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서영해, 파리의 꼬레앙, 유럽을 깨우다 /송의정

유럽서 활동 독립열사…고려통신사 설립하고 각국에 일제만행 고발

그가 남긴 유물 695점, 경남여고가 선뜻 기증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4-03 19:48:25
  •  |   본지 3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세상의 모든 일에는 필연과 우연이 겹쳐 하루하루의 역사가 됩니다. 올해가 3·1 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지난해 7월 경남여자고등학교 역사관이 한 묶음의 소중한 자료를 부산박물관으로 기증하면서 우리는 오랜 시간 역사 속에서 비켜 서 있던 한 독립운동가의 활약상을 처음으로 밝혀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자료들은 유럽의 중심도시 파리에서 활약한 부산 출신 독립운동가인 서영해 선생과 관련된 유물 695점입니다. 선생이 프랑스에 도착한 1920년부터 1948년까지의 활동과 관련된 증명서류, 임시정부 요인들과 주고받은 서신과 통신문, 각종 저술, 등이었습니다. 이를 부인이셨던 황순조 전 경남여고 교장께서 보관하시다가 당시 국어교사였던 류영남 선생님께 맡기셨고, 30여 년이 지나 경남여고역사관에 기증되었고 다시 부산박물관으로 오게 됐습니다. 이 자료의 정리분석에만 6개월이 걸려 올해 1월 7일에야 기증서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부산박물관에서는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인 4월 11일에 맞춰 독립운동가, 문필가, 언론인, 그리고 작가로서 프랑스에서 활약한 최초의 한국인이었던 서영해 선생을 기리는 특별전시회를 개최합니다. 서영해 선생의 힘 있는 말과 글은 독립운동의 불모지 유럽에 동양의 작은 나라 한국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가 알린 식민지 조국의 참혹한 현실은 유럽인들로 하여금 한국을 상상하게 하고, 무지의 깊은 잠에서 깨어날 수 있게 했습니다.

서 선생은 1937년 파리에서 오스트리아 출신 유학생 엘리자베스 C 브라우어(엘리자)를 만나 결혼합니다. 그러나 이들의 만남은 1938년 독일의 오스트리아 합병, 1939년 9월 2차 세계대전 발발 등으로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생이별로 귀결됩니다. 임신한 엘리자가 고향 빈으로 돌아가 아들 ‘스테판 칼 알로이스 솔가시 서(1939~2013)’를 낳은 때가 1939년 9월 20일이었습니다. 나치에 합병된 오스트리아에 서 선생은 갈 수 없었습니다. 더욱이 그는 1940년 독일군의 파리 점령과 함께 프랑스에서 3년여간 레지스탕스 운동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1945년 5월 7일 독일 항복과 함께 유럽에 평화가 찾아왔지만 이 둘은 끝내 재결합 하지 못했습니다. 현재 빈에는 서 선생의 두 손녀 수지와 스테파니가 살고 있습니다. 수지는 할아버지부터 3대에 이르는 가족사를 찾기 위해 2017년 늦가을 한국을 찾아왔고, 오는 11일 할아버지의 유품을 보기위해 우리 박물관을 방문합니다.

서 선생은 1902년 부산 초량에서 한약방을 운영하던 아버지 서석주와 어머니 김채봉의 8남 2녀 중 넷째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 중국인 거류지 청관(淸官)에 자주 드나들며 새로운 문화에 일찍 눈을 떴습니다. 중국말도 쉽게 익혔습니다. 그리고 비교적 늦은 나이인 15세에 부산공립보통학교(현 부산 봉래초등학교)에 입학해 1918년 졸업했습니다. 그러다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만세운동에 참가한 뒤, 18세의 나이에 중국 상하이로 망명해 임시정부에서 대략 1년 반을 지낸 후 1920년 파리를 향해 떠났습니다. 임시정부 파리위원회의 주선으로 11년의 정규교육과정을 6년 만에 마친 후 소르본느 대학 철학과에 입학하였으나 경제적 후원자이셨던 부친의 사망으로 중퇴하고 이후 세계 최초의 언론학교인 파리고등언론학교에서 학업을 이어갔습니다.

