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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승츠비와 개츠비 /권혜경

승리와 개츠비 합성어…성공한 모습들 비슷해

하지만 순수한 사랑이 목적인 개츠비와 달리 승리는 추악한 위선자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3-20 19:38:02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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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그룹 ‘빅뱅’의 전 멤버 ‘승리’가 연루된 사건으로 몇 주째 언론이 뜨겁다. 강남의 한 클럽을 방문했다 몰매를 맞고 쫓겨난 어느 고객의 신고로 사건이 보도될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큰 파장을 몰고 오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마약, 성매매 알선, 탈세 의혹 등으로 조사가 진행 중인 과정에 승리가 포함된 단톡방에서 또 다른 유명 연예인이 올린 섹스 동영상 파문까지 겹친 상황이다.

대부분 음악이나 연예 활동에만 몰두했던 빅뱅의 다른 멤버들과는 달리 승리는 일찌감치 사업에 대한 관심과 수완으로 유명했다. 이십대 후반의 나이에 벌써 부와 명성을 차지한 그의 모습은 각종 TV 프로그램에서 자주 소개되었다. 초호화판 송년파티를 연 소식이라든지 유명 휴양지에서 휴가를 보내며 멋진 요트 선상 파티를 즐기는 모습 등이 소개되며 프로그램 진행자는 물론 시청자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에게는 ‘승츠비’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승리와 개츠비의 합성어이다. 주지하다시피 개츠비는 미국 소설가 스콧 피츠제럴드가 1925년에 발표한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의 주인공이다. 1922년 뉴욕과 롱아일랜드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제1차 세계대전 후 1920년대 들어 경제적 번영을 이루기 시작한 미국의 모습이 담겨 있다.

중서부 출신으로 뉴욕 증권가에 진입한 닉 캐러웨이의 1인칭 화자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 소설은 그가 이웃하는 대저택의 주인인 개츠비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의 저택에는 매일 밤 호화로운 파티가 열린다. 초대장 없이 누구나 입장할 수 있는 파티여서 매일 밤 ‘마치 불꽃을 보고 날아드는 나방 떼’처럼 그의 저택은 사람으로 넘쳐난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개츠비가 어떠한 사람인지 그리고 왜 매일 밤 화려한 파티를 여는지 알지 못한다.

닉을 통해서 개츠비의 존재가 하나씩 밝혀진다. 5년 전 장교로 복무하던 시절 개츠비는 데이지라는 아름다운 상류층 여성과 사랑에 빠졌으나 결국 신분 차이로 헤어져야만 했다. 이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대한 부를 모은 그는 데이지가 살고 있는 저택 맞은편으로 이사를 한 후 밤마다 그녀가 찾아오길 기다리며 파티를 열고 있는 것이다.
마침내 개츠비는 파티에 찾아 온 데이지를 만난다. 역시 상류층 출신인 톰과 결혼한 그녀는 바람둥이 남편 탓에 행복하지 못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개츠비와 다시 만난 그녀는 옛사랑을 되찾고 싶은 욕망에 흔들리나 톰의 반발 역시 만만치 않다. 게다가 톰의 내연녀인 머틀의 개입으로 소설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데이지가 몰던 개츠비의 차에 머틀이 치어 죽자 머틀의 남편이 개츠비의 집까지 찾아가 그를 총으로 쏘아 죽인다. 죽기 직전까지 개츠비는 데이지의 안부를 걱정하며 그녀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닉은 조문객도 거의 찾지 않는 쓸쓸한 개츠비의 장례식을 치른다. 정작 사건의 중심에 있던 데이지 부부는 부리나케 여행을 떠난다. 닉의 눈에 그들은 넘치는 물질 속에 갇힌 무책임하고 부주의한 속물이다. 반면 개츠비는 데이지라는 자신의 목표에 따라 쉼 없이 부와 성공을 추구해 온 열정적인 인물이다. 부를 축적한 그의 방식이 옳지는 않았지만 그의 목표 자체는 지나칠 정도로 순수했다. 그런 면에서 닉은 개츠비를 위대하다고 부른다. 나아가 작가 피츠제럴드는 밤마다 개츠비가 바라보던 데이지의 집 요트 선착장의 초록 불빛을 긴 대서양 항해 끝에 마침내 이민자의 눈에 비친 아메리카 대륙의 첫 불빛으로까지 비유한다.

가수 승리가 승츠비라고 불린 것은 화려하게 성공한 개츠비의 모습이 투사된 탓이다. 승리 자신도 그렇게 불리는 게 싫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해 자신의 애칭을 상표 출원까지 했다. 당시 승츠비의 뜻에 대해 “승리 + 개츠비의 합성어로서 파티를 즐기는 개츠비의 모습처럼 다 함께 즐기자라는 의미”라고 소개했다. 개츠비라는 인물의 속성을 단순히 ‘파티를 즐기는’ 지극히 좁은 의미로 국한시킨 자체가 아이러니컬하다. 이는 승리의 화려한 일상사에 스스럼없이 승츠비라는 호칭을 갖다 붙인 일부 방송의 가벼움 탓도 있지만 그걸 그대로 자신의 이미지로 갖다 쓴 승리 자신의 깊지 않은 인식 탓도 있다. 화려하고 파티를 즐기는 개츠비라는 왜곡된 이미지가 대책 없이 재생산된 것이다.

2006년 데뷔 이후 10여 년간 빅뱅은 수많은 히트곡과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전 세계 팬이 그들의 음악을 즐겼고 기꺼이 그들의 공연장을 찾았다. 그들은 우상이었다. 승리의 탈선에 그에게 열광했던 많은 팬은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물질적 성공에 대한 욕망 그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무소불위의 황금만능에 빠진 ‘승츠비’의 선택은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동서대 영어학과 교수·민석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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