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삶아 체에 곱게 내린 후, 그 물에 된장을 풀어 우거지 따위와 함께 끓인 국’으로 정의하고 있다. 논농사가 근간인 한반도에서 논에 물을 대는 수로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그 물길과 논의 가장자리에 서식하던 미꾸라지는 당연히 흔한 생선. 따라서 추어탕은 한반도에서 일상의 음식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 강원도 원주, 충남 금산, 전북 남원, 전남 담양, 경북 청도, 경남 김해 등 내륙 곳곳에 전국적으로 이름난 추어탕 집이 여전히 건재한 것은 그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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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 꽁치 다대기 추어탕 일명 ‘꽁다추’. |
서울식 추어탕도 전통이 만만찮다. 19세기 실학자 이규경이 쓴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두부추탕’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이 나온다. 1924년 발표된 현진건의 단편소설 ‘운수 좋은 날’에는 인력거꾼 김첨지가 고된 노동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두부와 미꾸라지가 든 서울식 추어탕을 먹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1932년 개업해 무려 8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건재한 서울 중구 다동의 ‘용금옥’의 존재는 서울식 추어탕의 살아 있는 화석이나 마찬가지다.
이렇듯 의심할 바 없는 추어탕의 전통이 부산에서 보면 완전히 미궁으로 빠져든다. 내 기억 속에 남은 추어탕은 미꾸라지가 아닌 붕장어로 끓인 것이다. 생선의 종류만 달랐을 뿐 그 조리법이나 맛은 추어탕과 별 차이가 없었다. 이후 나는 길쭉한 생선을 갈아서 만든 것은 모두 추어탕의 범주에 넣기로 했다. 그런데 영도에서 고등어로 끓인 추어탕을 내는 음식점을 만났다. 심지어 기장에서는 전갱이 새끼인 매가리로 끓인 추어탕도 만났다. 붕장어와 마찬가지로 고등어와 매가리 추어탕 역시 가정에서는 오래전부터 일상적으로 먹어왔던 음식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결국 나는 추어탕의 정의를 다시 한번 수정했다. 단백질 지방 칼슘이 풍부한 생선을 갈아서 만든 모든 국을 추어탕의 범주에 넣기로 했다.
고등어 추어탕 탐문 과정에서는 흥미로운 사실도 접했다. 실은 고등어 추어탕의 원조가 부산이 아닌 포항이라는 견해였다. 알게 된 이상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포항으로 갔다. 확실히 부산보다 많은 고등어 추어탕 집이 있었고, 포항 시민에게 꽤 친숙한 음식인 것도 확인했다.
그런데 포항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뜻밖의 음식점을 추천받았다. ‘꽁치 다대기 추어탕’ 줄여서 ‘꽁다추’라는 곳. 삶은 꽁치를 뼈째 다져 완자처럼 뭉쳐서 우거지를 넉넉히 넣고 끓여낸 국이었다. 산초가루 조금 올려서 먹으니 영락없는 추어탕 맛이 났다. 아니, 지금까지 먹었던 추어탕 가운데 몇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깊고 개운한 맛을 자랑했다.
결국 나는 ‘꽁다추’ 앞에서 모든 여정을 포기했다. 음식을 언어의 틀에 가두는 것이 얼마나 우매한 일인지 깨달았다. 음식은 사람들의 삶 속에서 만들어지고 전파된다. 언어는 다만 그 과정을 돕는 도구에 불과하다. 추어탕의 ‘추어’는 그래서 본질이 아니다. 본질은 미꾸라지를 갈 듯이 정성스럽게 갈고 다져 누구나 편하게 먹을 수 있을 국을 끓이는 마음이 본질이다. 그 본질이 유지되는 한, 추어탕은 어떤 생선으로 끓이든 추어탕일 수밖에 없다.
맛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