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이 우리를 업신여기는 것은 그들을 해전에서 막지 못하고 뭍에 오르도록 두었기 때문이다.” 임진왜란으로 부산포, 동래성이 줄줄이 함락되며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을 때 이순신 장군의 말씀이다. 나라의 위험이 닥쳤을 때 우리가 어떻게 했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적군을 바다에서 사전 봉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쟁에서의 승리는 지휘자의 철저한 준비, 목숨을 건 책임감과 냉철한 상황 판단이 좌우한다.
“지금 한국의 경제상황은 분배가 잘못되고 재벌이 너무 많이 가져가 생긴 것이 아니고 정부 규제가 많아 생긴 것도 아니다. 그동안 투자와 신산업 개발이 부족했기 때문에 주력산업이 붕괴되면서 어려워진 것이다.” 장하준 교수의 최근 진단이다. 경제도 전쟁처럼 준비가 승패를 가른다.
복지국가는 본질적으로 완전 고용을 핵심으로 한다.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일할 수 있고, 일을 통해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해결하는 것이 기본 전제다. 노동자의 임금과 기업의 이윤이 있어야 조세와 사회보장 기여금이 조달돼 비로소 제도적인 사회보장과 서비스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복지국가를 위해서는 자본주의 경제가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성장해야만 한다. 기업은 이윤을 얻고, 노동자는 일자리와 임금을, 국가는 복지의 확충을 통해 세 당사자가 승리하는 게임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신기술과 디지털 네트워크, 에너지와 기후문제, 인구 변수, 북핵 협상, 미중 무역전쟁으로 불확실성과 복잡다단한 변화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경제와 일자리는 전쟁과 본질이 같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아야 싸워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변화의 포착과 대응 방안의 강구는 개인보다 국가와 기업의 몫이다. 융합과 연결이 키워드인 기술혁명은 관계의 상호작용을 관리하며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 디지털 플랫폼과 빅데이터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술과 정보의 격차를 급격히 줄여주고 있다. 새롭게 약진하는 많은 신생 중소기업의 등장을 예고하는 것이다. 신개념의 사업과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 신생기업들의 육성과 지속성장을 위한 열린 정책의 수립이 시급하다. 기술과 규정의 새로운 변화는 2, 3차 연관효과를 발생시키는데, 이에 대한 탐색과 개발은 신개념의 가치사슬과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다. 기술변혁의 속도·방향에 발맞춰 기업과 노동시장의 정책과 규정도 유연하고 민첩하며, 역동성과 연결성이 잘 고려돼야 할 것이다.
국가의 힘과 번영은 경제력에 있고, 경제력의 원동력은 기업에 있으며, 기업은 사람이 만들고 운영한다. 결국 사람이 경쟁력의 기본이므로 대립의 상극관계를 화합과 조화의 상생관계로 바꾸어야 산다.
미래를 위해 사람을 키우는 우리 교육의 현실은 어떤가. 좌와 우, 네 편 과 내 편, 흑과 백, 가진 자와 덜 가진 자 등 이분법적 사고에서 못 헤어나 전 근대적 전체주의 교육의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수동적 존재이거나 추종자로 키워지고 있다. 이래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자유로운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아이디어나 과학적 탐구를 통한 창의적 사고와 통섭의 솔루션은기대하기 어렵다. 기성세대가 경험해온 산업사회의 가치사슬이 붕괴되면서 산업의 분류가 허물어지고 있으며 업종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자연과학 공학 인문학 예술 등을 융합하는 새로운 시대적 변화를 직시하고 그에 맞는 개인적 소양이 요구되는 세상의 큰 흐름에 맞춰 교육환경과 여건, 교육시스템과 콘텐츠는 우선적으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경제, 사회시스템이 교육을 통해 선도되고 준비돼야 한다.
변화와 혁신의 새 물결이 한민족 특유의 우수한 두뇌에 발현되어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대전환의 시대를 헤쳐나가는 지혜를 찾아야만 한다. 이를 위한 정부의 선도적 역할이 필수적이다. 법과 규제로 강제성을 가지고서라도 변화의 물결을 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미래를 위한 국가시스템을 준비해야 한다. 기업의 리더는 목적과 수단을 잘 분별하고 변화의 본질에 전력투구하는 결단과 실행을 통해 위기에 대비해야 하겠다.
위기 탈출을 위한 조선업의 구조조정이 한창인 때에 대형 조선사의 인수합병이 발표됐다. 시장에 큰 충격파를 던졌지만 기대 반 우려 반의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규모 인수합병인 만큼 재무부담, 경기순환형 업종에 따른 부실 심화, 독과점 논란, 노사갈등 등에 대한 부정적 요인이 있지만, 경쟁력의 근원인 기술인력의 통합과 협력사 클러스터의 보강 등은 긍정적이다. 방산분야 또한 통합의 시너지가 크게 기대되는 분야이다. 바다에서 적을 막아야 한다는 이순신 장군의 유비무환 정신과 태산같이 무겁고 확고한 행보가 구조조정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전 대우조선해양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