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시대 이탈리아와 독일에서는 도시 간 동맹이 잇따라 나타났다. 상업 활성화 속에 교역 안전 등을 꾀하려는 경제적 목적이 주류였다. 신성 로마제국의 침략에 대응해 이탈리아의 24개 도시가 동맹을 맺었고, 독일에서는 라인강 유역의 도시들이 ‘라인동맹’으로 뭉쳤다. 특히 북해·발트해 연안의 독일 여러 도시가 참가한 ‘한자(Hansa)동맹’은 상호 경제적 이익 확대로 큰 성공을 거뒀다. 전성기에 동맹 수가 100곳을 헤아렸다니 위세를 짐작할 만하다.
오늘날 도시 간 연대·협력의 필요성과 당위성은 갈수록 커진다. 올해로 44회째인 호주 시드니의 유명한 국제행사 ‘시티 토크(city talk)’가 그걸 말해준다. 각국 유명인사와 전문가가 모여 다양한 도시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세계 인구의 55%가 대도시나 위성도시에 거주하고, 2050년께에는 그 비율이 68%로 높아진다. 우리나라에서는 훨씬 더하다. 2015년 기준으로 도시화율이 무려 92%에 이르고, 수도권에만 전체 인구의 절반이 몰려있는 기형적 구조다.
동해 남부권인 울산·포항·경주 3개 도시의 ‘해오름 동맹’이 어제 울산시청에서 정기협의회를 열었다. 올해로 출범 4년 차인 동맹의 성과를 짚어보고, 지난해 합의했던 산업 연구개발 및 문화교류, 인프라 등 3개 분야 22개 공동협력사업 추진에 힘을 싣고 나섰다. 여기에 더해 해양쓰레기 저감, 해양오염사고 예방 및 방재활동 등을 함께 펼친다고 한다. 같은 권역의 도시들이 동맹체로 자구책 마련과 경쟁력 강화를 꾀하는 셈이다.
그 외에도 중부권의 안성·청주·진천 3개 시·군이 얼마 전 광역철도망 사업을 고리로 손을 맞잡아 관심을 모았다. 대구(달구벌)·광주(빛고을) 두 지역의 ‘달빛동맹’은 지난주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을 통해 더 화제가 됐다. 영호남 지역주의를 넘어선 화합과 상생 발전의 대표적 모델로 꼽혀서다. 상징성에 그치지 않고 두 도시가 2013년 공동협약과 조례에 따라 물적 인적 교류·협력의 폭을 넓히고 있으니 귀감이 되고도 남는다.
부산은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인접한 김해·양산과의 연대가 중요하다. 이름을 붙이자면 ‘삼각주(델타) 동맹’이다. 도시철도로 연결된 같은 생활권이고 경제활동도 밀접해서다. 기존 연계 협력사업도 있지만,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아무래도 생활에 도움이 되고 지역경제에 시너지 효과를 내는 실질적인 교류 협력사업을 발굴, 추진하는 게 관건이다. 세 도시가 힘을 합하면 ‘골든 트라이앵글’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