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 예술의 정의가 뭐라 생각하십니까?”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는 후배로부터 뜬금없이 이런 카톡이 왔다. 그는 해외 유명 미술관 즐겨 찾고 오페라 감상을 좋아하는 자칭 문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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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작곡가 쇼송의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시곡’이 담긴 CD 표지(왼쪽 사진). 영국민요를 본 윌리암스가 각색한 ‘Green Sleeves’가 수록된 CD 표지. |
예술의 정의는 사전에 ‘인간의 여러 활동 가운데 미를 탐구하는 활동 내지는 미적 환상을 형성시키는 창조 활동’이라 돼 있고, 학문적으로는 더욱 복잡 다양하게 기술하고 있다.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필자는 정신세계를 고양시켜 삶의 올바른 가치관과 아름다움을 발견해나가는 행위라고 어물쩍 넘겼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문학이나 그림을 이해하지 못하면 “공부 좀 해라”라는 충고가 통할지 모르지만 음악을 즐겨 듣는다는 것은 공부해서 될 일은 아닌 성싶다.
‘웃음 짓는 커다란 두 눈동자 / 긴머리에 말 없는 웃음이 / 라일락꽃 향기 흩날리는 교정에서/ 우리는 만났죠…’라는 외국 곡에 가수 윤형주가 노랫말을 붙인 ‘우리들의 이야기’다. 교정에 라알락꽃 향기가 가득할 때면 즐겨 부르던 노래와 함께 싱그러움을 안고 찾아온 4월, 그리고 5월 축제에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젊은 날들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요즘은 강의가 거의 첫 시간부터 계속 이어질 때가 많다고 듣고 있지만 중·장년 이상 연령대의 학창시절은 중간에 빈 강의시간을 이용해 화창한 봄날 야외미팅을 즐기기도 했고, 음악감상실에 묻혀 음악도 듣고 책도 읽는 낭만이 있었다.
지금은 아파트촌으로 변해 버렸지만 라일락 향기가 가득한 다대포 구평(일명 낫개)오솔길과 언덕 너머 수평선 위로 피어 오르는 뭉게구름은 잊을 수 없는 풍광이다. 그 시절 들었던 음악 중 영국민요를 본 윌리암스가 각색한 ‘푸른 옷소매에 의한 환상곡, 일명 Green Sleeves’도 좋았고, ‘The Lark Ascending (종달새는 하늘을 날고, 필자의 임의 명명)’ 등은 지금도 변함없는 애청곡이다.
요즘은 19세기 프랑스 작곡가 ‘쇼송’이 만년에 작곡한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시곡’과 프랑스 시인 M. 부쇼르의 시에 곡을 붙인 ‘사랑과 바다의 시’에 들어 있는 가곡 ‘리라꽃 필 무렵’에 귀를 기울이곤 한다. 후자가 지나간 사랑의 애틋함을 노래한 곡이라면 전자는 젊은 날의 정열과 우수를 그린, 중년의 그리움을 표현한 곡이다.
5월의 화사함을 노래한 독일 낭만파 시인 ‘하이네’의 시구에서처럼 젊음과 낭만의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오건만 나이가 들수록 허전해져가는 중년의 텅 빈 가슴을 채우는 데는 한 잔의 소주가 제격이리라. 멀리 가로등 사이로 하얗게 비치는 라일락꽃 향기를 타고 들려오는 칸초네 ‘꽃피는 언덕에 눈물 짓고’에 마음을 기대보며 또 한 해의 봄날이 저만치 지나가고 있다.
필하모니 대표·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