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옴부즈맨 칼럼] 과연 ‘아름다운 조화(令和·레이와)’가 될 것인가 /이동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4-30 19:52:46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일부터 나루히토(59) 새 일왕의 시대가 시작된다. 연호는 ‘레이와(令和)’다. 연호란 군주제 국가에서 임금이 즉위하는 해에 붙이는 이름으로, 서기 대신 사용하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이를 원호라 통칭하는데 관공서의 서류 등 일상생활 속에도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필자도 유학시설 각종 서류에 생년월일을 일제강점기 일왕인 히로히토의 연호인 ‘쇼와(昭和) 몇 년’으로 기입해야만 했다. 연호 사용 의무는 외국인도 예외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연호에는 일왕의 존재가 내재돼 있어 무의식적으로 일왕의 권위 아래 놓이게 되는 셈이다.

일본의 국민적 관심사인 연호를 결정하는 과정은 매우 비밀스럽게 진행됐다. 당초 6개의 후보가 있었지만 어떻게 최종 결정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공영방송인 NHK조차도 후보 단어의 발음에 대해 정확하게 알 수 없어 예상되는 복수의 발음을 소개할 뿐이었다. 아주 중요한 단어인 만큼 전국 공모를 하거나 국민 의견을 물을 만도 한데 철저하고도 은밀한 가운데 진행되고 발표됐다.

국제신문에 의하면 일본정부는 지난달 1일 나루히토 새 일왕 즉위를 한 달 앞두고 열린 임시각의에서 ‘헤이세이(平成)’를 대체할 연호로 ‘레이와’를 선정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레이와’에는 ‘아름답게 마음을 맞대면 문화가 태어나고 자란다’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했다.

그러나 ‘레이와’의 뜻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기도 했다. 로이타통신은 ‘레이’ 즉 ‘령(令)’은 주로 ‘명령’의 의미로 사용되는데, 권위주의적 뉘앙스가 일부에게 불쾌감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BBC 전자판에서는 ‘령’은 명령, ‘화’는 조화나 평화를 의미한다고 보도하고, 다만 ‘령’에는 좋다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부랴부랴 일본정부는 ‘레이와’의 의미를 외국에 ‘아름다운 조화(beautiful harmony)’로 설명하도록 지시했다. 아사히신문 지난 4일 자에 따르면 일본정부는 ‘명령’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부정하지만 야당에서는 “레이(令)는 명령을 뜻하는 것으로 아베 정권이 지향하는 국민에 대한 규율과 통제 강화가 드러난다는 느낌을 부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연호는 일본의 패망과 역사를 같이했다. 전쟁에서 승리한 연합국은 일본에 군정을 실시하고 더글라스 맥아더를 사령관에 임명해 전권을 부여했다. 그는 일왕을 정점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일본의 특징을 잘 알았고, 일왕의 권위와 영향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일왕을 전범재판 법정에 세우는 것보다 존속시키는 것이 미군의 점령정책에 더 효과적이라 판단했다.

맥아더는 일왕을 유지시키는 대신 전범의 상징인 연호제는 폐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전후 자민당은 연호제를 부활시키기 위해 1976년 1월 ‘원호법제화 실현국민회의’를 발족했다. 야당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해 7월 연호를 정령(政令)으로 하고 왕위 계승이 있을 경우에 한해 개정한다는 내용의 ‘원호법’을 공포했다. 이 법에 따라 관공서의 서류에 연호사용이 강제되고 의무화됐다. 이후 1989년 1월 히로히토 일왕이 사망한 후 새 연호의 제정을 둘러싸고 다시 한번 존폐가 쟁점화 됐지만 자민당 정권의 의도대로 ‘헤이세이(平成)’라는 연호가 제정됐다.

