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서 책 읽고, 태블릿PC로 토론하고…. 학교가 즐거워졌다는 반가운 소식을 지면을 통해 봤다. 지난해부터 부산시교육청이 준비해왔던 첨단 미래선도 시범학교를 소개하면서 교육공간 변화에 따른 교육과정의 기대 효과를 보여줬다. 교육공간이 바뀌면 아이들의 생각도 바뀐다는 것이다. 줄 맞춘 책상 위 학습방식을 벗어나 계단식 공간에 걸터 앉아 토론하고 자유롭고 다양한 공간에서 책을 읽으며 저마다의 상상력과 꿈을 키워가고 있다.
이처럼 미래지향적이고 창의적인 교육공간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여러 교육과정을 거쳐 왔다. 1969년 제정된 ‘학교시설 설비기준령’을 15차례나 개정하면서 교육환경의 변화를 주도했으나 그 당시는 턱없이 부족한 교육 시설을 확보하기 위한 양적 팽창 시기로 규격화된 시설기준 적용으로 획일화된 교육환경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1997년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 설립 운영규정’의 제정을 통해 열린 교육과 수준별 이동수업 방식, 옥외 체육장의 기준 완화, 실내 환경(조도 온도 소음) 기준 등을 마련하면서 쾌적하고 융통성 있는 교육공간으로 변화를 시작했다. 이후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제7차 교육과정 도입으로 과거 획일화된 교육방식을 벗어나 아이들의 적성과 능력에 따른 다양한 학습 방법, 지역적 여건과 학교별 자율성을 높일 교육이념에 걸맞게 새로운 교육공간의 변화를 요구하게 되었다. 교실 공간의 공개, 단위교실 면적의 확대, 교육환경의 질적 개선 등을 통해 지금은 인공지능과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한 첨단 미래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교육공간의 내부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반면 교육공간의 자연환경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멀어져 가는 것 같다. 등하굣길 아이들을 맞아주었던 아름드리나무로부터 느꼈던 자연의 넉넉함과 사시사철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들로부터 느꼈던 생명의 신비로움에 감성을 키웠던 점을 생각하면 지금 교육 환경에는 거의 자연을 찾아볼 수 없다.
학교 정문과 바로 이어진 교실로 등하교를 하는 아이들에게 자연환경을 접할 기회도 없을 뿐더러 학교 외부 공간이라 해봐야 겨우 운동장 하나뿐이다. 인색한 택지 개발로 협소한 부지가 비좁은 탓으로 자연환경을 확보할 수 없기도 하지만 교육과정 개정 중 내부 교육환경에만 치중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자연의 중요성을 아이들에게 전달해주려고 일부 학교에서는 자연 산책로를 조성해 생태 활동을 하거나 학교 내 실내정원과 수공간을 설치해 자연과 친밀해지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자연과 교감하면서 느끼는 감성과 신체적 건강함, 명랑한 성품, 언어 습득력도 기르고 있으며, 특히 빠른 것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여유와 기다림을 가르쳐주고 있다.
우리의 삶보다 더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 과학기술인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3D 프린팅 등이 곧 학습과정에 적용돼 지금과는 전혀 다른 교육환경으로 변화될 것이다. 어쩌면 학교마저 없어질지 모를 일이다. 급변하는 교육 환경 속에서도 본연의 인간성 구현을 위한 자연과의 상호교류는 필수적일 것이다.
도심 내 학교시설 부지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자연 속에 첨단 교육 환경을 담아내면 어떨까 싶다. 한적한 지방도시에만 가능한 일이 아니라 오히려 삭막한 도심의 학교 시설에 자연과 함께하는 교육공간 속에서 창의적이고 심성이 고운 아이들을 키워내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주체적이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쳐 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자연과 어울려 잘 노는 아이들이 생명의 고귀함을 더 잘 알듯이 놀이터마저도 부족한 환경을 떠나 자연을 벗 삼아 마음껏 뛰놀고, 마음껏 꿈을 키우는 교육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우리 세대가 내일을 이끌어갈 아이들을 향한 진심 어린 배려가 아닐까.
일신설계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