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왕 포드는 세계 최초로 컨베이어 시스템을 고안해 자동차의 대량 생산에 성공한 사람이다. 그는 당시에 750분이나 소요되던 자동차 1대를 조립하는 시간을 93분까지 줄였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경쟁사들의 차량 가격이 2000달러 수준이던 시절에 T형 자동차의 가격을 225달러까지 내렸다.
동시에 미국의 자동차 업계 근로자들의 평균임금이 2.3달러이던 시절, 포드자동차 근로자들의 임금을 5달러로 올리고 근무시간도 9시간에서 8시간으로 단축시켰다. 소득이 있어야 성장도 가능하다는 ‘소득주도 성장’이 최초로 성공하는 사례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포드는 남들과 다른 ‘나만의 자동차’를 갖고 싶다는 소비자 생각은 읽어내지 못해 말년에는 회사를 도산직전의 위기로 몰아넣는다.
한때 ‘소비자가 왕이다’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이는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 집단을 중시해야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은 집단으로서의 소비자, 추상적 개념으로서의 소비자가 아닌 실제 존재하는 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취향에 맞춘 제품생산과 서비스 제공을 가능하게 한다. 소비자 개인조차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모르고 있어도 파악이 가능하다.
1991년 맥도날드는 고객들이 살이 찌지 않는 웰빙 버거를 선호한다는 설문 조사 결과를 믿고 다이어트 버거를 출시했다.
경쟁사는 개당 열량이 무려 1420㎈에 이르는 버거를 내놓았다. 경쟁사의 압승이었다. 설문조사 결과와는 달리 사람들이 실제로 패스트 푸드점에 찾아간 이유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군침을 삼키게 하는 ‘맛있는’ 햄버거를 먹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요즘의 인공지능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I know what you mean(무슨 말인지 알겠어).”
본인조차 자신의 정확한 욕구를 모르고 있을 때에도 그렇다. 이처럼 취향을 분석할 수 있는 대상이 되는 자료가 바로 빅데이터이다.
지난해 상반기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7개가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알리바바, 텐센트였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외하면 10년 전에는 이 리스트에 포함되지 못했던 기업들이다. 2018년 4/4분기 중국 알리바바의 매출은 19조5000억 원으로 삼성전자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하지만 유럽브랜드연구소는 알리바바가 가진 브랜드 가치를 전 세계 14위, 삼성전자는 16위로 평가했다.
이유는 알리바바는 무려 5억 명이라는 회원 데이터를 보유하고 활용한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플랫폼에서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를 핵심경쟁력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활용의 방향은 크게 2가지이다. 감추어진 트렌드를 정확하게 읽어내고 개인에 따른 맞춤형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아웃도어 제품을 빅데이터분석을 통해 구매자가 선호할만한 제품을 찾아내고 재고가 없을 정도의 수량만 제작할 수 있다면? 유니클로와 자라는 이 같은 빅데이터분석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다.
두 번째는 개인맞춤형이다. 페이스북이 지난해 올린 49조7000억 원의 매출 가운데 개인맞춤형 광고 매출이 49조 원이다.
전 세계 수억 명의 이용자가 눌렀던 좋아요, 썼던 댓글, 맺었던 친구 관계, 과거에 봤던 광고 등의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다. 미국의 프로그레시브라는 보험회사는 개인의 운전습관에 따라 보험료를 최대 30% 할인해주는 상품을 내놓았고, 중국의 한 보험회사는 혈당에 따라 보험료를 조절하는 상품을 판다.
개개인마다 다른 마케팅전략이 적용되는 것이다. 19세기 제국주의가 영토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었다면 지금 세계는 데이터 확보를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래서 글로벌 IT자문회사인 가트너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IoT 시대, 냉장고는 공짜로 팔아라. 대신 사용자의 빅데이터를 팔면 수익이 5배가 된다.” 제품이 아닌 데이터 기반 서비스가 돈이 되는 ‘데이터 커머스시대’란 의미다.
부산의 기업들은 이 같은 흐름에 얼마나 대응하고 있을까? 가장 전통적인 업종인 제주의 삼다수도 빅데이터분석을 통해 생산성과 매출을 30%이상 높였다고 알려져 있다. 부산 제조업체들의 골든타임이 그렇게 많이 남은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한국인터넷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