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새벽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끔찍한 방화·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신문 방송 등 모든 언론은 참사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이를 집중 보도했다. 사건이 끔찍하고 공포스러웠기 때문일까. 5명이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니 참사임에 틀림없다.
두 명의 사회부 기자를 진주의 사건 현장으로 투입한 국제신문은 이 사건을 18, 19, 22일 3일 동안 22건(종이신문 기준)의 기사로 다뤘다. 그중 특히 눈길이 가는 기사는 ‘묻지마 살인 안전지대가 없다’ ‘용의자 상습 난동 예고된 살인 경찰 대응만 잘 했어도’ ‘유족 “경찰이 수차례 피의자 난동 묵살해 터진 인재” 울분’ 이다.
우선 지난 18일 자 1면에 실린 ‘묻지마 살인 안전지대가 없다’ 기사를 살펴보자. 해당 기사에는 사건이 묻지마 범죄로 프레이밍돼 있다. 언제, 어디서 시민을 덮칠지 모르는 범죄 유형으로 범행을 일으킨 안인득의 범행동기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해당 기사의 마지막 문단에 묻지마 범죄 해결을 위한 전문가 멘트를 인용함으로써 그 프레임을 강조했다.
반면 19일 자 지면에 실린 기사는 ‘묻지마 범죄’ 프레임에 부합하는 기사가 아니었다. 국내 언론에서 사용하는 묻지마 범죄 키워드는 ▷불특정 대상 ▷피의자와 피해자가 모르는 사이 ▷범행동기 없음 등 3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묻지마 범죄로만 보기에 어려움이 있다. 국제신문 지난 19일 자 신문 기사를 보면 안인득의 범행 동기는 피해망상 등 질병에서 비롯된 보복성 범죄였다. 또 안인득 본인이 판단하기에 약한 사람을 범행 대상으로 선정했고, 그 대상이 바로 위층 주민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묻지마 범죄 프레이밍이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묻지마 범죄 보도는 범행이 개인적 일탈로 여겨지고 해결책도 개인에 국한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이는 사건의 본질과 해결책을 정확히 짚지 못하는 결과를 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국제신문은 이번 사건을 다각도 프레임으로 다루기 위해 노력했다. 한 프레임의 사용을 지양하고, 이번 사건에 다른 프레임을 적용한 것이다. 사건 발생 원인으로 ‘경찰의 적절한 대처 부족’을 짚었다. 이 기사는 경찰 측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근거로 두 가지를 제시한다. 첫 번째는 주민들이 폭력이나 폭언 등의 일을 경찰에 여러 차례 신고했으나 경찰은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안인득의 그동안의 병력을 파악하지 못한 문제가 그것이다.
‘경찰 대처 부족’과 ‘묻지마 범죄’ 프레임 외에 다른 측면으로 사건에 접근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국내에는 만성 분노형 등 폭력적 성향이 있는 한 개인의 범죄율을 낮추기 위한 뚜렷한 해결책이 미비하다. 지금의 관리제도에는 성인 보호관찰제나 전자장치, 신상 정보 공개 정도가 있다.
진주의 방화·살인 사건 다음 날인 지난 18일 새벽 부산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띤 사건이 발생했다. 한 대학가에서 20대 젊은 남성이 알지도 못하는 여대생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이다. 범인은 절도 강도 성폭행 등 혐의로 10차례나 처벌받은 전력과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이런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정부나 사회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언론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현행 제도가 사건 재발을 막기에 적절한지 혹은 더 나아가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책을 짚어주는 기사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기사의 전개 방향은 사회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살인 등 수위가 높은 범죄의 경우 시민에게 막연한 공포를 줄 수도 있는 반면 해결을 위한 물꼬를 틔우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국제신문은 이번 진주 사건과 관련, 묻지마 범죄를 사례별로 유형화해 대응하는 등 사회적 병리를 막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경찰의 미온적 대처를 질타하는 사건 보도의 정석을 보여줬다. 앞으로도 이번 보도처럼 향후 발생되는 사건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법과 제도 개선 그리고 관행화한 기관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부대신문 편집국장·부산대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