1929년 7월 파리에서 열린 제2회 반제국주의세계대회에 참가한 후 서 선생은 본격적인 독립운동가의 길을 걷습니다. 당시 그는 유창한 프랑스어로 한국 문제를 의제의 중심으로 부각시키며 맹활약 했습니다. 그해 9월 파리 시내 자신의 숙소에 고려통신사를 설립하고 상하이 임시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각국 언론사에 일제의 한반도 강탈과 잔학한 만행들을 알려나갔습니다. 1932년 윤봉길 의거와 도산 안창호 체포 등도 모두 고려통신사를 통해 유럽 신문에 소개되었습니다. 또한 유럽에 한국 문화를 깊이 있게 소개하기 위한 활동을 고심했습니다. 그 결과, 1929년 ‘어느 한국인의 삶과 주변’을 펴내고, 1933년 ‘만주의 한국인들’과 1934년 ‘거울, 불행의 원인’을 고려통신사를 통해 간행했습니다. 그에게 임시정부는 1934년 4월 2일에 주프랑스 외무위원, 1936년 3월 8일에는 주프랑스 특파위원의 임무를 맡깁니다. 하지만 1만여 명의 한인 사회를 이루고 있던 미주와 달리 유럽에서 선생은 홀로 외로이 독립운동을 펼쳐야 했습니다.

서영해 선생은 역사 속에서 오랜 시간 비켜 서 있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선생의 삶과 헌신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역사 속에 새긴 그의 깊고 큰 발자취를 다시금 불러내 보고자 합니다. 아울러 선생의 파란만장했던 일생을 통해 독립운동사를 새롭게 마주해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부산박물관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기초연금 받으면 부자?…수급 상위 1% 근로소득 월 220만원
  2. 2[속보] 국힘 장동혁, 李대통령에…“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나”
  3. 3트럼프 “이란과 대화 중…전쟁에 쓴 돈 베네수서 만회”
  4. 4부산·울산·경남 대체로 맑음…낮 최고 19∼21도
  5. 5‘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6. 6삼성 사장단 50여명, 샘 올트먼과 AI 미래전략 논의
  7. 7[날씨칼럼] 가을 하늘, 안전을 돕는 페이스메이커
  8. 8기표소서 투표지 촬영해 단톡방 공개한 50대…벌금 50만원
  9. 9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0.5원 ↑
  10. 10북항 ‘부캉이’ 닷새째 자취 감춰…수온 하락 영향도
  1. 1[속보] 국힘 장동혁, 李대통령에…“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나”
  2. 2한미일 외교장관 “北 완전한 비핵화 위한 의지 재확인”
  3. 3장동혁 “李대통령 ‘황제골프’ 수준 넘어 ‘민폐골프’”
  4. 4진성준 뒤늦게 美비자 발급, 野"한미동맹 균열 드러낸 외교 망신"
  5. 5李대통령 "다문화 지원 필요하나 역차별까지 정당화 안 돼"
  6. 6“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7. 7“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8. 8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9. 9[속보]한동훈, "李 정권 막는 명분 같이라면 '훈훈연대' 힘을 모을 것"
  10. 10[속보] 장동혁 “투표지 육안으로도 많은 문제…특검, 진실 밝혀야”
  1. 1기초연금 받으면 부자?…수급 상위 1% 근로소득 월 220만원
  2. 2삼성 사장단 50여명, 샘 올트먼과 AI 미래전략 논의
  3. 3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0.5원 ↑
  4. 4‘바이낸스’ 8조원대 해킹에 거래소들 보안 점검
  5. 5한화오션까지 동참… '조선사 빅3' 공동납품 체계 완성
  6. 6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7. 7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8. 8‘덕후 천국’ 부산에 떴다…롯데百 전국 첫 IP 전문관
  9. 9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10. 10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7조 역대 최대…반도체로만 106조(종합)
  1. 1부산·울산·경남 대체로 맑음…낮 최고 19∼21도
  2. 2[날씨칼럼] 가을 하늘, 안전을 돕는 페이스메이커
  3. 3기표소서 투표지 촬영해 단톡방 공개한 50대…벌금 50만원
  4. 4북항 ‘부캉이’ 닷새째 자취 감춰…수온 하락 영향도
  5. 5프로야구 입장권 부정구매 후 웃돈 붙여 되판 10대 검거
  6. 6무면허 음주 뺑소니에 제지하던 사람 다치게 한 40대 항소심도 실형
  7. 7“나 감방서 나왔다”…출소 나흘 만에 또 스토킹한 60대 징역형
  8. 8전조등 얼굴에 비췄다고 운전자 폭행한 50대 징역 6개월
  9. 9전남 곳곳서 차량 추돌 잇따라…25명 부상
  10. 10민주콩고 에볼라 사망 5천명 넘어…확진자 절반 사망
  1. 1‘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2. 2“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3. 3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4. 4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5. 5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6. 6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7. 7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8. 8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9. 9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10. 10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클릭으로 여는 독도
지긋지긋한 론스타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회 출석 거부하며 장외 사실호도 일삼는 지광
AI 해킹 범죄 고도화…수사 공백 해소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한국 경제 떠받치는 중장년, 이제 다시 봐야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