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전편인 ‘인피니티 워’에서 타노스는 6개의 스톤을 모두 모아 우주 생명체의 절반을 사라지게 만든다. 이처럼 ‘극단적인 짓’을 벌인 타노스의 생각은 수양딸인 가모라와의 대화에서 엿볼 수 있다. “우주는 유한해. 자원도 그렇지. 이대로 가면 아무것도 못 살아남아.” 즉, 생명체의 절반이 사라져야 우주도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고, 남은 생명체도 행복해진다는 논리다. 뜬금없이 영화 이야기를 꺼낸 건 영화를 보는 동안 타노스의 생각에 일견 공감했기 때문이다. ‘인구’가 ‘삶의 질’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 말이다.
‘부산을 적정도시로’ 기획 시리즈는 이와 비슷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부산의 인구가 준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도시의 청사진 중 가장 큰 그림인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계획인구를 ‘뻥튀기’해왔다는 것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이 같은 미스매치는 ‘공공연한 비밀’로 수십 년 동안 이어져왔다. 그런데, ‘앞으로 계속 이래도 되느냐’ ‘이러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질문에 답한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다같이 답을 찾아 보자며 총대를 메기로 했다.
부산의 현실을 다시 보는 데서 시작했다. 역시 개발 지상주의가 판을 쳤다. 그러나 수많은 개발 사업이 왜 필요한지 설득하는 과정은 없었고,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는 건 어떤지 의견을 묻는 과정도 없었다. 도시계획은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기보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급급했다. 시민공원 주변 재개발 논란도, 해수욕장 앞에 우악스럽게 솟은 엘시티도, GB해제에 막힌 제2 센텀지구도 모두 이 같은 ‘독단적인 개발 일변도’ 정책이 낳은 결과물이다.
기사를 통해 정책 결정자들이 계획 수립 방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도록, 마지막 답은 시민과 함께 찾을 수 있도록 멍석을 깔고 싶었다. 과거와 현재를 되짚으며 미래엔 이런 일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이제라도 머리를 맞대자는 거다. 그래서 기사는 끝났지만 시민의 삶의 질을 우선시하는 도시, 부산을 만드는 작업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난달 연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시민 참여’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도시의 진짜 주인인 시민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내년에 수립되는 2040 부산도시기본계획에서는 ‘적정도시 부산’의 모습을 볼 수 있길 바란다.
기획탐사팀장 songy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