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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와인 한 잔] 와인과 숙취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5-15 20:02:59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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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술을 마신 다음 날 두통을 동반하는 숙취를 경험한다. 특히 와인을 마시면 더 많은 두통을 느낀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사실 어느 술이든 많이 마시면 숙취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포도의 껍질 속에는 와인의 제조와 보관 과정에서 방부제 역할을 하는 타닌과 당분, 몸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때 분비되는 화학물질인 히스타민 등이 있다. 히스타민과 포도의 타닌 성분이 어우러져 두통을 유발한다. 또한, 와인의 설탕 성분이 체내에 들어가면 우리 몸은 혈액 내 당도를 낮추기 위해 다량의 수분을 필요로 하는데, 이때 수분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과다 당분 부작용으로 두통이 올 수도 있다. 수분은 혈중 알코올의 농도를 낮추고 당분은 간의 해독에 꼭 필요하다. 수분과 당분, 둘 다 만족하는 안주로는 과일이 좋다.
와인 생산국으로 가장 유명한 프랑스는 건배를 제의할 때 가족, 지인, 사랑하는 사람의 눈을 서로 쳐다보며 ‘상떼’라고 외친다. ‘상떼’란 프랑스어로 건강을 의미한다. 술이 건강에 해롭다는 일반적인 인식이 많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와인은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중세 시대 유럽에서 포도원을 소유하고 관리했던 수도원의 수도승들은 일반인보다 와인을 자주 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장수했다고 한다.

1991년 CBS 방송국의 인기 뉴스쇼에서 프랑스인은 육류 버터 치즈 등 포화지방 섭취가 세계에서 가장 높지만 그들이 자주 마시는 레드와인이 심장병 및 심혈관 질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프렌치 패러독스’를 방영했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 레드와인의 구매가 급격히 늘어났고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와인 소비가 증가하었다. 포도의 껍질, 씨, 오크통에서 우러나오는 페놀 화합물의 일종인 안토시아닌이 우리 몸의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제 역할을 하여 우리 몸이 산화되는 것을 방지한다. 따라서 적정량의 와인 섭취는 혈액 순환을 방해하는 콜레스테롤(LDL)을 낮추고 고혈압이나 동맥경화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 저녁 식사 자리나 모임에서 가볍게 와인 한잔을 즐기는 문화가 보편화되고 있다. 이제 와인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마시는 단순한 술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풍요롭고 육체적으로 건전한 문화적인 삶을 이야기하는 웰빙의 개념이 되었다. 돈이나 출세에 연연하는 것보다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인 ‘소확행(小確幸)’. 오늘 저녁노을이 질 무렵 피곤함에 찌든 일상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신의 취향에 맞는 와인 한잔을 골라 마셔보자. 여행을 가거나 낭만적인 자리에서 빠질 수 없는 와인 한잔의 추억도 좋지만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마시는 와인 한 모금에서 느끼는 여유와 행복도 좋다.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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