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골프는 ‘4월 오거스타로부터 시작된다’는 얘기가 있다. 전통과 자부심으로 먹고사는 ‘꿈의 무대’ 마스터스가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남자 골프 시즌 첫 메이저대회로, 엄선된 100명이 채 안 되는 선수만 초청받기 때문에 ‘명인들의 잔치’라고도 불린다. 골퍼라면 이 대회 출전 그 자체가 영광이고 훈장이다. 선수들이 가장 나가기 어려운 대회가 마스터스다. 그래서 선수들이 가장 나가고 싶은 대회 또한 마스터스다. 우승자는 트로피 대신 그린재킷을 입고, 챔피언스 디너에 참가한다. 마스터스 평생 출전권도 보장된다.
갤러리가 되는 것도 어렵다. 본대회가 아닌 연습라운드 관람 티켓도 추첨을 통해 판매한다. 본대회 티켓은 패트런(후원자)이라고 불리는 약 4만 명만 구입할 수 있다. 한 번 패트런이 되면 평생 티켓을 살 권리가 생긴다. 아무도 이 권리를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패트런 신청은 이미 1972년 마감됐다. 대회 티켓 값은 다른 메이저 대회에 비해 싸며, 패트런은 타인에게 티켓을 팔 수도 있다. 나흘 동안 입장 티켓의 암표는 1만 달러 이상이다.
패트런은 이런 혜택을 받는 대신 의무도 많다. 코스에서 뛸 수도 없고, 플래카드를 가지고 나올 수도 없다. 코스에서 선수에게 사인을 요구하지도 못한다. 그런 사람은 바로 쫓겨나며 이듬해부터는 티켓을 살 수 없다.
오거스타는 경기 중계권을 다른 메이저 대회보다 싸게 판다. 대신 방송사는 골프장의 통제를 받는다. 마스터스는 한 번도 중계 방송사를 바꾸지 않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교체하기 위해 매년 계약을 갱신한다. 클럽의 귀에 거슬리는 품위 없는 말을 한 아나운서는 그만둬야 한다. 방송중계 시 광고는 한 시간에 4분으로 제한된다. 중계방송에 광고를 하는 기업은 존경받는 회사여야 하며 클럽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반 9홀은 중계하지 않았다. 신비감이 있어야 하고 직접 대회장을 찾은 패트런이 시청자보다 많은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였다.
시설도 아주 첨단이다. 그린 지하에 있는 관리실에서 토양의 온도, 습도, 산소량 등을 조절하는 등 코스 관리가 철저하다. 잔디를 아주 짧게 깎아 그린 표면이 매끄러우므로 속도조절이 매우 어려운데 특히 11, 12, 13번 홀이 심한 난코스여서 선수들이 기도를 한다는 의미에서 아멘 코너라고 부른다.
매년 같은 곳에서 열리지만 코스의 난이도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으며, 대회 전 5개월가량은 코스를 닫고 더 좋은 상태를 만들기 위해 관리를 한다. 코스 구조상 실수나 운이 아니라 두뇌, 기술, 정신력으로 승패가 결정나게 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오거스타는 체계적이고 완벽한 대회 운영으로 권위와 명예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대회 예산은 TV 중계료와 기념품 판매 등으로 충당한다. 따라서 상업성을 띠지 않아 골프만을 위한 가장 순수한 대회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무나 가질 수 없기 때문에 갖고 싶은 초고가 명품처럼, 마스터스는 닫아둠으로써 신비함과 화려함을 얻었다.
올해 마스터스는 ‘황제’ 타이거 우즈의 귀환을 화려하게 알리며 막을 내렸다. 43세의 우즈가 지난 14일(현지시간)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14년 만에 5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메이저대회로는 11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서 통산 15승째를 거머쥐었고, PGA 투어로는 81승을 기록해 샘 스니드의 통산 최다승 82승에 1승 차로 바짝 다가섰다.
우즈는 1997년 마스터스에서 메이저대회 첫 우승을 했다. 당시 최연소, 최소타, 최다 타수 차라는 기록을 세우며 골프 황제의 탄생을 알렸다. 이번 우승으로는황제의 귀환을 알린 것이다.
그동안 7차례의 크고 작은 수술과 각종 사건 사고에 휘말려야 했던 타이거 우즈는 불과 재작년까지만 해도 심각한 허리 부상으로 인해 PGA 투어 커리어를 마감하려 했다. 그러나 역경을 딛고 다시 일어선 그는 결국 자신의 이름을 만천하에 알린 마스터스에서 다시 그린재킷을 입으며 골프 팬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앞으로 통산 최다승에 이어 잭 니클라우스의 메이저대회 18승까지 넘어서는 멋진 행보를 응원해본다.
부산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