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옴부즈맨 칼럼] 사과는 바나나가 아니다 /권재창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5-28 19:04:15
  •  |  본지 3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사과와 바나나는 다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뜬금없이 사과와 바나나의 차이를 들먹이는 이유가 있다. 사과와 바나나를 같은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니, 사과를 바나나라고 하고, 바나나를 사과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과는 사과이고, 바나나는 바나나일 뿐이다.

‘사과와 바나나는? 사실이 먼저다(Facts First)’라는 CNN의 캠페인에 등장하는 과일들이다. 캠페인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사과가 있다. 그런데 누군가 그것을 바나나라고 말을 할 때 처음에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그러나 주변에서 계속 사과를 바나나라고 외치면 달라진다. 사과가 사실은 바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그러나 사과는 사과일 뿐이다. 사과가 바나나일 수는 없다.

언론은 많은 사회적 역할을 한다.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 성숙한 민주사회의 시민을 위한 교육, 문화와 교양 등 그 역할과 기능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언론의 본령은 팩트 전달에 있다. 팩트 전달이라는 본령에서 벗어난 언론은 아무리 정보가 풍부하고, 아무리 문장이 유려해도 진정한 언론이 아니다.

팩트 전달이라는 언론의 본령은 거의 예외 없이 보도 속도와 긴장 관계에 있다. 속도는 정보 전달의 적시성을 의미한다. 때를 놓치면 의미가 퇴색한다. 중요한 뉴스를 남들이 다 알고 난 뒤 보도하면 무용하다. 다른 신문이 먼저 보도하고 난 후 보도하면 가치가 떨어진다. 팩트의 정확성 못지않게 팩트 전달의 속도도 중요한 것이다. 즉 빠른 부정확성은 해악이지만, 느린 정확성은 무가치하다. 이는 팩트의 정확성이라는 이상(理想)만을 언론에 요구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는 언론 탄압의 가장 교묘한 방법의 하나가 팩트의 부정확성을 이유로 언론에 대한 과도한 제재, 손해배상, 처벌에 나아가는 것임을 역사적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언론사들도 수도 없이 많은 부정확한 보도를 해왔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그 언론사들의 명예가 더럽혀지지는 않았다. 오보(誤報)는 언론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이는 법원의 재판에 있어서 오판(誤判)이 숙명인 것과 같다. 이상주의자들이 아무리 그 가능성을 부인하고 규탄해도 오보는 언론의 숙명이고, 오판은 재판의 숙명이다. 그래서 오보를 부인하는 것은 민주적 언론을 부인하는 것과 다를 바 없고, 오판을 부인하는 것은 민주적 사법을 부인하는 것과 같다. 오보의 가능성이 전제되어야 기자들이 겸손해지고 신중해진다. 오판의 가능성이 전제되어야 재판관들이 겸손해지고 신중해진다. 결국 언론의 보도에서 중요한 것은 정확성과 속도의 조화라고 하겠다.

언론 보도가 시간적 제약 아래 급박한 상황에서 이루어졌다면 부정확한 보도라도 양해해 줄 수 있는 경우가 있다. 그 경우 부정확한 보도의 정정은 후속 보도를 통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급박한 상황에서의 보도라고 하여 부정확한 보도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그러나 시간적 제약이 별로 없었음에도 부정확한 보도를 한 경우에는 해당 언론사에서 더욱 큰 책임을 져야 한다. 이 경우 그 책임은 반드시 법률적인 책임에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여러 가지 형태가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해당 언론사의 수준이나 신뢰성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팩트 확인을 위해 기울인 진지한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노력 없이 보도한 경우 시간적 제약을 이유로 오보가 면책될 수 없다.
필자는 국제신문의 독자로서 언론의 정확성과 속도를 조화시키는 문제를 말하고 있지만 그 실현 가능한 방법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국제신문 나름의 정책과 노하우가 있을 것이다. 다만 독자로서 제언하고 싶은 것은 팩트 확인에 최선을 다해 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남들이 팩트를 왜곡할 때 정확한 팩트를 전달하는 언론사가 되도록 노력해 달라는 것이다. 남들이 모두 사과를 바나나라고 할 때 바나나가 아니라 사과임을 소신 있게 전달하는 언론이 되기를 바란다. 사과는 바나나가 아니다.

