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부산시정에 ‘안전 도시’라는 말이 등장했다. 백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안전’을 시정 중심에 놓겠다는 오거돈 시장의 구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안전 도시 부산’이라는 말을 접할 때마다 어린 시절 만화에서 본 먹음직스러운 치즈가 떠오른다. 온통 크고 작은 구멍 투성이기 때문이다.
A형 간염 대책을 마련하는 모습에서도 시는 늘 그래왔듯 크고 작은 구멍을 드러냈다. 최근 서울·경기는 물론 부산에서도 A형 간염 감염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배가량 증가했다. 이 때문에 지난달 중순부터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A형 간염 증상’ ‘A형 간염 예방접종’ 등 관련 검색어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 하지만 시는 지난 1일에서야 보건복지부의 A형 간염 예방 포스터와 함께 지역 내 발생 현황을 알렸다.
뒤늦게 포스터 등을 인용해 예방 접종 필요성을 설명했지만, 정작 예방접종을 위한 준비는 그야말로 큰 구멍이었다. 부산 16개 구·군 보건소 중 8곳에서 구·군의 열악한 재정 상황을 앞세워 예방 접종을 하지 않았다. 시에서도 이 같은 현황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시는 각 구·군 행정 자율성 등 교과서적인 이유로 시가 예방 접종 시행을 강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적확한 표현은 ‘시에서 예방 접종 시행을 강제하려면 예산을 지원해야 하는 탓에 할 수 없다’가 아니었을까.
예방 접종을 하는 8개 구가 보건소 홈페이지 한쪽 구석에 접종 시행을 알리는 등 도무지 홍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마지 못해 예방 접종 사실을 알리고 있지만 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자신이 A형 간염 취약세대임을 안 부산의 20, 30대는 불안에 떨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배가 넘는 돈을 내고 개인 병원에서 예방 접종을 하는가 하면, 우여곡절 끝에 보건소를 찾은 이들은 백신이 다 떨어졌다는 황당한 답변을 마주해야 했다. 이 같은 사정조차 제때 알려지지 않아 많은 이가 허탈함을 느꼈다. A형 간염을 대하는 시의 대처를 보며 시가 지키고자 했던 건 시민의 안전이 아니라 A형 간염 바이러스의 안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시가 앞으로도 ‘안전 도시 부산’을 내세울 거라면 왜 매번 안전 관련 정책에 구멍이 드러나는지, 그 구멍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 먼저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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