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를 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뭔가요?” “국회에서 의원들이 서로 싸우고 있다는 거요.” “그렇죠.그럼 이게 어떤 상황인지 설명하실 수 있는 분?” 선뜻 답하는 사람이 없다.
최근 마을공동체에서 ‘뉴스 같이 보기’를 하면서 나눈 대화다. 넘쳐나는 정치뉴스가 국회 상황을 전하면서 제목으로 주로 채택한 표현은 ‘패스트트랙 정국’이다. 일단 이 용어를 알아야 하는 게 이 뉴스를 읽기 위한 첫 관문이고, 그러면 어떤 법안이 패스트트랙에 올려지는지 다시 물어야 비로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결국 핵심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다.유권자들이 토론해야 하는 내용도 여기에 있다. 당장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 결과를 민심에 가깝게 내려면 선거제도를 어떻게 개편하는 게 좋을지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뉴스를 보면 독자의 관심이 그까지 가기도 전에 난장판 국회의 모습에 정치혐오가 먼저 솟아난다. 대부분의 보도가 싸움 중계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신문도 마찬가지다. 왜 싸우는지 해설이 부족하다. 이러니 뉴스를 봐도 국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국제신문’과 ‘패스트트랙’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검색어로 넣으면 ‘자유한국당 패스트트랙 이처럼 반대하는 이유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내용 알아보니’라는 디지털뉴스부의 기사가 나오기는 한다.
그러나 불과 10문장 정도로 분량이 적다. 전자의 경우 기사 말미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는…소수당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이 반대하는 이유는 결국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때문이다’고 설명하는 데 그쳤고, 후자는 한국당 나경원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알파고도 풀기 어렵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덧붙여 오히려 독자로 하여금 이해 자체를 포기하게 만든다. 급하게 온라인 기사를 만들기는 했지만 본질을 이해하기에는 함량이 모자라다.
그나마 최근에는 이슈라도 돼서 다행일까. 정치개혁부산행동 등 시민사회는 선거제 개편에 대한 심층기획보도가 필요하다고 지역언론에 요구했다. 복잡하다고는 해도 찬찬히 10분 동안 얘기를 나눠보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인데, 유권자들 사이에 토론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지역언론이 해야 한다고 봤다. 그래도 특별한 보도가 없었다.
그러다 지난달 15일. 내년 총선을 딱 1년 앞둔 날, 지역신문은 총선 D-1년 특집을 내놨는데 주로 민주당과 한국당이 몇 석이나 가져갈지, 유력 출마자가 누구인지 전망하는 기사였다. 관습적이고 아쉬운 보도였다. 본격 선거운동 시기에는 발생하는 이슈가 많아 판세 보도에 치우친다 하더라도 선거를 1년이나 앞둔 시점에 유권자들이 가장 바라는 건 뭔지, 선거로 뭘 바꿀 수 있을지, 선거제도는 어떻게 개편하면 좋을지를 다루는 편이 더 건설적일 텐데 여전히 양당 중심의 구태의연한 구도에 갇히고 말았다.
국회 상황을 전하는 보도 제목은 ‘패스트트랙’보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또는 ‘선거제 개편’을 내세우는 게 독자가 바로 이해하기 좋다. 패스트트랙에 올리기로 한 법안은 몇 개 더 있지만 이 제목으로 채택하면서 선거제 개편과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이 모두 뭉뚱그려졌다. 이제 개별 내용은 사라지고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갑론을박은 그냥 패스트트랙 싸움 ‘2라운드’가 됐다.
한국당을 내세운 제목이 많다는 것도 문제다. ‘한국당 PK당협위원장, 패스트트랙 투쟁 주도’ 등이 예다. 별 내용은 없지만 그 당이 뭔가 열심히 한다는 인상만 남긴다. 개혁을 하자는 측과 반대 측이 있으면 그 내용에 이야기의 무게중심을 둬야 하지 않을까. 액션만 부각되고 반대하는 이유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작년 11월의 기사가 볼 만했다. 국제신문은 지역 국회의원 16명에게 선거제 개편에 대한 입장을 물었고, 그에 답한 내용을 표물로 정리했다. 쟁점을 이해려는 독자에게도 지금 신문기사는 불친절하고 겉돈다. 좀 더 본질에 접근한,해설과 관점이 담긴 보도를 보고 싶다.
부산민언련 사무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