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상대빈곤율은 17.4%이다. 상대빈곤율은 중위소득의 50% 이하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하는데, 정확하게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이 중위소득의 50% 이하에 속하는 인구를 전체 인구로 나눈 값이다. 중위소득은 전체 가구를 소득수준에 따라 정렬한 상태에서 딱 가운데 위치한 가구의 소득을 말한다. 한국은 미국과 함께 소득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거의 절반을 가져갈 정도로 소득 불평등이 심하기 때문에 유럽 복지국가들에 비해 중위소득의 크기가 작다. 해서, 한국의 상대빈곤 인구는 실제로는 절대빈곤에 가까울 만큼 가난한데, 2017년 현재 전체 인구의 17.4%나 된다.
한국의 상대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국가 중 3번째로 높다. 미국이 17.8%(2016년)로 가장 높고, 다음이 이스라엘이다. 상대빈곤율이 가장 낮은 국가는 덴마크로 5.5%(2015년)이고, OECD 평균은 11.8%다.
이번에는 한국의 연도별 상대빈곤율 추이를 살펴보자. 2011년 18.6%였던 상대빈곤율은 2012년 18.3%, 2013년 18.4%, 2014년 18.2%로 조금씩 증감을 거듭하다 2015년엔 17.5%로 크게 감소했다. 그리고 2016년엔 17.6%로 약간 증가했고, 다시 2017년엔 17.4%로 전년에 비해 0.2%포인트 하락했다.
2018년의 상대빈곤율은 어떨까. 이를 유추하기 위해 2월 말 발표된 ‘2018년 4분기 가계 동향 조사’ 결과를 살펴보자. 고소득층과 중간층은 소득이 증가한 반면, 소득하위 40% 계층은 소득이 감소했다. 즉 소득상위 20% 계층의 2018년 4분기 소득은 2017년 동기에 비해 10.4% 늘었지만, 소득하위 20% 계층은 17.7%나 줄었다. 그리고 소득하위 20~40% 계층의 2018년 4분기 소득도 전년 동기에 비해 4.8% 줄었다. 종합해보면 2018년 4분기의 중위소득은 조금 늘어났는데 비해 하위소득 계층은 전년 동기에 비해 소득이 줄었고, 특히 상대빈곤율 17.4%와 겹치는 하위 20% 계층의 소득은 17.7%나 줄었다. 결국 2018년 상대빈곤율은 2017년의 17.4% 보다 증가했을 개연성이 크다.
우리 사회의 핵심 과제는 격차 사회의 모순을 해소하는 것이고, 이를 위한 최우선적 목표가 바로 상대빈곤율의 축소다. 선진 복지국가의 상대빈곤율이 5~10%이고 OECD 평균이 11.8%인 점을 감안할 때, 상대빈곤율 17.4%는 너무 높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제2차 사회보장 기본계획’을 통해 상대빈곤율을 2017년 17.4%에서 2023년 15.5%로 낮추고, 2040년엔 OECD 평균 수준까지 낮춘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목표를 지켜보며 우리는 두 가지 의문을 갖게 된다. 하나는 상대빈곤율 감축 속도가 왜 이렇게 더디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렇게 많은 상대빈곤자를 제도적으로 보호할 전략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한국은 상대빈곤자의 다수가 사실상 절대빈곤에 가깝다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이 중 극히 일부만이 공공부조의 도움을 받고 있다. 공공부조인 국민기초생활보장의 수급자는 2018년 말 현재 174만 명(생계급여 123만, 의료급여 140만, 주거급여 153만, 교육급여 31만)으로 전체 인구의 3.4%다. 여기서 가구의 소득인정액이 기준중위소득의 30% 이하에 해당하는 생계급여 수급자는 123만 명으로 인구의 2.4%에 불과하다. 결국 상대빈곤율 17.4%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2.4~3.4%를 빼면 최소한 전체 인구의 14%는 절대빈곤에 가까운 상대빈곤 인구임에도 공공부조 혜택에서 제외돼 있다.
이것이 복지 사각지대 내지 정책 공백지대에 해당한다. 포용적 복지국가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이 부분을 메워야 한다. 먼저 국민기초생활보장을 확충해야 한다. 절대빈곤에 가까운 상대빈곤율이 17.4%인 나라에서 3.4%의 빈자만을 보호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공공부조에 지나치게 부담을 지우는 건 옳지 않다. 그래서 보편적 사회보장이 중요하다. 일자리와 소득 및 사회서비스 보장이 유기적·통합적으로 제공되도록 해서 누구라도 사회보장을 통한 자립적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빈곤층으로 떨어지게끔 방치해놓고, 일부 극빈자만을 공공부조로 보호하려니까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것이다. 빈곤층으로 추락하지 않게끔 보편적 사회보장이 잘 작동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보편적 사회보장의 중요성을 ‘송파 세 모녀’ 사례로 설명해볼 수 있다. 당시 가족의 생계는 식당 일을 하던 엄마 박 씨가 책임지고 있었는데, 자살 한 달 전에 오른팔을 다치면서 일을 못하게 됐다. 그때부터 소득이 단절됐다. 두 딸은 소득이 없었으므로 박 씨가 식당 일로 벌던 월 150만 원이 이 가구의 총수입이었다. 이 정도의 소득이면 절대빈곤선을 넘나드는 상대빈곤 가구에 속한다. 만약 한국이 실질적인 보편적 복지국가였다면 어땠을까. 당연히 4대 사회보험이 작동했을 것이고, 박 씨는 산재보험이나 고용보험으로 월 150만 원에 가까운 급여를 수령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송파 세 모녀는 공공부조에 의존하거나 자살하는 것 대신에 복지국가의 국민으로 경제활동을 계속 영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의 적용 대상을 확대해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노동시장이 양극화돼 있고 불안정 노동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고용보험이 없어도 공공부조 대상자로 추락하지 않고 직업적으로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별도의 소득보장 제도다. 2020년부터 도입하기로 한 ‘실업부조’가 여기에 해당한다. 상대빈곤 인구에 속하면서 고용보험의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거나 국민기초생활보장의 보호도 받지 못하던 빈자들이 이 제도의 수혜자가 된다. 즉 기준중위소득의 50% 이하인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기준중위소득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을 6개월간 지급한다.
상대빈곤율 17.4%가 유럽 복지국가 수준으로 낮아지려면 실업부조만으론 부족하다. 기초연금 같은 소득보장 제도 확충과 함께 상대빈곤에 빠지기 쉬운 경제적 취약 인구를 위한 ‘돌봄 경제’의 사회적 일자리를 적극 창출해야 한다. 지금 복지 분야의 획기적 재정 투입과 확장 재정 기조가 중요한 이유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제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