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람선 한 척 스스로 못 띄우는 해양수도.’
지난해 1월 부산시의 해양자치권 확보가 시급하다는 본지 기사의 제목이다. 해양수도 부산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줘 지역시민단체의 반향이 컸다. 그해 3월 부산시와 ‘해양수도 부산 범시민네트워크’는 해양자치권 촉구 범시민 결의대회를 열었다. 당시 시는 극지활동진흥법과 공공기관운영법, 수상레저사업 관련법, 유선·도선사업법 등 5개 법령의 제·개정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1년여가 흐른 지난 4일 부산시는 민·정·관·학·연이 총망라된 ‘해양 자치권 확보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중앙정부가 독점한 해양 개발 및 관리 권한을 이양받기로 하고 부산항만공사(BPA) 운영 자율성 확보, 유휴 항만 개발·관리권 이양, 마리나 항만 개발 및 마리나업 등록 권한 이양, 해사전문법원 설립, 수협 중앙회 부산 이전 등을 핵심과제로 정했다. 시는 본격적으로 해양자치권을 확보하기로 하고 관련 법령 개정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시의 움직임에 공감은 가지만 왠지 연례행사 같은 기시감이 든다.
수차례 언급됐지만 항만 개발·운영권이나 해양관광 시행권 등의 해양 관련 사무가 중앙정부의 권한으로 계속 있는 한 해양자치권 확보는 어렵다.
하지만 해양자치권을 중앙정부로부터 이양받기 위해서는 해양수도 부산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면밀히 수립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 관점 아래 치밀하고 체계적인 추진 전략을 갖춰야 한다. 과연 부산시가 이런 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싱가포르 런던 등 해양수도를 표방하고 있는 해외 도시들은 도시 비전을 단기 5년, 중기 10년 등으로 수립하지만 부산시는 해양을 중심으로 한 도시 발전 계획과 실천 방향이 과연 있는지 묻고 싶다.
특히 해양수도를 지향한다는 부산시의 해양수산 예산은 쥐꼬리만하다. 해양전문가라고 자부하는 오거돈 시장 취임 이후 기존 해양수산국이 해양농수산국으로 통합됐다. 여기에 해양관광 업무만 해도 부산시 문화체육관광국, 해양농수산국, 부산관광공사 등으로 흩어져 있고 담당공무원도 수시로 바뀌는 게 부산시 해양정책의 현실이다. 과거 ‘해양수도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해양수도 개념이 불명확하고 법이 제정된 후 부산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정부를 설득할 수 없었다.
시가 최근 해양 자치권 확보 추진위를 구성했지만 참가 단체와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은 것을 봐도 치밀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시는 BPA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제2 신항’ 건립을 계기로 부산·경남항만공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제2 신항이 경남 진해에 조성되면 BPA의 관할 지역이 확대돼 부산과 경남이 함께 항만공사를 지방법인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BPA는 자율성이 확보되는 법인화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시가 북항을 관리하고 마리나 항만 개발사업권을 가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BPA로서는 북항이 주요 자산인데 북항 개발·관리권을 이양하면 자산 감소와 부채 비율 증가로 투자여력이 반감돼 오히려 부산항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추진위를 구성하기 전 시가 BPA와 이런 중요한 사안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지 않은 것이다.
수산분야에서도 시는 ‘부산공동어시장’의 관리·감독권을 가지기 위해 공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2008, 2014년 등 과거에도 추진했지만 어시장의 지분을 가진 5개 수협에 청산 비용을 마련해주지 못해 무산됐다. 시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에 지원 예산을 요청해 실패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지방채 발행이나 수협중앙회를 법인 설립에 참여시키는 등 다양한 전략을 세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수협중앙회는 정식으로 제안을 받은 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해양자치권을 확보하겠다는 말보다는 치밀하고 설득력 있는 계획을 먼저 수립하고 실천 전략을 짜야 한다. 그래야 시가 또다시 들고나온 해양 자치권이 내년 총선을 타깃으로 한 해묵은 선거 아이템으로 전락하지 않을 것이다.
해양수산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