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은화의 미술여행] 고난의 역사 견뎌낸 명화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4-09 19:40:44
  •  |  본지 2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의 대표작 ‘야간 순찰’은 네덜란드가 자랑하는 보물이다. 해마다 200만 명이 이 그림 하나를 보기 위해 미술관을 찾는다. 지금은 렘브란트 판 레인이 남긴 가장 위대한 걸작으로 평가받지만 사실은 온갖 수모와 수난을 다 겪은 명화다.
렘브란트 판 레인의 ‘야간 순찰’. 1642년경.
그림은 암스테르담 시민 민병대 중 하나인 클로베니르 부대원들의 집단 초상화로 대장의 지휘 아래 부대원들이 출격하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화면 가운데 검은 옷을 입은 키 큰 남자가 프란스 반닝 코크 대장이고, 밝은 황금빛 제복을 입은 남자가 라위턴뷔르흐 부대장이다. 원래 제목은 ‘야간 순찰’도 아니고, 밤 장면을 그린 것도 아니다. 그림 위에 칠한 검게 변한 니스 때문에 밤 장면으로 오인해 18세기에 붙여진 제목이다. 그전에는 ‘프란스 반닝 코크 대장 지휘하의 밀리티아 제2 지구 회사’라는 주문자 이름을 딴 긴 제목으로 불렸다.

화가는 총 18명의 초상을 의뢰받았지만 화면 속엔 35명이 등장한다. 이건 실제 인물들만이 아니라 부대를 상징하는 여러 우의적 표현도 함께 그렸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화면 왼쪽의 죽은 닭을 허리에 찬 소녀는 민병대의 마스코트를 의미하고, 긴 총을 들고 있는 세 남자는 당시 이 민병대의 주력 무기인 머스킷 총을 상징한다. 극적인 빛의 연출과 역동적인 인물들의 움직임, 강렬한 상징성으로 채워진 화면은 마치 연극의 한 장면처럼 생생하다. 이렇게 렘브란트는 인물들을 나열해 그리는 단체 초상화의 규범을 과감히 깨버리고, 역사에 남을 독창적인 명작을 완성시켰다. 하지만 시대를 앞선 그의 그림은 당대 사람들에게 비웃음거리가 됐고, 의뢰인들에겐 큰 충격과 분노를 안겨주었다. 최고조에 달했던 렘브란트의 명성도 이 그림 때문에 막을 내리게 된다.

70여 년 후 그림은 더 끔찍한 수모를 당했다. 원래 민병대 본부 건물에 걸려 있던 이 그림은 1715년 암스테르담 시청으로 옮겨졌다. 설치 과정에서 그림의 윗부분과 왼쪽 일부가 잘려나갔는데, 이때 병사 두 명의 초상도 사라졌다. 벽에 맞추느라 그림을 희생시킨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의 그림은 원본 그대로가 아닌 것이다.

1885년 국립미술관이 개관하면서 현재의 장소로 옮겨왔지만 이번엔 반달리즘에 시달렸다. 1911년 한 실직자가 일자리 문제로 항의하려 칼로 그림을 찢더니 1975년에는 정신병력이 있던 전직 교사가 칼로 그림 여러 군데를 지그재그로 도려냈다. 심한 부분은 12인치까지 찢어지는 대형 참사였다. 4년에 걸친 힘들고도 광범위한 복원작업이 이뤄졌지만 완전히 복원되지는 못했다. 1990년에는 한 남자가 그림에 화학물질을 뿌렸다. 재빠른 응급처치로 이번에는 다행히 완전 복구됐다.

이렇게 ‘야간 순찰’은 탄생 순간부터 외면을 받았고, 수차례 반달리즘에 시달리며 훼손됐다가 어렵게 복원된 명화다. 온갖 시련을 이겨낸 사람이 더 큰 존경을 받듯, 이 그림 역시 고난의 역사를 견뎌냈기에 더 위대한지도 모른다. 미술평론가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많이 본 뉴스RSS