1979년의 원호법과 1989, 2019년의 새 연호는 여러 정당의 엇갈린 입장에도 불구하고 모두 자민당 정권의 뜻대로 제정됐다. 일상 생활 전반에서 일본 국민의 의식을 보수 지배계층이 의도하는 대로 유도하고자 하는 정치 이데올로기적 배경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새 연호인 ‘레이와’도 대내외적으로 표방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조화’라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새 일왕 나루히토는 패전국 일본의 책임자였던 히로히토 일왕의 손자이다. 그가 앞으로 어떠한 행보를 하게 될지 지켜보자. 특히 한국을 비롯해 수많은 피해를 입은 아시아 국가들과 연호의 뜻대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지 주목하자. 주변국에서 새로운 일왕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부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낮 최고 13~18도
  2. 2서범수 의원, 농지 훼손·환경오염 막는 강화 법률 개정안 발의
  3. 3반도체 날개 달고 韓 수출 사상 첫 9000억 불 돌파…올해 1조 달러 달성할 듯
  4. 4정부, “가덕도신공항 건설 대한 주민 의견 최대한 많이 들을 터”
  5. 5부산서 ‘불멍’ 즐기다 날벼락…일가족 2명 다쳐
  6. 6[속보]피 토하는 아들 방치하고 사망보험 가입한 보험설계사 母 징역 3년
  7. 7진주서 택시 화재…운전자 등 2명 화상
  8. 8오픈AI 샘 올트만 깜짝 방한…삼성 사장단에 AI 특강(종합)
  9. 9[속보] 핼러윈 인파 혼잡에 6호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10. 10진주시, 70여 년 만에 보건소 단독 신청사 건립
  1. 1서범수 의원, 농지 훼손·환경오염 막는 강화 법률 개정안 발의
  2. 2이 대통령 '순방 외교' 공방, '돼지 눈엔 돼지" 표현 논란도
  3. 3[속보] 국힘 장동혁, 李대통령에…“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나”
  4. 4장동혁 “李대통령 ‘황제골프’ 수준 넘어 ‘민폐골프’”
  5. 5한미일 외교장관 “北 완전한 비핵화 위한 의지 재확인”
  6. 6李대통령 "다문화 지원 필요하나 역차별까지 정당화 안 돼"
  7. 7진성준 뒤늦게 美비자 발급, 野"한미동맹 균열 드러낸 외교 망신"
  8. 8“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9. 9“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10. 10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1. 1반도체 날개 달고 韓 수출 사상 첫 9000억 불 돌파…올해 1조 달러 달성할 듯
  2. 2정부, “가덕도신공항 건설 대한 주민 의견 최대한 많이 들을 터”
  3. 3오픈AI 샘 올트만 깜짝 방한…삼성 사장단에 AI 특강(종합)
  4. 4롯데렌탈 매각 거래종결, 1조3000억원가량 대금 확보
  5. 5[속보]‘엿새째 무소식’ 부캉이 진짜 떠났나…3일 최종판단
  6. 6못 말리는 한국 제품 인기…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 눈앞에(종합)
  7. 7은행 부실채권 1년만에 1조3000억 늘었다…8년6개월만에 최대
  8. 8동원개발, 협력사와 손잡고 ‘안전보건 상생’ 다짐
  9. 91248회 로또 복권 1등 15명…당첨금 각 19억 3365만 원씩
  10. 10기초연금 받으면 부자?…수급 상위 1% 근로소득 월 220만원
  1. 1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낮 최고 13~18도
  2. 2부산서 ‘불멍’ 즐기다 날벼락…일가족 2명 다쳐
  3. 3[속보]피 토하는 아들 방치하고 사망보험 가입한 보험설계사 母 징역 3년
  4. 4진주서 택시 화재…운전자 등 2명 화상
  5. 5[속보] 핼러윈 인파 혼잡에 6호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6. 6진주시, 70여 년 만에 보건소 단독 신청사 건립
  7. 7부산 영도 조선소 러시아 어선 화재…소방대원 1명 부상
  8. 8[속보]‘공무원증 보여주며 안심시켜’ 60억 전세사기 前 경찰관 항소심서 감형
  9. 9울산시, 노동안전감독과 신설 등 '2026년 하반기 조직개편안' 입법 예고
  10. 10거창군, 입영 청년에게 지원금 10만 원 지급
  1. 1‘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2. 2“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3. 3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4. 4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5. 5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6. 6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7. 7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8. 8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9. 9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10. 10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클릭으로 여는 독도
지긋지긋한 론스타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회 출석 거부하며 장외 사실호도 일삼는 지광
AI 해킹 범죄 고도화…수사 공백 해소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한국 경제 떠받치는 중장년, 이제 다시 봐야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