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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의 끼니] 섬진강의 봄맛 다슬기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3-27 19:49:49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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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둥(경북) 고디(경남) 대사리(전라도 충청도) 꼴팽이(강원도). 우리나라 강 하천 계곡 호수 등 맑은 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서식하는 민물고둥인 다슬기를 이르는 명칭이다. 어디에나 흔했던 다슬기는 딱히 돈이 되지도 않았고 굳이 귀히 여길 필요도 없었다. 냇가에 나가 두어 시간 잡으면 땟거리로 충분한 양을 거둘 수 있었다. 된장 풀고 푸성귀 좀 곁들이면 번듯한 국이 됐다. 이러니 지역마다 나름의 명칭이 생겼다.

올봄 섬진강에서 채취한 다슬기.
민물에서 자라는 작은 고둥 따위에 무슨 제철이 있으며 설령 철이 있다 한들 그 작고 여린 살점에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 싶겠지만 천만의 말씀.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다슬기는 봄이 되면 본격 활동을 한다. 작은 생물에게 일상은 곧 먹이 활동이다. 생기를 찾은 물속에서 열심히 이끼나 퇴적물을 섭취한다. 그래서 봄에 잡히는 다슬기는 살이 옹골지게 차 있고 심지어 여물다. 거짓말처럼 들리겠지만 그래서 씹는 맛이 제법이다.

봄이 되면 다슬기 맛을 찾아 섬진강으로 향한다. 하동IC에서 19번 국도로 접어들면 되레 멈추고 싶은 길을 만난다. 다슬기 맛 이전에 섬진강의 풍광과 봄기운에 먼저 반한다. 감동 다음에는 반드시 시장기가 몰려온다. 당황하지 마시라. 인간 욕망의 순서가 원래 그렇다. 그렇다고 냉큼 다슬기를 찾는 건 경솔한 짓이다. 나는 비록 음식을 탐구하고 칼럼을 쓰는 직업을 가졌지만 영양학의 관점에서 음식을 분석하거나 섭취하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 전문 영역이 아닐 뿐더러 자칫 경도될 경우 음식의 본질과 먹는 즐거움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끔은 ‘어떤 음식이 어디에 좋다’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은 호기심은 생긴다. 그럴 땐 남의 말을 인용하기보다 내 몸을 실험도구로 삼는다.

우선 하동군이나 구례군의 민박집을 하나 예약한다. 언제부턴가 지리산 아래 민박집에서는 산에서 방목해 키운 산닭을 구워 내는 곳이 늘었다. 운동량이 많아 육질이 쫄깃하고 숯불에 구워 기름이 쫙 빠져 담백한 산닭에 봄나물로 담은 장아찌를 곁들이면 술이 술술 넘어간다. 이맘때는 만개한 앵두꽃이나 벚꽃 잎이 술잔에 툭 하고 떨어지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럼 술에 취하는 건지 분위기에 취하는 건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다음 날 아침, 민박집 아주머니의 음식 솜씨가 아무리 좋아도 조식은 정중히 사양한다. 섬진강 다슬기의 고장답게 구례군 읍내와 토지면 등에는 ‘부부식당’ ‘토지우리식당’ ‘섬진강다슬기’ 등 유명 다슬기 전문점이 더러 있다. 어느 음식점을 선택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내 몸은 이미 다슬기의 맛을 온몸으로 느낄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슬기 국이나 수제비는 숙취에 지친 몸을 깨우고 다슬기 장과 무침은 무뎌진 미각을 깨운다. 하여, 완연한 봄이다.
섬진강의 다슬기는 오늘도 강바닥에 찰싹 붙어 열심히 살을 찌우고 있다. 당신의 개운하고 맛깔 나는 봄을 위해서.

맛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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