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화단에 유행했던 그림 가운데 ‘오동폐월(梧桐吠月)’이 있다. 어느 가을날 밤 삽살개 한 마리가 오동나무 꼭대기에 걸려 있는 달을 쳐다보며 무작정 짖고 있는 그림이다. 천재 화가로 유명한 장승업(張承業, 1843~1897)의 그림으로 유명해진 후 심전 안중식 등 적지 않은 화가가 유행처럼 따라 그렸다. 그러나 이러한 그림은 그 이전부터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역시 김득신(金得臣, 1754~1822)의 ‘출문간월도(出門看月圖)’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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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득신의 ‘출문간월도’. |
김득신은 명문화가 집안 출신으로 산수·화조 등 모든 분야에 능한 뛰어난 화가였다. 당대에 김홍도(金弘道, 1745~?)가 국민화가로 명성을 떨쳤지만 풍속도에 관해선 김득신도 그에 못지않았다. 풍자와 해학이 풍속도의 미덕이라면 김득신의 그림이 오히려 김홍도보다 더 깊은 경지에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는 비단 필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잠시 그림을 살펴보자. 화면 가운데에 오동나무가 시원하게 서 있다. 먹의 농담을 이용하여 오동나무 잎을 대담하게 그렸다. 김득신의 빼어난 솜씨가 무르익어 자유자재다. 오동나무 아래 양쪽에 삽살개와 어린 시동이 서서 하늘의 달을 쳐다보고 있다. 삽살개는 달을 보고 짖고 있고, 시동은 사립문을 열고 나와 문고리를 잡고 서 있다. 두 주인공의 시선은 모두 달을 향하고 있다.
그런데 그림도 그림이지만 화제(畵題) 글씨의 내용이 참 재미있다. “한 마리의 개가 짖고, 두 마리의 개가 짖으니, 모든 개가 따라 짖네. 아이를 불러 문 밖에 나가보라 하니, 달이 오동나무 제일 높은 가지에 걸려 있다네.”
이처럼 그림과 잘 어울리는 재치 있고 재미있는 화제가 또 있을까. 당시 사람들은 오동나무를 봉황이 깃드는 상서로운 나무라 생각하였고, 삽살개는 충성스러우면서도 사악한 것을 쫓아내는 기운이 있는 동물이라 간주했다. 또한 하늘에 떠 있는 달은 주로 ‘임금’을 상징하였다. 그러니 이 그림은 태평성대에 임금이 부르기를 기원하는 사대부의 마음과 관계가 있다.
달이 뜨자 개가 짖는 것은 임금의 눈에 띄고 싶은 신하의 마음이다. 한두 마리 개가 따라 짖다 보면 모든 개가 짖는다 했으니, 결국 세상 사람 모두가 임금의 부름만 기다린다는 뜻이다.
그러나 임금의 위치는 제일 높은 가지에 걸려 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다가설 수 없다. 그런데도 세상 사람은 모두 임금의 사랑만을 기다린다. 온 마을의 달을 보며 따라 짖는 개는 출세를 바라는 현실 속의 인물 군상과 같다. 풍속화가 김득신은 그러한 세태를 풍자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예나 지금이나 속세에서 출세를 바라는 것은 똑같았던 모양이다.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