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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건강한 다문화 톨레랑스를 기대하며 /이흥곤

美 다문화교육 차이 존중, 성소수자 활동반경 넓어

한국 동성애 수용도 바닥, 사회적 약자 관심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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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학시절 학부생을 가르치며 학비를 벌어 박사 공부를 했다. 근데 지금 여러분은….” 대학시절 수업시간에 한 번쯤은 들어봤음 직한, 꼰대 스타일의 잔소리다. 당시 그 교수는 누가 들어도 서툴면서 거친 영어를 구사해 학생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아니 그 영어로 미국 대학생을 가르치는 모습을 상상하기조차 하기 힘들었다.

최근 ‘다문화 톨레랑스(나노미디어)’를 보며 당시 그 교수의 말이 사실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 책은 마흔 둘 늦깎이 엄마 유학생이 박사 공부를 위해 초등학생 아들과 미국 땅에서 미국의 다문화·다인종 교육을 이론이 아닌 온몸으로 들여다본 일종의 문화체험기다. 미국에서 다문화가족의 자녀가 된 아이는 차별에 맞서야 했고, 엄마는 학생으로서 학부모로서 겪은 문화다양성을 교육에 접목해 미국의 문화와 교육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들려준다.

다시 그 교수 사례로 돌아가자. 미국의 연구중심 대학에서 교수는 논문 등 연구물로 생존이 결정된다. 해서, 학부수업은 외국인 대학원생이라도 간단한 테스트를 거쳐 TA(Teaching Assistant)로 계약해 맡긴다. 미국 대학은 다문화 의식이 이미 정착해 학생들은 언어적 불편함을 감수하고 기꺼이 수강신청을 한다. 결국 그 교수가 미국 대학생을 가르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영어와 역량을 받아들일 수 있는 미국의 다문화적 감수성 덕택이었을 것이다.

이 상황을 국내 대학에 대입해보자. 콩고 유학생이 시간강사가 되어 학부생 교양수업을 맡는다면. 아마도 어눌한 어투를 흉내내거나 불만을 드러내며 수업을 거부해 결국 폐강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제 외국에서 성공한 한국인만 보지 말고 관점을 바꿔 코리안을 받아준 그 사회의 건강한 다문화적 톨레랑스도 눈여겨봐야 할 시점이다.

‘다문화 톨레랑스’ 책에는 동성애에 관한 에피소드도 등장한다. 성 소수자(LGBT)를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렸다. 강사가 자기 가족이나 친척 중 게이나 레즈비언이 있는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다. 30여 명의 참석자 중 손을 들지 않은 사람은 저자와 아랍 학생 그리고 중국인 교수뿐이었다. 손을 들지 않은 세 명은 주위를 둘러보며 놀랐지만, 미국인 학생들이 아시아인 3명만 손을 들지 못하자 의아하게 쳐다보는 사실에 더 놀랐다고 한다.

또 다른 사례. 대학 기숙사 마당에서 작은 파티가 열렸다. 초등학생 아들은 저자에게 이웃집 앤드류 아저씨는 잘 생기고 매너도 좋아 예쁜 여자랑 결혼할 거라 말하자, 엄마는 앤드류 아저씨는 게이라서 아마 남자랑 결혼할 거라고 답했다. 헉! 남자가 어떻게 남자랑 결혼하느냐고 반문한 아들은 한동안 혼란스러워 했다. 이후 대학 내에서 성 소수자 축제가 열려 엄마는 아이를 데려가 설명도 듣고 이벤트에도 참가하고 나니 왜 우리가 성 소수자를 이해해야 하는지 아들의 의문이 풀리는 것 같았다고 했다. 특히 행사 한편에서 기독교인들이 성 소수자에 대한 그동안의 행동에 대해 사과하는 내용(JESUS LOVES YOU 등)을 담은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라 적고 있다.

미국의 다문화교육은 어쩔 수 없이 참아주는 톨레랑스를 넘어 사회문화적 환경이 다른 이주자나 동성애자 등의 취향을 차이로 존중하자는 입장을 분명히 가르친다. 덕분에 현재 각 분야에서 성 소수자들이 활동 반경을 넓혀갈 정도로 다양성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온다. 100대 도시만 놓고 볼 때 올해 3명의 여성 동성애자가 시장에 당선되는 등 정계진출이 활발하다. 실리콘밸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매년 6월이면 도심에서 ‘LGBT 프라이드 퍼레이드’가 대대적으로 펼쳐진다. 그들만의 잔치가 아니라 시가 적극 지원하고,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BMW 등 세계적 기업들이 후원한다.

우리나라의 사정은 어떨까.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회원국의 동성애 수용도를 조사해 발표했다. 한국은 회원국 36개국 중 4번째로 낮았다. OECD는 한국의 동성애 수용도가 선진국에 비해 아주 낮아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이슬람국가로 분류되는 터키와 보수적으로 정평이 나 있는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였다. 사실상 바닥인 셈이다. 프레디 머큐리에겐 그토록 열광하면서 동성애는 왜 그토록 싫어하는지. 고무적인 점은 2년 전 국가기관 중 처음으로 성 소수자 축제인 서울퀴어축제에 참여한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처음으로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깃발을 건물 앞에 걸었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인종, 성 소수자 등을 포함한 ‘다문화’가 우리 일상으로 성큼 들어왔다. 다문화교육의 핵심은 존중받고 싶으면 타인의 취향, 문화, 인종, 종교 등에 대해 차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들은 일상에서 사회적 약자인 그들에게 무심코 돌을 던지고 있지 않은지 한 번쯤 되새겨 봤으면 좋겠다.

편집부국장 h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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