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국토교통부는 부산시에 공문을 보내 김해신공항 건설을 강행하겠다고 뜻을 밝혔다. 부산시와 경남도, 울산시는 이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양측의 핵심적인 쟁점은 항공 수요자의 관점에서 김해신공항이 제대로 된 동남권 공항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였다. 그러나 필자는 동남권 신공항의 문제는 수요자의 편의 측면만이 아니라 미래 항공 산업의 측면에서도 논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항공 산업은 항공기 제작, 항공기 운항, 항공기 정비로 크게 분류된다. 2017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운항 산업은 8000억 달러, 제작 산업은 5000억 달러, 정비 산업은 2000억 달러의 시장규모다. 현재 환율로 환산하면 운항·정비 산업의 규모만 1180조 원 규모다. 항공 수요는 매년 5% 이상 성장하는 미래 산업이기도 하다.
오늘날 항공 운항 산업의 주류로 등장하는 것은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일반항공사(Full Service Carrier)가 아니다. 인근 국가들의 소규모 공항을 직항으로 연결하는 저비용항공사(Low Cost Carrier)들이 새로운 항공 수요 대부분을 흡수하고 있다. 부산에서 자카르타, 홋카이도, 하얼빈 간 노선이 인천공항과 프랑크푸르트공항이나 케네디공항을 연결하는 노선보다 훨씬 항공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흔히 대륙 내 노선이나 국내 노선을 운항하는 소규모 항공사를 저비용항공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심각한 오해다. 저비용항공사는 항공기를 100~200대 보유하는 대형 항공사를 일컫는다. 에어버스320이나 보잉737 같은 단일 복도형 기종을 대량 보유하는 항공사다. 20~30대 항공기를 보유한 소규모 항공사는 영세 항공사이다.
저비용항공은 어떻게 저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때문이다. 저비용항공사는 에어버스320이든, 보잉737이든 단번에 100여 대 이상 대량 구매하므로 적게는 20%, 많게는 40%까지 할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단일 기종을 보유하므로 항공기 제작사가 제공하는 정비기사의 숫자를 줄일 수 있고 동일한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정비 비용도 저렴하다. 이것이 저가로 운행해도 수익이 창출되는 이유다. 저비용항공사는 최소 100대 이상의 단일 기종을 보유한 대형 항공사가 운행해야만 수익성이 높고 사업의 지속성이 있다.
에어버스320의 경우 대당 직접고용이 평균 100명 이뤄진다. 동남권 신공항이 에어버스320 기종 200대를 보유한 대형 항공사의 허브공항이 되면 2만 개의 직접고용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그뿐만 아니라 대형항공사의 허브공항이 되면 배후지에 항공 정비 산업 및 연관 부품 산업을 유치할 수 있다. 관광산업이 함께 성장한다. 항공 운항 산업이 창출하는 일자리 수는 직접고용의 대략 5배 정도이다. 총 10만 개의 상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이것이 동남권 신공항이 필요한 이유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오는 2035년 중국 인도 일본 인도네시아는 6대 항공 수요국에 포함된다. 아시아 국가의 항공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한다는 의미다. 동남권 신공항이 대형 저비용항공사를 유치하여 동아시아를 포괄하는 역내 항공 수요를 충족시킨다면 이것은 부산의 새로운 성장산업이 될 수 있다. 동남권은 수도권을 제외한 항공 운행 및 정비 산업의 경쟁력을 갖춘 유일한 곳이다. 인구 규모의 측면에서도, 엔지니어를 공급할 대학의 수와 규모에서도, 김해공항을 운행하며 누적해 온 숙련 정비 기술자의 측면에서도 그렇다.
김해신공항은 설령 동남권의 항공 수요를 분담할 수 있다고 해도 대형 항공사의 허브공항이 될 수 없다. 가덕도의 신공항만이 대형 저비용항공사의 허브공항이 될 수 있다. 더불어 배후지의 항공 정비 산업 유치와 경남권의 항공 제조사업의 성장도 견인할 수 있다. 국토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허브공항인 인천공항의 항공 수요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반면 부산 울산 경남 지자체는 항공 수요의 측면에서만 동남권 신공항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그러나 문제는 동남권의 미래를 새롭게 만들 수 있는 항공 산업이다.
부경대 연구교수·경제사회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