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공유재산법을 어겨가면서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추진했다고 한다. 자치단체가 관리하는 공유재산은 국가 등 다른 곳에 기부할 수가 없는데, 시는 부지를 40년 무상 사용한 뒤 국가에 기부채납하는 것으로 실시협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이 바람에 2500억 원이 투입돼 건립되는 오페라하우스의 소유권은 해양수산부에 넘어가게 생겼다.

이런 사실은 부산시의회 이성숙 의원의 임시회 본회의 시정 질문에서 드러났다. 이 의원은 “2016년 12월 부산시와 해수부가 체결한 ‘부산항 항만재개발사업지 내 공연장 건립 실시협약’은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공유재산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현행 공유재산법은 자치단체의 재산을 다른 기관에 기부(양여)할 수 있는 경우를 ▷자치단체 사무가 국가나 다른 자치단체로 이관됨에 따라 행정재산의 소유권이 바뀌거나 ▷도로의 확장·축소에 따른 관리 주체 변경 ▷공유수면을 매립하는 권리를 다른 자치단체에 넘길 때로 한정하고 있다.

문제는 시가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협약을 추진한 정황이 있다는 점이다. 해수부와의 실시협약은 공유재산법이 아니라 항만법에 근거해 이뤄졌다는 게 시의 해명이다. 항만법은 임대받은 국가 땅에 시설물을 설치하려면 임대가 끝난 뒤 국가에 시설물을 기부하거나 철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시는 난항을 겪던 오페라하우스 건립 문제를 해결하려고 소유권을 넘겨주는 고육지책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다행인 것은 행정안전부의 입장이다. 행안부는 이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항만법의 규정은 조건에 해당할 뿐이다. 부산시가 오페라하우스의 소유권을 해양수산부에 넘기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앞서 2012년 11월 경남 진주시가 ‘국가 땅에 건물을 지어서 사용한 뒤 국가에 기부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질의에 행안부는 불가하다고 답변한 전례도 있다. 따라서 시는 행안부의 최종 결론이 나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부산의 랜드마크가 될 건물인 만큼 시 재산으로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 이번 기회에 공유재산법에 부합하는 특례조문을 신설하는 등 항만법령은 개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