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박상현의 끼니] 포항 꽁치 다대기 추어탕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5-22 19:35:59
  •  |  본지 2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삶아 체에 곱게 내린 후, 그 물에 된장을 풀어 우거지 따위와 함께 끓인 국’으로 정의하고 있다. 논농사가 근간인 한반도에서 논에 물을 대는 수로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그 물길과 논의 가장자리에 서식하던 미꾸라지는 당연히 흔한 생선. 따라서 추어탕은 한반도에서 일상의 음식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 강원도 원주, 충남 금산, 전북 남원, 전남 담양, 경북 청도, 경남 김해 등 내륙 곳곳에 전국적으로 이름난 추어탕 집이 여전히 건재한 것은 그 방증이다.

포항 꽁치 다대기 추어탕 일명 ‘꽁다추’.
서울식 추어탕도 전통이 만만찮다. 19세기 실학자 이규경이 쓴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두부추탕’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이 나온다. 1924년 발표된 현진건의 단편소설 ‘운수 좋은 날’에는 인력거꾼 김첨지가 고된 노동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두부와 미꾸라지가 든 서울식 추어탕을 먹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1932년 개업해 무려 8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건재한 서울 중구 다동의 ‘용금옥’의 존재는 서울식 추어탕의 살아 있는 화석이나 마찬가지다.

이렇듯 의심할 바 없는 추어탕의 전통이 부산에서 보면 완전히 미궁으로 빠져든다. 내 기억 속에 남은 추어탕은 미꾸라지가 아닌 붕장어로 끓인 것이다. 생선의 종류만 달랐을 뿐 그 조리법이나 맛은 추어탕과 별 차이가 없었다. 이후 나는 길쭉한 생선을 갈아서 만든 것은 모두 추어탕의 범주에 넣기로 했다. 그런데 영도에서 고등어로 끓인 추어탕을 내는 음식점을 만났다. 심지어 기장에서는 전갱이 새끼인 매가리로 끓인 추어탕도 만났다. 붕장어와 마찬가지로 고등어와 매가리 추어탕 역시 가정에서는 오래전부터 일상적으로 먹어왔던 음식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결국 나는 추어탕의 정의를 다시 한번 수정했다. 단백질 지방 칼슘이 풍부한 생선을 갈아서 만든 모든 국을 추어탕의 범주에 넣기로 했다.

고등어 추어탕 탐문 과정에서는 흥미로운 사실도 접했다. 실은 고등어 추어탕의 원조가 부산이 아닌 포항이라는 견해였다. 알게 된 이상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포항으로 갔다. 확실히 부산보다 많은 고등어 추어탕 집이 있었고, 포항 시민에게 꽤 친숙한 음식인 것도 확인했다.

그런데 포항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뜻밖의 음식점을 추천받았다. ‘꽁치 다대기 추어탕’ 줄여서 ‘꽁다추’라는 곳. 삶은 꽁치를 뼈째 다져 완자처럼 뭉쳐서 우거지를 넉넉히 넣고 끓여낸 국이었다. 산초가루 조금 올려서 먹으니 영락없는 추어탕 맛이 났다. 아니, 지금까지 먹었던 추어탕 가운데 몇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깊고 개운한 맛을 자랑했다.

결국 나는 ‘꽁다추’ 앞에서 모든 여정을 포기했다. 음식을 언어의 틀에 가두는 것이 얼마나 우매한 일인지 깨달았다. 음식은 사람들의 삶 속에서 만들어지고 전파된다. 언어는 다만 그 과정을 돕는 도구에 불과하다. 추어탕의 ‘추어’는 그래서 본질이 아니다. 본질은 미꾸라지를 갈 듯이 정성스럽게 갈고 다져 누구나 편하게 먹을 수 있을 국을 끓이는 마음이 본질이다. 그 본질이 유지되는 한, 추어탕은 어떤 생선으로 끓이든 추어탕일 수밖에 없다.