  1. 1영도구 확진자 감염원 오리무중…접촉자만 174명
  2. 2북항 2단계 개발이익, 산복도로에 투자한다
  3. 3567만 원…기업이 치른 노동자 1인 ‘목숨값’
  4. 4부산시 첫 ‘기관장 2+1 책임제’ 평가…부산신보 이사장 탈락
  5. 5부산에 첫 열대야…17년 만에 가장 늦어
  6. 6박재호·하태경, PK 여야 가덕신공항 의기투합 이끌까
  7. 7부산지하철노조 “인사 논란 경영본부장 연임 반대”
  8. 8김종인 “부산시장 후보 당선가능성, 경영·소통력 볼 것”
  9. 9부산대 의예과 올해부터 논술전형 폐지…33개大는 모집 규모 축소
  10. 10오늘의 운세- 2020년 8월 4일(음력 6월 15일)
  1. 1외교부, ‘뉴질랜드 성추행 의혹 외교관’에 귀국 지시
  2. 2박재호·하태경, PK 여야 가덕신공항 의기투합 이끌까
  3. 3김종인 “부산시장 후보 당선가능성, 경영·소통력 볼 것”
  4. 4호우에 휴가 취소한 문 대통령 “인명피해 최소화가 최우선”
  5. 5통합당, 지역구 의원 3선 제한 검토
  6. 6여당 “4일 부동산법 꼭 처리” 야당 “월세 세상이 주거안정인가”
  7. 7“문재인 정부 3년간 서울 아파트값 52% 올랐다”
  8. 8민주당 33.8% vs 통합당 35.6%…역전된 서울 민심
  9. 9경남도의회, 불씨는 그대로, 갈등 봉합 과연?
  10. 10-여름철 허리 통증 SOS!
  1. 1부산세관, 화물업체 법규수행능력 항목 개선
  2. 2불확실성 시대 ‘최후의 화폐’, 몸값 더 높일 여력 남았다
  3. 3조선기자재연구원-해경정비창, 함정 정비기술 교류 위한 MOU
  4. 4금융·증시 동향
  5. 5해양생태계 5대축으로 나눠 특화 관리
  6. 6대여한 마리나 선박 사고 때 최대 5억 받는다
  7. 7보험개발원 “국내 휴가 늘어 車사고 최대 8% 증가 예상”
  8. 8시민단체 “에어부산 향토기업화” 잇단 성명
  9. 9어촌마을 체험 때 30% 할인받으세요
  10. 10주가지수- 2020년 8월 3일
  1. 1경기 가평서 토사에 펜션 매몰 … “3명 대피 못해”
  2. 2 남부·제주 폭염…밤까지 중부지방 최고 300㎜ 폭우·제4호 태풍 ‘하구핏’ 북상
  3. 3부산 169번 확진자 감염경로 오리무중…"지역 내 ‘조용한 전파’ 우려 커"
  4. 4평택서 토사가 공장 덮쳐 … 사망 3·중상 1
  5. 5집중호우에 충청권 곳곳 침수·하천 범람 위기
  6. 6부산·김해·양산·창원 폭염주의보 발효
  7. 7북구 구포동 한 모텔에서 5시간 동안 투신 소동…경찰 “특공대가 무사히 구조”
  8. 8거제시, 81년 만에 돌아 온 지심도 내 불법 행위 칼 빼들었다
  9. 9철원 와수천·사곡천 범람 우려해 인근 저지대 가구에 대피령
  10. 10국내 코로나19 신규확진 23명…지역발생 87일 만에 최저
  1. 1대니엘 강, LPGA 투어 재개 첫 대회 우승
  2. 2대한서핑협회, 대한체육회 조건부 준회원단체 승인
  3. 3롯데 대반격 시동…원정·1점차 승부 잡아야 산다
  4. 4김현 만회 골 터졌지만…부산, 선두 울산에 발목 아쉬운 2연패
  5. 5부산 기반 대한서핑협회, 대한체육회 준회원으로…한시적 조건부 승인
  6. 6미국 교포 대니엘 강 LPGA 문 열자 첫 대회 우승
  7. 7대한서핑협회, 대한체육회 조건부 준회원단체 승인
  8. 8추신수, 시즌 2호 장외포
  9. 9'FA컵 우승' 아스널, 첼시전서 2-1 역전승…'UEL 진출 확정'
  10. 10아스널 첼시 FA컵 결승전 양팀 선발 명단 공개
우리은행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김두관·서병수 진심 인터뷰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울산 경남 당선인 역점 법안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세계유산은 희생 없이 절대 가질 수 없다
포구예찬
기고 [전체보기]
지나친 어업 규제 조치가 두렵다 /정성문
이륜차 사고, 막을 수 있다 /최진호
기자수첩 [전체보기]
가덕신공항, 대통령이 결단할 때 /김해정
노무현이 말한 북항 재개발 /김미희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삼각 교수대와 황금 요강
누가 바람과 함께 사라질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온고지신과 뉴트로
불교의식 음악과 춤 단상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담대한 도전 /정옥재
온라인수업 장기화에 관한 우려 /하송이
도청도설 [전체보기]
정보기관장의 노출
전세의 종말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이주의 시대와 문학
손편지의 위로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기내식과 고추장
남도 갯벌 여름 별미 짱뚱어탕
사설 [전체보기]
환경부 낙동강 통합 물관리 방안, PK 상생정신 발휘를
부산 시정협치사업, 민관 협력 새 모델로 자리잡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청년 기본소득이 ‘가짜 기본소득’인 이유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이유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6·25전쟁, 끝내야 한다
코로나19와 한국의 중견국 외교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세계 최초의 추상화가
바젤리츠는 왜 거꾸로 그렸나
이홍 칼럼 [전체보기]
외국인 근로자 문제, 어떻게 해야 하나
경제 후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불신의 벽 넘어야 할 행정수도 이전
청주와 반포 사이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베토벤 ‘월광소나타’
6월의 뱃노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과 여행
비처럼 와인처럼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신윤복의 ‘저잣길’
겸재의 신비한 그림 ‘사직송’
  • 행복한 가족그림 공모전
  • 국제 어린이 경제 아카데미
  • 유콘서트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