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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건 칼럼] 성급한 여당의 입

‘김정은 대변인’ 발언 등 야당 거친 표현 공세에 여당 정제되지 않은 맞불

오히려 여론 역풍만 불러, 비난 자제 차분한 대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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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보수층에게 일약 ‘나다르크(나경원+잔다르크)’로 떠올랐다. 당·정·청을 향한 거침 없는 강공 발언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게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나왔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벌집 쑤신 듯 반발했지만, 그의 공격은 한국당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내친김에 “해방 후 반민특위로 인해 국민이 분열했다”는 말 때문에 구설에 오르긴 했어도 ‘수석대변인’ 발언으로 톡톡히 재미(?)를 본 건 부인할 수 없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면밀히 계산된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국당 관계자에 따르면 교섭단체 연설문을 다소 강하게 준비한 건 사실이지만 민주당이 과잉 대응해 도와주면서 자신들도 놀랐다고 한다. 보수층 결집을 위해 의도적으로 한 방을 터뜨렸다는 건데 기대 이상의 효과를 봤다는 얘기다. 최근 지속적인 지지율 상승에 힘입은 자신감의 발로이겠다. 어쨌든 ‘국가 원수 모독죄’까지 끌어들이며 흥분한 민주당은 한국당 전략에 휘말리면서 판정패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민주당의 과잉대응이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 원내대표가 연설에서 인용한 ‘수석대변인’ 관련 외신기사를 쓴 기자를 겨냥, 민주당 대변인이 논평을 내면서다. 대변인은 해당 기자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매국에 가까운 내용”을 썼다거나, “검은 머리 외신기자”라고 거칠게 비난했다. 그 기사의 진위를 떠나, 외신기자들이 잇따라 반발한 것은 당연했다. 급기야 문제가 된 표현을 논평에서 삭제하고 오해를 불렀다면 사과한다는 입장을 뒤늦게 밝혔다. 정작 해당 기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는커녕 여당이 인종차별적이고 언론을 탄압한다는 인식만 심어준 꼴이 됐다. 그나마 판정패로 끝날 일을 KO패로 만들어준 것이나 다름없다.

정치가 여론전이라는 건 익히 아는 바다. 최근 한국당의 잇단 강공 모드가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 여당이라고 모르지 않을 터이다. 한국당은 더 잃을 게 없다. 결과야 어떻든 지금으로서는 지지층 결집을 위해 최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겠다는 전략을 택한 듯하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 나 원내대표가 반짝 인기에 취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하지만 막말에 막말로 대응하는 결과는 자명하다. 그게 민주당에 반사이익으로 돌아오기는커녕 역풍만 불러들인다는 건 ‘수석대변인’ 사태가 잘 말해주고 있다. 요컨대 둘 다 똑같다는 정치 혐오만 부추길 뿐이다.

비단 막말 수준은 아니더라도 최근 뜨거운 사안을 두고 민주당이 뱉어내는 발언들은 실망스럽다.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사업에 따른 인재였다는 정부 조사단 결과가 발표되면서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어김없이 ‘포항지진은 보수정권의 무능과 부실이 부른 참사’라고 한국당을 압박했다. 이명박 정부 때 지열발전사업이 시작됐으니 오불관언이란 이야기다. 그게 과거 정부 일이라고 달라지는 게 있나. 그뿐 아니다. ‘문세먼지’라는 한국당의 말장난에 ‘황세먼지’라는 억지로 맞대응하며 미세먼지 재앙을 이전 정부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김경수 경남지사의 1심 법정구속 판결 때는 또 어땠나. 민주당은 판결문 분석 결과까지 발표하며 재판부를 비난하기에 바빴다. 판결에 불만이 있더라도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그치고 향후 법리를 다투는 게 순리였다. 집권 여당 스스로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는 무리수를 뒀다. 이처럼 엉뚱하게 과거 책임론이나 들먹이고 사법부를 무시하면서 여당이 얻는 게 과연 뭘까. 이런다고 위기에 몰린 국면이 바뀌기는 할까. 그 결과는 바닥을 모르는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여당의 이 같은 잇단 무리수는 집권 3년 차를 맞는 정권의 조바심에 기인한 듯하다. 집권 중반기에 이르도록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니 야당의 공격이 거세지는 건 당연지사다. 한국당은 더욱 강공 고삐를 죌 수밖에 없고 비판은 거칠어진다. 마땅한 대응 논리가 부족한 여당으로선 말꼬리를 잡기 마련이고 마찬가지로 거친 대응에 나선다. 성급한 마음만 앞서며 악수를 두게 되고 더 거센 비판에 직면한다. 그야말로 악순환만 되풀이되는 것이다. 정확히 한국당이 노리는 바에 속수무책 당하는 거다.

지지율 상승에 신이 난 한국당의 날선 비판은 점점 수위를 더해갈 것이다. 악플보다 무플이 더 무섭다고 했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무대응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악플로 대응하는 건 한국당의 기만 살려줄 뿐이다. 관건은 역시 조바심을 버리는 데 있다. 쉬운 일은 아니나 상대의 억지에 팩트로 차분하게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이는 여야 없이 막말로 점철된 한국 정치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길이기도 하다. 촛불로 탄생한 정권은 좀 달라야 하지 않겠나.

논설실장 jj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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