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대에 우뚝 선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LOVE YOURSELF 結 ‘Answer’’앨범의 타이틀곡인 ‘IDOL’은 세계 음악과 문화를 아우르는 월드뮤직의 모습을 보여준다. 곡 중 국악의 장구 구음(口音)인 ‘덩 기덕 쿵 더러러’ 그리고 ‘얼쑤 지화자’와 같은 판소리 추임새가 등장한다.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는 아이돌 음악에 국악이 들어갔다 하면 대부분 ‘국악이 과연 어울릴까’라고 생각할 것이다. 결과는 국내는 물론 미국 빌보드 ‘핫 100’ 1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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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의 2017 러시아 야쿠츠크 백야 국제뮤직페스티벌 협연 포스터. |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의 앨범 수록곡 ‘하여가’에 국악기 태평소의 능계가락이 나온다. 비슷한 시기 김덕수 사물놀이와 독일의 재즈그룹 레드선의 콜라보 앨범이 연속 발매되며 유럽을 오가며 연주했고, 안숙선 명창이 수궁가를 외국 색소폰 재즈 연주자와 너무나 자연스럽게 공연했다. 요즘 경기민요와 밴드의 콜라보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씽씽밴드의 대중적 인기처럼 우리가 예전부터 듣던 국악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것에 대한 놀라움과 국악의 재발견에 대중은 열광하고 빠져들었다.
이런 예가 다소 생소할지 모르나 국악의 장르와 장단은 대중이 평생 살면서 다 접해보지 못할 만큼 다양하다. 궁중음악에서 무속음악까지 그리고 서양 연주자들에게는 연주하기 매우 어려운 한 장단의 리듬 주기가 20박인 아주 느린 장단부터 가장 빠른 휘모리장단까지 그 많은 레퍼토리는 세상의 모든 음악과의 콜라보가 가능하다. 결국 이 많은 음악에서 함께할 장르와 어우러지는 요소를 찾아내는 안목과 시도가 필요할 뿐이다.
필자는 재작년 러시아에서 열린 야쿠츠크 백야 국제뮤직페스티벌에 국악인으로는 처음 참가했다. 첫날 독주회 때는 오프닝을 국악기 피리와 러시아 전통악기 발랄라이카 연주자들과 러시아민요 ‘백야’와 ‘카츄샤’를 연주하며 피리로 러시아의 음악을 만났다. 마지막 날 피날레 콘서트의 피리협연에서는 러시아 오케스트라가 아리랑을 만났다. 연주 후 현지 관객들의 반응은 물론 함께했던 러시아 연주자들과의 교감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한국 전통 장단 중 5박으로 구성된 엇모리장단이 있다. 이 5박을 사용해 모던 재즈사에 한 획을 그은 불후의 명곡이 있다. 데이브 브루벡의 ‘Time Out’ 음반 수록곡 ‘Take Five’가 그 곡이다. 그는 1950년대 솔로 즉흥연주에서 4분의 4박자에만 제한되어 있지 않은 폴리 리듬을 적용시키는 다양한 시도를 위해 중동과 인도 지역을 여행하며 만난 뮤지션들과 교류한 경험으로 이 음악을 탄생시켰다. 국악 전공자는 물론 강원도 아리랑을 부르는 어르신이면 누구나 이 5박 엇모리장단은 자유롭게 변형시키며 즉흥연주를 할 수 있다. 데이브 브루벡이 음악수집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면 새로운 재즈 역사가 생겨나지 않았을까. 국악은 세상 모든 음악과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
소리연구회 소리숲 대표·음악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