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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직 피는 완전히 씻기지 않았다 /신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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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뿌려진 피는 깨끗이 씻겨 있었다. 수습은 빨랐고, 참극의 현장은 금세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유족들의 가슴에는 여전히 씻기지 않은 피가 남았다.

지난 17일 경남 진주시 가좌동의 한 아파트에서 안인득(42)은 흉기로 이웃 주민 11명을 찔렀다. 그날 새벽 4시30분부터 20분 동안 5명의 무고한 생명이 목숨을 잃었다. 안인득이 긴급체포되고 끔찍한 참극이 끝난 뒤 경찰은 사건 현장에 폴리스라인을 치고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다. 북적거리는 취재진과 난망해하는 주민들, 안인득이 스스로 불태운 자기 집의 그을음이 망자들을 대신해 이곳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합동분향소에서 유족들은 행정안전부 장관부터 경찰청장까지 수많은 ‘장(長)님’을 맞아야 했다. 그들은 새벽에 뿌려진 피를 거론하는 걸 좋아했다. “얼마나 상심이 크느냐”는 그들의 말에 유족들은 아물지 않은 상처를 더듬어 아픔을 확인해야만 했다.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장님’을 향해 유족들은 왜 나의 가족이 죽었는지, 왜 그대들은 숱한 비명에 그토록 무관심했는지 알고 싶다고 묻고, 또 물었다. 유족들은 8차례 경찰 신고에도 안인득을 방치한 이유를 듣고 싶었다. 그가 양손에 칼을 쥐고 내 가족의 목을 찌를 수 있었던 필연적 사유를 말해주기를 바랐다. 사람은 피를 많이 흘리면 죽는다는 물리적 사실이 아닌, 그들이 피를 흘리며 숨져야 했던 실체적 진실을 원했다. 수많은 ‘장님’은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앵무새처럼 말했다. 그러나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유족에게 답이 될 수 없었다. 물음은 비워진 채 남겨졌다. 유족들은 빈말에 알맹이를 담으라며 울부짖었다. 듣지 못한 대답을 듣고자 희생자 5명 중 4명의 유족은 아직 발인을 하지 않고 있다. 숨진 이들이 이승을 떠나기 전까지 그날의 피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경찰은 안인득뿐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조사를 병행하고 있다. 아파트 주민에게는 예전부터 공포의 대상이었던 그의 행동에 적절히 대응했는지, 경찰의 잘못은 없었는지 확인하는 차원이다. 여러 정부 기관도 제도적 미비점을 살피고 있다.

부디 그날의 비극이 무엇으로부터 비롯된 참사였는지 밝혀지길 바란다. 앵무새 같은 대답 대신 경찰의 뒤늦은 자성이 아직 씻기지 못한 피를 마저 닦아줄 수 있길 기원한다.

사회부 met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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