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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에세이] 아홉 살 아이의 시 ‘아빠는 왜?’ /손준구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5-08 19:32:46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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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있어 좋다. 나를 예뻐해 주셔서. 냉장고가 있어 좋다. 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 강아지가 있어 좋다. 나랑 놀아주어서.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가정의달 5월이라 그럴까. 오늘 인터넷에 ‘아빠는 왜?’라는 시가 또 툭 떠올랐다. 몇 해 전 아홉 살 아이가 지은 시다. 그때나 지금이나 아빠들의 존재감이 희박한 건 여전한가 보다. 아빠가 냉장고만도, 강아지만도 못한 존재라니. 그 허탈감과 서글픔을 어찌 하겠는가.

“에이, 난 그 정도는 아니지”라 우겨본들 도긴개긴 한 끗 차이다. 어떤 가정은 아빠가 퇴근해 집에 들어가면 가족분위기가 밝아지고 대화도 더 활발해진다. 반면 어떤 가정은 아빠가 집을 나가야 가족 분위기가 갑자기 확 밝아진다. 물론 후자인 경우가 훨씬 많다. 이제 아빠는 불통과 불편의 존재가 돼버렸다.

아동청소년 범죄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갈수록 잔인해지고 그 연령도 낮아지는 추세다. 불건전한 사회분위기와 망가진 학교 교육 탓이 크다. 그러나 가족의 갈등과 붕괴도 큰 문제다. 특히 ‘아버지 존재감 실종’을 우려하는 이가 많다. 요즘 아빠 역할을 부쩍 강조하는 이유이다.

학교 공부도 인성 교육도 아빠가 가르칠 때 효과가 더 크다. 아예 태교와 양육도 아빠들이 앞장서야 더 좋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나와 있다. 한 예로,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신생아 1만7000명을 33세까지 인생을 추적했다. 그 결과, 돈과 명예를 얻고 행복한 가정을 꾸린 사람들의 공통점이 발견됐다. 아빠와 친밀한 사이로 자랐다는 점이다.

다행히도 요즘 30, 40대 젊은 아빠들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상명하복을 고집하던 윗세대의 무서움 대신에 친근함으로 리모델링 중이다. 대표적으로 ‘3숙아빠’가 있다. 친숙, 어리숙, 미숙한 모습의 아빠다. 권위를 버리고 소통을 얻는 현명한 아빠의 모습이다. 딸의 모든 일에 극성인 ‘딸바보 아빠’의 모습도 이제 낯설지 않다. 엄마 역할까지 척척 해내는 ‘대미족(dammy, daddy+mommy)’도 많아졌다.

최근 이런 아빠들을 도우려는 지자체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중 하나가 ‘100인의 부산아빠단’이다. 아빠가 엄마와 동등하게 육아 교육을 담당하도록 돕는 부산시 프로그램이다. 출산을 장려하고 화목한 가정을 조성하는 게 궁극 목적이다. 취지가 좋고 분위기도 훈훈해 얼마 전 모 방송 다큐멘터리에도 방영됐다. 그런데 좀 보완할 게 있다. 참가 아빠들에 따르면 구체적 안내도 프로그램도 좀 빈약하다. 이들은 특히 자녀랑 함께 운동하길 원한다.

하지만 유사활동으로 참가자 일부의 캠프만 예정돼 있어 아쉽다. 애들은 노는 걸 좋아한다. 놀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소통도 한다. 특히 어린 자녀들은 동적 놀이를 즐긴다. 엄마들이 힘겨워서, 방법을 몰라 못 하는 게 동적인 신체활동이다. 아빠들의 전문분야다. 자녀들이 아빠랑 신나게 놀고 땀 흘리며 소통할 기회를 줘야 한다.

다치지 않고 쉽게 할 만한 운동은 얼마든지 있다. 운동 장비나 장소에 구애 없는 활동은 찾아보면 많다. 심지어 아빠 몸만 이용해 운동할 수도 있다. 내가 일전에 집필했던 책속의 ‘토이대디(toy daddy)’가 그렇다. 토이는 친근 그 자체다. 다가가고 싶고 만지고 싶고 껴안고 싶은 아빠다. 아빠의 몸은 터널이 되고 산이 될 수 있다. 빙글빙글 놀이기구도 될 수 있다. 아빠랑 함께하는 짝 체조도 즐겁다. 이런 활동으로 자녀와 아빠가 자연스레 스킨십하고 대화하면 어떨까. 그러면서 자녀가 가족애를 더 느끼고 마음까지 성장하니 얼마나 좋은가. 요즘 말하는 ‘가성비’와 ‘가심비’ 가 높은 활동이다.

아빠들이여, 자녀랑 소통하려는가. 함께 운동하라. 5월의 이 멋진 날에.

부산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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