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지방선거는 그야말로 부산 정치 지형을 뒤집었다. 부산시장, 16개 기초단체장 중 13명, 시의회 42석(지역구) 중 38석을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했다. 30년 지방 권력을 독점해온 자유한국당이나, 예상하지도 못한 결과를 얻은 민주당이나 소위 ‘멘붕’ 상황을 맞은 것은 매한가지였다.
부산 정치사에 ‘지방 권력’과 ‘국회 권력’이 다른 첫 상황이 전개된 셈이다. 경쟁적 정치 체제의 형성은 부산에서는 ‘사건’이었다. 민선 7기는 그렇게 출범했다. 부산 여야와 시에서 ‘협치’ 구호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무리 없이 순항하나 싶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예산 국회에서 사달이 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인 자유한국당 이헌승(부산 부산진을) 의원이 부산시의 중점 사업이었던 ‘경부선 지하화’의 예산 반영에 부정적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원내 지도부에 보냈다는 사실이 국제신문 보도로 밝혀졌다. 이 의원 측은 “원내 지도부 관계자가 해당 사업의 국비 지원 타당성을 먼저 물어와서 소관 상임위원으로서 사업 경과와 추진 중인 부산역 일원 도심철도시설 재배치 및 이전사업과의 연관성 등을 답 문자로 자문한 것”이라고 밝혀왔다. 이 사안은 이 의원이 시와 부산 여야 간 여러 차례에 걸쳐 협의할 때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다가 원내지도부에게 ‘부정적 자문’을 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결과적으로 경부선 지하화 예산은 한국당의 협력으로 반영됐다. 몇 달 전 이야기를 꺼낸 것은 내년도 국비 확보를 위한 부산 여·야·정의 협의 시기가 돌아왔기 때문이다.
시는 4월 국회 일정이 확정되는 대로 부산 여야와 협의하는 일정을 잡는다고 한다. 그런데 벌써 시와 민주당, 한국당 간 불협화음이 들린다. 부산 한국당 일각에선 시가 내년 총선 때 한국당 의원에게 불리하도록 해당 지역의 사업을 재조정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이에 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펄쩍 뛴다. 내년 총선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돼 양측의 불신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시와 민주당이 생각하는 ‘부산 발전안’이나 한국당이 추진해온 ‘부산 청사진’이나 무결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부산 정치 구도는 협의를 숙명처럼 안고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 공개 석상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논쟁해야 한다. 시작은 불편하고 느리겠지만, 이후의 과정은 훨씬 빠르고 힘 있게 추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정치부장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