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살아가면서 매우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정보탐색이다. 정보란 의사결정의 순간 가장 핵심이 되는 자원이다. 길을 찾다 두 갈래 길을 마주치면 당황하게 된다. 어느 길로 가야 목적지로 가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이때 주위 건물에 대한 정보는 길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 단서가 된다. 기업인에게 정보는 더욱 중요하다. 특히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을 경우 그렇다. 많은 기업인이 신사업을 찾으면서 애를 먹는다. 갑자기 찾으려고 하니 마음만 바쁠 뿐 원하는 비즈니스를 찾을 수 없다. 이것을 찾으려면 미리미리 그리고 여기저기 둘러보는 수고를 해두어야 한다. 핵심정보를 얻기 위해 불필요할 정도로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남자와 여자의 정보탐색 습관을 알아보자. 결론만 먼저 말하면 좋은 정보를 찾는 데 여자의 방법이 남자의 방법에 비해 유리하다.
한 학술잡지에 재미있는 연구가 하나 실렸다. 남자와 여자의 물건 사는 습성을 비교한 것이다. 이 연구는 남자와 여자가 정보를 얻는 방식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연구 내용은 이렇다. 일단의 남자와 여자를 백화점 앞에 모아 놓고 임무를 주었다. 갭 브랜드의 청바지를 한 벌 사오라는 것이었다. 임무가 주어지자 남자들은 쏜살같이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 청바지를 사가지고 돌아왔다. 걸린 시간은 평균 6분이었다. 여자들도 동일한 임무를 수행했다. 그런데 평균적으로 걸린 시간이 3시간26분이었다. 왜 이런 차이가 났을까. 정보탐색과정에 차이가 있었다. 남자들은 백화점 어디에 갭 청바지 매장이 있는지를 확인한 후 재빠르게 그곳으로 가 청바지를 사왔다. 여자들은 달랐다. 그들은 백화점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것에 관심을 보였다. 옷, 화장품, 보석, 주방용품 등 그들은 백화점 구석구석에 있는 가게들을 둘러보며 돌아다녔다. 이런 여행이 다 끝난 후 청바지를 사서 돌아왔다. 그러니 긴 시간이 걸렸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에 실린 내용이다.
비슷한 다른 연구가 있다. 물건을 살 때 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시각정보를 얻는지를 보는 연구다. 이들에게 시선추적장치를 달아주고 백화점 상품을 둘러보게 했다. 남자들은 대체로 매장에 들러 한 번 휙 쳐다보는 것으로 정보탐색을 마쳤다. 자신이 사야 하는 상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대충 훑어보고 결정했다. 세세한 것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여자들은 반대였다. 매장에 있는 물건 하나하나를 들쳐보며 꼼꼼하게 살폈다. 자신이 살 물건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자세히 살펴보았다. 웬만하면 넘어갈 만한 제품의 흠집도 찾아냈다. 이 연구는 남자와 여자의 이런 행동에 대해 남자는 거시적 내비게이션 지향성을 갖고 있고 여자는 미시적 내비게이션 지향성을 갖는다고 결론지었다.
백화점에서의 남녀차이를 보면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정보탐색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남자는 목표 매장을 확인한 후 물건을 빠르게 사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 물건도 사이즈만 맞으면 자세히 쳐다보지 않고 샀다. 정보탐색 효율성이 정말 좋다고 할 수 있다. 여자는 정반대다. 백화점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사야 하는 것과는 아무 관련 없는 모든 정보를 얻은 후 사야 할 물건을 샀다. 그리고 청바지 하나를 고르더라도 매우 꼼꼼하게 살폈다.
그럼 남자의 정보탐색 방식이 여자보다 더 유리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남자의 직진적, 목표지향적 그리고 직관적 정보탐색은 기업인 특히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는 기업인에게는 매우 불리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비즈니스가 될 만한 사업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잘 될 것 같은 것은 누군가 하고 있어서다. 어떤 틈새를 치고 들어가야 하는데 이 틈새를 찾기가 너무 어렵다. 그리고 아무리 작은 사업 하나라도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사업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리스크를 피하기 어렵다. 이런 세상에서는 남자가 정보를 얻는 방식으로는 쓸만한 신사업을 찾아내기 어렵다. 그리고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보지 않고 대충 방향만 보고 사업을 시작하면 망하기 십상이다. 새로운 사업을 찾을 때는 여자의 정보탐색 방식이 훨씬 유리하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느리게 하는 정보탐색이 갖는 장점이 있다. 우연성이 제공하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말 좋은 비즈니스는 열심히 계획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좋은 비즈니스는 우연히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다 또는 우연히 어딘가를 방문하다 얻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경우가 참 많다.
김여진이라는 기업인이 있다. 그녀는 ‘공차’라는 대만 음료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를 한국에 들여와 대박을 터뜨린 사람이다. 그녀는 원래 가정주부였다. 남편을 따라 머물게 된 싱가포르에서 우연히 공차를 마셔본 후 대만 본사에서 프랜차이즈권을 획득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이런 우연성은 일반적인 남자들의 정보탐색방식으로는 찾아내기 어렵다. 남자들은 필요한 정보에만 관심을 갖는 직진성향을 갖고 있다. 그러다 보면 좌우를 보지 못한다. 직진성은 효율적이지만 주위의 정보를 놓치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남자들은 해외출장을 가도 가야할 곳만 휑하니 다녀온다. 주위에 전시회가 있으면 이왕 간 거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찾을 만하지만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가지 않는다. 여자들은 반대다. 불필요할 것 같은 정보에도 관심을 갖는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이 정보 저 정보를 담아둔다. 여자들은 우연이 주는 정보에 대한 가치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어서다. 그리고 여자들은 자신에게 일어날 모든 위험을 계산하면서 정보를 찾는다. 혹시 사려는 옷이 남편의 다른 옷들과 잘 맞을까. 옷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염려를 줄이려다 보니 매우 자세한 정보탐색을 한다. 기업인들은 여자들의 이런 정보탐색 습성을 배워야 한다. 신사업을 찾을 때는 더더욱 그러하다.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