맛칼럼니스트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시립무용단 예술감독에 이정윤
  2. 2내리 4선 의원 사라지나…여야, 임기 제한 본격 논의
  3. 3낡고 허름한 삶에도 찬란한 생의 순간 있다
  4. 4“다큐 제작 지원만으로 성장 한계…기획·개발 인큐베이팅 도입을”
  5. 5진삼가, 잘 아는 사람만 먹는 부산표 명품 홍삼…‘건강식품 한류’ 날갯짓
  6. 6국내 주요 투자사 부산 방문…지역 스타트업 투자·멘토링
  7. 7전호환 전 부산대 총장 ‘부울경 신공항’ 염원 담아 독도 요트 항해
  8. 8통합당 새 정강·정책 초안…기초·광역의원 통폐합 등 30여 개
  9. 9부산시장 보궐선거 267억 소요 전망
  10. 10올스타전 없는 팬투표…롯데, 8년 만에 ★ 싹쓸이?
  1. 1선관위 “박원순·오거돈 후임 선거비용 838억원소요”
  2. 2내리 4선 의원 사라지나…여야, 임기 제한 본격 논의
  3. 3부산시장 보궐선거 267억 소요 전망
  4. 4통합당 새 정강·정책 초안…기초·광역의원 통폐합 등 30여 개
  5. 5노영민 후임 양정철·유은혜 등 하마평…청와대 후속인사 주목
  6. 6문 대통령, 특별재난지역 추가 지정·재난지원금 상향 지시
  7. 7민주는 충북·경남, 통합은 전남행…‘수해 정치’는 양날의 검
  8. 8커지는 4차 추경 편성론
  9. 98개월 째 기약없는 신공항 결론…부산시는 플랜B 준비
  10. 10여야 부산시당, 시장 보선 여론전·정책대결 조기 점화
  1. 1진삼가, 잘 아는 사람만 먹는 부산표 명품 홍삼…‘건강식품 한류’ 날갯짓
  2. 2크린랲 아동·청소년 취약계층에 6억 상당 생필품 후원
  3. 3국내 주요 투자사 부산 방문…지역 스타트업 투자·멘토링
  4. 4금융·증시 동향
  5. 5폭우 땐 펌핑 브레이크 사용…전기차 주황색 배선 절대 손대선 안돼
  6. 6르노삼성자동차, 차박러들 매료시킬 ‘르노 텐트’ 출시
  7. 7주가지수- 2020년 8월 11일
  8. 8북항 홍보관 12일 개관…부산항 미래모습 한눈에
  9. 9폭우 그칠 줄 모르는데…부산시 재난기금 ‘바닥’
  10. 10외국인 귀환, 유동성 장세…코스피 2598P(역대 최고점)도 뚫나
  1. 1부산 코로나19 신규 확진 총 13명…부경보건고 관련 9명 확진
  2. 2 전국 흐리고 중부·충청·전북 폭우
  3. 3부산 오락가락 날씨…오전엔 폭염 오후엔 비
  4. 4부산서 9명 신규 확진…영진호 인니 선원 4명·확진자 접촉 5명
  5. 5경남 코로나19 확진자 ‘0’ 외지인 확진자 방문에 긴장
  6. 6김경수 지사, 대통령에 하동·합천 특별재난지역 지정 건의
  7. 7부산 정신병원서 다른 환자에게 폭행당한 환자 다음날 숨져
  8. 8전남 곡성 알루미늄 취급 공장서 화재...‘대응 1단계' 진화 중
  9. 9폭풍 지나가자 경남 폭염주의보 … 낮 최고 32도
  10. 10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 34명…지역발생 23명·해외유입 11명
  1. 1올스타전 없는 팬투표…롯데, 8년 만에 ★ 싹쓸이?
  2. 2반환점 맞이한 KLPGA, 불꽃 튀는 주도권 전쟁
  3. 3김광현, 코로나가 얄미워…선발 데뷔 일정 또 꼬이네
  4. 4워싱턴 셔저 연봉 211억…올 시즌 1위
  5. 5류현진, 말린스 상대 2승 도전
  6. 6재미교포 대니엘 강, LPGA 2주 연속 우승
  7. 7공수 조직력 붕괴…부산 다시 하위권 추락하나
  8. 82년 차 모리카와 PGA챔피언십 트로피…김시우 13위
  9. 9우천 취소 경기만 10번…진격의 거인 “비가 야속해”
  10. 10롯데, 홈 6연전 '유록스 응원 시리즈' 기획
우리은행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김두관·서병수 진심 인터뷰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울산 경남 당선인 역점 법안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세계유산은 희생 없이 절대 가질 수 없다
포구예찬
기고 [전체보기]
동천을 살릴 슬기로운 방법 /이용희
청바지에 관한 단상 /천윤욱
기자수첩 [전체보기]
해도 해도 너무 하는 베토벤 /권용휘
가덕신공항, 대통령이 결단할 때 /김해정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삼각 교수대와 황금 요강
누가 바람과 함께 사라질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온고지신과 뉴트로
불교의식 음악과 춤 단상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부산형 뉴딜의 성공 조건 /이석주
담대한 도전 /정옥재
도청도설 [전체보기]
문화재도 물벼락
홍수와 소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이주의 시대와 문학
손편지의 위로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음식 관광 상품의 쓸모
기내식과 고추장
사설 [전체보기]
부산서 13명 지역감염…‘n차 전파’ 차단 총력을
공업용수마저 무산 해수담수화 시설 해법은 없나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청년 기본소득이 ‘가짜 기본소득’인 이유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이유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기후위기 그리고 그린 뉴딜
6·25전쟁, 끝내야 한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명작이 된 습작
세계 최초의 추상화가
이홍 칼럼 [전체보기]
외국인 근로자 문제, 어떻게 해야 하나
경제 후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공공기관 추가 이전, 희망고문 되나
불신의 벽 넘어야 할 행정수도 이전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더위에 지친 당신께 이 곡을
베토벤 ‘월광소나타’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과 여행
비처럼 와인처럼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신윤복의 ‘저잣길’
겸재의 신비한 그림 ‘사직송’
  • 2020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행복한 가족그림 공모전
  • 국제 어린이 경제 아카데미
  • 유콘서트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