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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건 칼럼] 과연 민심이 무섭긴 한 걸까

무승부로 끝난 보선 결과, 겸허히 수용하겠다지만 강원도 산불 대응 관련 엉뚱한 비난 색깔론 덧칠

한국당 벌써 오만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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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다소 싱겁게 끝났다. 피를 말린 후보나 당의 입장에선 섭섭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범여권과 자유한국당이 골고루 1석씩 나눠 가진 무승부 결과만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의미 없는 선거 결과란 없는 법이다. 이를 두고 절묘한 균형이라는 평가부터 누구도 이기지 못한 선거라는 말까지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어쨌든 지역의 민심이 정치권 전체에 준엄한 경고를 내렸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이제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이 이번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만 남았다.

민주당으로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정의당과의 단일화로 지옥을 한 차례 갔다오며 상처 뿐인 승리를 얻었다. 통영고성에서는 막판 한국당 후보의 불리한 의혹이 불거지는 상황에서도 결국 패했다. 한국당의 전승을 저지했다는 데 그나마 안도하는 눈치지만 뼈아픈 대목이다. 그러니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완패했어야 국민 앞에 더 고개를 숙인다”며 당 일각에서 자성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최근 잇단 인사 참사와 청와대 일부의 구설 등을 감안하면 이 정도도 감지덕지일지 모른다.

한국당 입장에선 손에 잡은 창원성산을 놓친 게 뼈아프겠지만 표정관리를 할 만하다. 황교안 대표의 축구장 논란 등 일부 자책골만 아니었다면 모두 승리를 거머쥘 수도 있었다. 대한애국당이 갉아먹은 보수표 또한 못내 아쉬울 터이다. 그러나 현 정부의 잇단 실정 등을 감안하면, 아무리 창원성산이 진보의 텃밭이라고 하더라도 지지층 확장에 한계가 있음도 드러냈다. 과거와 결별하는 과감한 혁신 없이 정부 여당의 실정이라는 반사이익에만 기댄 결과다.

속내가 조금씩 다르긴 해도 선거 결과를 놓고 여야 지도부는 한껏 몸을 낮췄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나온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창원성산에서의 단일후보 승리는 ‘노회찬 정신’을 계승해 국회 개혁에 박차를 가하라는 국민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이번 선거는 정부여당의 오만에 대한 국민의 경고이며, 한국당에는 새로운 기회를 줬다”면서도 “낮고 겸손하게 전진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선거 이후면 으레 나오는 수사이긴 하지만, 이번 만큼은 정말 ‘겸허하고 겸손하게’ 받아들였으면 하는 게 엄중한 민심일 터이다.

정치권은 입만 열면 민심이 정말 무섭다고 말한다. 역대 선거에서 절묘한 균형을 택했든,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를 택했든 민심은 늘 정치권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민심은 정치가 중심을 잡게하는 균형추와 같은 것이다. 형식적 수사가 아니라 진정 겸허하게 결과를 받아들인 당에 민심은 다시 쏠리게 마련이다. 특히 이번 보선은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이어서 그에 가장 근접한 바로미터일 수 있다. 이번 보선 결과에 따른 각 당의 대응이 어느 선거보다 중요한 이유다. 겉으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 아전인수식 오만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정부 여당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집권 3년 차에 들면서도 개혁은 지지부진하고 경제와 인사 등 각종 악재에 파묻혔으니 철저한 반성은 당연하다. 그야말로 초심으로 돌아가 마음가짐을 새롭게 할 도리밖엔 없다. 남은 1년간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민심의 선택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는 어쩌면 집권당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20년 집권을 꿈꾼다는 정부 여당의 변화를 두고 볼 일이지만, 또 하나 남은 문제는 ‘낮고 겸손하게 전진하겠다’는 한국당이다. 보선 직후부터 한국당이 보인 행태를 볼 때 말 그대로 한낱 정치적 수사에 그칠 것이라는 불안한 예감 때문이다.

그 단초가 나타나는 데는 단 하루밖에 걸리지 않았다. 강원도 대형산불 사태 때 보여준 오만함이다. 한국당은 강원도 산불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을 때 국가재난 컨트롤타워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3시간가량이나 국회 업무보고 명목으로 붙잡아놨다. 대변인이라는 사람은 “대형산불 발생 네 시간 후에야 긴급지시한 문 대통령, 북으로 번지면 북과 협의해 진화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빨갱이 맞다”는 네티즌의 페이스북 글을 공유하기도 했다. 또 누군가는 “황교안 차기 대통령께서는 산불현장에서 동분서주 뛰고 계신다”며 “문재인 대통령님은 꼰대처럼 뒷짐지고 뭐 하나”란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번 산불은 큰 불행이긴 하지만 그나마 초기 대응이 빨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의 당연한 일이니 칭찬까지야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국가재난 해결에 발목을 잡거나 조롱하는 언행만큼은 삼가야 옳다. 이게 낮고 겸손하게 전진하겠다는 한국당의 선거 직후 모습이다. 진정 민심을 무섭게 여기겠다던 제1 야당의 현주소다. 과연 1년 뒤 사나운 민심은 또 어떻게 바뀔지 궁금할 뿐이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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