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맑은 아이들의 웃음 대신 서러운 울음소리로 가득 찬 초등학교 졸업식. 얼마 전 폐교를 앞둔 부산 감전초등학교의 ‘마지막 졸업식’ 사진기사가 실렸다.
하고많은 그날 주요 뉴스를 뒤로 하고 유독 이 한 장의 사진이 오랫동안 눈길을 붙잡았다.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과 따뜻한 정을 나누었던 친구들과 헤어지는 아쉬움보다는 그동안 다녔던 학교가 폐교된다는 소식에 졸업생 아이들은 울음을 참지 못한 것 같다.
또 다른 시작을 위한 발판으로 남겨져야 할 정들었던 학교가 없어진다고 하니 당연히 울음바다로 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폐교의 발생은 열악한 교육환경 개선을 위하거나, 주변 학교시설 간 통합운영에 따른 이유도 있으나 가장 큰 이유는 급격히 줄어드는 학생 수 때문이다.
2012년 295만 명인 초등학생이 2018년에는 271만 명으로 약 24만 명 감소했다. 이러한 학생 수 감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출산율이라는 오명과 함께 2026년 초고령사회(노년인구비율 20% 이상) 진입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편중적인 수도권의 신도시개발에 따른 인구 밀집지역화 현상으로 농어촌 및 구도심 지역의 인구 감소는 심각하며, 이로 인해 폐교되는 학교 수는 더욱 더 증가되고 있는 추세다.
교육부 집계자료에 의하면 2018년까지 전국의 폐교 수는 3752개교이며, 도별 폐교 수는 경기 161개, 강원 454개, 충북 240개, 충남 261개, 전북 323개, 전남 816개, 경북 714개, 경남 564개교에 이른다고 한다.
이처럼 농어촌 내에 발생되는 폐교는 체험학습장, 박물관, 미술관, 평생교육원 등 교육용 시설과 노인요양시설, 장애인복지시설, 마을정보화센터 등 사회복지시설로 활용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역특산물가공장, 농촌체험시설 등 소득증대시설로도 활용되고 있어 지역별 특성을 반영하여 폐교의 활용가치를 높이고 있다.
이에 반해 도심지 내 발생되는 폐교 수는 1982년 이후 대구 35개, 울산 25개, 광주 15개, 인천 54개, 부산 36개교에 이른다. 부산의 경우 이전하거나 폐교된 학교 중 학교부지나 체험교육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일부 폐교는 다양한 문화시설로 이용되고 있다.
부산진구 서면 옛 중앙중학교는 청소년복합문화센터 ‘놀이마루’로, 기장군 일광면 옛 일광초등학교 학리분교는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로, 남구 감만동 옛 동천초등학교는 ‘감만창의문화촌’으로 변모시켜 문화기반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과거 학교는 지역주민 간 정신적 교류와 소통의 장소였다. 학예전이 열릴 때면 지역주민 대부분이 전시장을 찾아 학생들의 작품을 감상하며 서로의 안부를 물어보는 교류의 장이었다. 운동회 때는 어린이와 어른들이 함께 손잡고 운동장을 누비는 단합의 장소였다. 깔깔 웃어대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찬 학교는 더없는 계층 간, 세대 간 열린 지역커뮤니티공간 역할을 했다. 지금 그런 학교가 하나둘씩 폐교되어 다시 화려한 변신을 하고 있지만 이용 대상이 학생들만의 공간이거나 어른들만의 공간이 되어 버려 세대 간 교류에 아쉬움이 남는다.
그릇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그릇의 가치가 달라지듯 공간도 누구에게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공간의 사회적 역할에 차이가 난다. 한정된 세대만의 활용보다는 지역주민 모든 세대가 함께하는 교류의 장으로 어린이, 청소년, 노년 모두가 함께 애용하는 시설로 거듭났으면 한다.
운동장은 나무와 잔디로 채워진 도심의 작은 숲으로 지역민에게 감성을 주고, 학년별로 구분되었던 학습공간은 어린이 청소년 노년을 위한 평생교육공간으로 함께 배우고 나누는 곳으로 우리에게 지혜를 주는 지역커뮤니티시설이 됐으면 한다.
예산 부족으로 새로운 부지 확보도 어려운 우리 현실에서 폐교 활용은 사라진 학교에 대한 추억만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세대가 함께하는 평생교육의 장으로 어른들의 진심과 아이들의 동심이 함께 공유하고 교류하는 도심의 평생행복충전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신설계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