단은 나름 근거가 있을 터이고 또 존중돼야 마땅하지만 아쉬운 것은 우리 측의 대응이다. 법원이 밝힌 바 대로 현지에 제출된 자료에는 용의자를 피의자로 특정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가 부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재수사를 통해 새로운 물증이 나타나지 않은 한 노르웨이 법원에 다시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찰과 검찰의 관련 사건 수사가 애초부터 부실했던 것이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이후의 대응이다. 현지 법원이 용의자 송환 불가 결정을 내린 것은 지난해 12월 5일이며 법무부는 1월 14일에야 우리나라 대사관을 통해 공문으로 이를 인지했다. 이후 법무부는 일주일이 흐른 그 달 22일 담당 기관인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이 사실을 알렸다. 게다가 검찰은 사건을 수사해온 남부경찰서에는 아예 통보도 하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국내 송환 실패에 대비해 마땅히 준비했어야 할 항고 제기와 같은 후속조치를 취할 기회조차 잃어버렸다. 법무부와 검경이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하고서도 법원 결정이 내려지는 시기를 몰랐다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국제법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통해 해외 범죄 수사에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국내 기관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법무부와 검경은 국제법을 면밀히 검토한 뒤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용의자 송환에 적극 나서야 한다. 수년째 실종자의 생사마저 모르는 가족들의 심정을 생각한다면 마냥 손놓고 있어서 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