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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파이팅! 양상문 /이흥곤

침체 부산고 3관왕 달성, 열세 고려대 정상권 올려

14년 만에 고향팀 사령탑, 어느덧 KBO 최고령 감독…올 가을 롯데 우승시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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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가을 서울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 제12회 정기 연고전 야구경기. 당시 고교 야구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지만 적어도 이날만큼은 국내 야구팬들이 이 경기에 주목했다. 바로 연세대 최동원-고려대 양상문의 드림매치업이 성사됐기 때문이다. 당시 3학년 최동원은 불세출의 국가대표 에이스였고, 양상문은 신입생으로 대학무대 최고의 좌완 파이어 볼러였다.

결과는 어땠을까. 양상문은 패기를 앞세워 4-1 완투승을 거뒀다. 반면 최동원은 1-2로 뒤지던 8회 투런 홈런을 맞고 쓸쓸히 강판됐다. 잠시 최동원을 위한 변명. 그해 연세대 야구부에선 선후배 구타사건으로 최동원은 장기간 팀을 이탈해 있다 이 경기를 앞두고 팀에 복귀한 상황이라 정상적인 컨디션이었다고 보기 어려웠다.

1979년 대학야구에는 스타 투수가 즐비했다. 연세대 최동원 박철순, 한양대 김시진 김용남 이상윤, 동아대 임호균이 건재한 반면 고려대에는 언더핸드 노상수가 홀로 분전했지만 전력이 라이벌 학교에 뒤졌다. 그해 신입생 양상문은 팀의 에이스로 고려대를 대학야구 정상권으로 견인하며 국가대표로도 선발됐다. 그의 야구인생 전체로 볼 때 그때가 리즈시절이었다.

시계를 3년 전 고교 시절로 돌려보자. 동성중 시절 팀을 전국대회 우승으로 이끈 양상문은 1976년 부산고에 입학한다. 그해 청룡기 우승팀 경남고엔 최동원이, 화랑대기·봉황대기 2관왕 부산상고에는 좌완 이윤섭과 노상수가 있어 국내 고교야구를 양분했다. 두 학교의 위세에 눌린 부산고는 지역예선 없이 참가가 가능했던 봉황대기에만 출전하던 2류 팀이었다. 신입생으로 팀의 에이스를 꿰찬 푸른색 모자에 하늘색 유니폼의 양상문은 2년 위의 경남고 최동원에 맞서 비록 이기지는 못했지만 역투한 기억이 또렷하다. 당시 구덕야구장 인근의 초등학교를 다녔던 기자는 금테안경을 낀 두 선수의 활약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1학년 때 가능성을 보였던 양상문은 2학년 때 팀을 대통령배 준우승으로 올려놓더니, 3학년 때는 초고교급 투수로 성장해 그해 대통령배·청룡기·화랑대기를 품에 안았다. 준척급 1년 후배 안창완이 있었지만 대회 때마다 0점대의 방어율을 기록하며 거의 전 경기를 지배했다.

호사다마라 했던가. 그의 화려함 이면에는 혹사 속 부상이라는 암초가 자라고 있었다. 강철 같은 그의 어깨는 대학 2학년 초 탈이 나 한 해를 통째로 쉬게 된다. 이듬해 복귀하지만 스피드가 크게 줄어 기교파 투수로 변신한다. 설상가상으로 3, 4학년 땐 선동렬 박노준이라는 스타 투수가 잇따라 입학해 점점 입지가 좁아졌다. ‘준수한 투수’ 대접은 받았지만 한국야구를 이끌 ‘제2의 이선희’라는 수식어는 더는 붙지 않았고 국가대표에서도 부르지 않았다.

대학졸업 후 그는 2년간 프로에 가지 않고 실업팀 한국화장품에 입단하며 동시에 모교에서 석사과정을 밟았다. 학위도 마치고 실업무대에서 자신감을 얻은 그는 1985년 롯데에 입단한다. 기교파 좌완이었던 그는 첫해 6승 3패, 이듬해 1승 2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기고 인천 연고의 청보 핀토스로 충격의 트레이드를 당한다. 이적 첫해 절치부심 12승 13패로 극적인 반등을 하지만 이후 6년간 44승을 추가하며 1993년 말 사연 많은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은퇴 후 롯데 투수코치를 시작으로 LG 투수코치, 롯데 감독, 해설위원, 대표팀 투수코치, LG 감독·단장 등을 역임하며 14년 만에 두 번째 롯데 지휘봉을 잡아 현재 시즌을 치르고 있다.

그의 나이 어느덧 59세. KBO리그 10개 구단 중 최고령 사령탑이다. 이번이 사실상 지도자로서 마지막 기회다. 분명 그도 이 사실을 알 것이다. 개인적으로 고향팬들에게 명예회복을 하고 싶은 욕심도 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는 당시 2류 팀 부산고를 기어이 3관왕에 올려놨고, 입학 후 전력이 약했던 고려대를 역시 대학 정상으로 견인했다. 그러고 보니 그는 침체에 빠진 명문 팀을 정상으로 끌어올린 구세주였다. 전국에서 가장 열정이 넘치는 팬을 보유하면서도 27년째 우승에 목말라 하는 롯데가 현재 그런 상황이다.

하지만 프로는 고교, 대학과 달리 벽이 훨씬 높다. 누구보다 이를 잘 아는 그는 프로선수로서 우승이라는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감독으로 다시 한번 도전에 나섰다.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고 이 자리에 선 그. 연장 끝내기 안타를 맞아도, 어이 없는 에러나 폭투를 해도, 기대치 않던 선수가 홈런을 쳐도, 믿는 선발투수가 초반에 무너져도 이제는 일희일비하지 않고 플랜B, C를 꺼내 큰 그림을 그리는 백전노장이 아니던가.

올 가을 양 감독이 1984, 1992년에 이어 롯데에 세 번째 우승을 안긴 후 그라운드에서 선수들과 얼싸안으며 기뻐하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 파이팅!

편집국 편집부국장 h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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