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기업에 다니는 50대 초반의 간부, 30대 후반의 중소기업 대표와 함께 저녁을 같이할 기회가 있었다. 입사 후 줄곧 서울에서 근무하다 부산 현장에 단신으로 부임해 근무하는 대기업 간부에게 “외롭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렇긴 해도)부모님을 자주 뵐 수 있어 다행이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서부경남이 고향인 그는 부산 발령 이후 한 달에 한 번 고향의 부모님에게 간다고 했다. 고향에 가는 그의 손에는 굽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오리요리가 들려 있다. 그것도 부모님이 소화를 못 시킬까봐 오리고기를 잘게 썰어서 가져간다고 한다. “부산에서 근무하게 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는 그의 표정에는 부모님에 대한 애틋함이 묻어났다.
이 말을 듣던 30대 중소기업 대표는 연신 “정성이 대단하시다”고 했다. 그의 부모는 아직 젊어 공감이 덜 되는 부분도 있는 듯했다. 그 대신 그는 육아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여섯 살과 돌을 앞둔 두 딸을 키우고 있는데, 육아가 만만찮다는 것이다. 다행히 아내가 전업주부이긴 하지만 육아를 도와주느라 항상 피곤하다며 엄살 아닌 엄살을 떨었다.
이날 식사자리 대화처럼 세대별로 공통관심사가 있다. 이른바 50·60세대는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는 문제와 함께 자녀 취업이나 결혼이 가장 큰 고민거리일 것이다. 20·30세대에게는 취업과 결혼 출산 육아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런 고민은 이제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가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됐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사회가 다원화되는 데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숱한 논란 속에서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복지시책을 꾸준히 확대시켜 왔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노인 기초연금이 30만 원으로 인상됐고, 아동수당(10만 원)도 도입됐다. 육아휴직 급여도 평균임금의 50%까지 오르는 등 ‘보편적 복지’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개인이 처한 환경이나 소득 수준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거의 모든 국민이 복지혜택을 직간접적으로 받고 있다. 물론 앞으로도 복지시책은 사회가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서 더 확대돼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다.
다양한 복지시책 가운데 출산과 관련한 분야를 예로 들면 그동안 정부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으며 출산율 제고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왔다. 하지만 통계청이 내놓은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98로 사상 처음으로 1.0을 밑돌았다. 2029년부터는 인구 감소가 예상된다는 예측도 함께 내놨다. 인구감소 시기가 애초 예측치보다 3년 더 앞당겨졌다. 부산을 포함한 지방은 이런 인구 감소 추세가 더 가팔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런데 며칠 전 서울 금천구에서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맞벌이 부부의 14개월 된 아기가 50대 아이 돌보미에게 상습적으로 학대를 당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부부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부가 추천한 아이 돌보미라 믿고 맡겼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 둘째 아이는 갖기 어렵겠다”고 울먹였다. 아이돌봄지원사업은 12세 미만의 영·유아가 대상이며, 정부가 추천한 돌보미가 집을 방문해 아이를 돌봐주는 사업이다. 사건 발생 이후 정부는 뒤늦게 현장 조사에 나서고, 돌보미들의 교육도 강화한다는 대책도 내놨다.
부산시의 경우 지난해에만 6144명이 아이돌봄지원사업을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도 지난해보다 배 이상 늘어난 275억 원의 예산을 배정하고, 구·군별 신청을 받아 사업을 진행 중이다.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백약이 무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쉬운 문제가 아니다. 단순히 출산이나 보육환경 개선으로 해결할 수도 없고, 취업이나 사회환경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아이돌보미 사건’이 반복된다면 국가를 믿고 아이를 낳아달라고 호소할 수 없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부모가 어린 아이들을 보육기관이나 아이돌보미에게 맡겨놓고 있을 것이다. 이들이 자신의 아이가 혹시 학대를 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생활레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