변호사·법무법인 청률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부산교통공사부산교통공사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시민공원 주변 재개발 아파트, 층수 낮추고 동수 10개 늘린다
  2. 2 반려동물과 식용동물 이분법?…생명에 어찌 다름이 있을까
  3. 3‘포수 FA’ 관심 없던 롯데, 이번엔 쇼핑목록에 담나
  4. 4부산·경상대 교수들도 미성년 자녀 논문 공저자 끼워넣기
  5. 5문재인 대통령 “건설·SOC 투자 확대”
  6. 6부산 국회의원 해부 <하> 선거 공약 검증
  7. 7송도 해안도로 달리는 시내버스 결국 무산
  8. 8부산 극단적 선택 1위 오명 벗었지만…
  9. 9“북항 재개발 수익으로 미군 55보급창 공원화하자”
  10. 10시계바늘 밑 터치스크린…아날로그 융합 스마트워치
  1. 1‘DJ 아들’ 김홍걸 총선 출마 시사… 목포서 ‘DJ 비서실장’ 박지원과 맞붙나
  2. 2정점식 “정동병원서는 정경심 뇌종양 진단서 발급 안 했다고…”
  3. 3법사위 국감, ‘검사 블랙리스트’ 논란 한동훈 반부패부장도 출석
  4. 4장제원, 국정감사서 “좌파 광란의 선동 정점은 대통령” 文 저격
  5. 5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도 45.5%… 조국 사퇴 이후 회복세
  6. 6금태섭, 윤석열에 ‘국회 출석’ 묻고, 한겨레 고소 지적
  7. 7군, 드론탐지레이더 부울경에 시범배치
  8. 8"언론재단 정부광고 대행 수수료 인하 혹은 폐지해야"
  9. 9최인호·김세연·윤준호, 도시재생 정부사업 선정돼
  10. 10힘 받은 황교안, “이낙연 노영민 이해찬 나가라”
  1. 1 산업의 힘, 기계부품
  2. 2평균층수 제한해 스카이라인 보장…경관·공공성 높였다
  3. 31965년 옷 다시 입은 ‘대선소주’
  4. 4시민공원 주변 재개발 아파트, 층수 낮추고 동수 10개 늘린다
  5. 5부산 고액·상습체납자 404명…1인당 평균 7억
  6. 6주가지수- 2019년 10월 17일
  7. 7드론 택배 2025년 상용화…정부 “선제적 규제 혁파”
  8. 8“연구개발 집중 투자는 창업 때부터 가장 중시, 국내외 망라 협업 강화”
  9. 9“부산항 부두 직통관 물동량 검사 비율 1.7% 수준 그쳐”
  10. 10부산 제조업 하반기 고용 절벽…업체 73%가 “안 뽑겠다”
  1. 1“설리 동향보고서 유출, 한 직원이 SNS로 퍼트려…” 처벌은?
  2. 2제28회 경남도 의용소방대 소방기술경연대회 개최
  3. 3통근 버스 졸음운전에 7명 다쳐…경찰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 중”
  4. 4로스쿨 10년 부산 변호사 2.4배 증가…급여 줄고 경쟁 심화
  5. 5'대도' 조세형 "아들에게 얼굴 들 수 없는 아비"…선처 호소
  6. 6'국정농단·경영비리' 롯데 신동빈 징역 2년6개월 집유 확정
  7. 7“뇌종양·뇌경색 진단서 발급한 적 없어” 정동병원, 정경심 추석 입원 병원
  8. 8조국 복직에 서울대 안팎서 '분노의 표창장' 등 패러디
  9. 9장용진 기자 “기자라면 누구나 상대 호감 사려…그런 취지로 한 말”
  10. 10개정 전 지방공무원 여비 지급 규정 두고 해석 분분
  1. 1손흥민 북한선수와 ‘유니폼 교환’ 질문에 “굳이…”
  2. 2‘포수 FA’ 관심 없던 롯데, 이번 쇼핑목록엔 담나
  3. 3류현진, 현역 투표 최고투수 후보 3인에 올라
  4. 4전쟁 같았던 평양 원정…손흥민 “안 다친 게 다행”
  5. 5베이브 루스 500홈런 방망이, 경매 최고가 경신할까
  6. 6
  7. 7
  8. 8
  9. 9
  10. 10
부산 국회의원 해부
선거 공약 검증
부산 국회의원 해부
의정활동 충실도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감동스러운 도시건축을 만나고 싶다
진정한 탈일본을 결단할 때
기고 [전체보기]
장애인복지관이 나아갈 방향 /이성심
부산시 국립특수학교 부지 허가를 /김석주
기자수첩 [전체보기]
문화 축제로 진화하는 BIFF /김민정
시커먼 흙, 시커먼 기억 /배지열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솔로몬 심판’과 오늘 우리의 송사들
귀농 귀어 귀촌에도 균형발전 없는 나라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힐링의 악기 ‘깡깡이’ 해금
조선 시대 선비들의 음악문화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가난, 아이들은 잘못이 없다 /하송이
‘억울함’에 귀 기울이는 자세 /이병욱
도청도설 [전체보기]
레이와의 역설
공적 된 멧돼지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가을과 다섯 수레의 책
조선시대 ‘북캉스’ 풍경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전남 영암 독천리의 ‘갈낙탕’
짜장면과 라면 그리고 염치
사설 [전체보기]
예산 부족 두리발·자비콜 멈춰서게 해선 안 된다
갈수록 암울해지는 경제 전망, 정부 총력 대응 나서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소산소사’의 사회, 고용연장이 해법
중앙정부와 지자체 복지 역할 재정립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절망 속에서 탄생한 명작
패배한 청년의 초상
이홍 칼럼 [전체보기]
정신 줄 놓지 말고 다시 도전하자
감정적 대응은 일본을 웃게 만든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부산 공공기관 혁신 이번엔 제대로 될까
서울 인구 1000만 붕괴의 명암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가을을 여는 모차르트
가을의 문턱에서…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과 삶
양해 바라지 말고 용서 구하자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호생관 최북의 ‘지두해도(指頭蟹圖)’
연객 허필의 ‘묘길상도’
  • 동남권 관문공항 유치기원 시민음악회
  • 골든블루배 골프대회
  • 기장캠핑페스티벌
  • 제21회부산마라톤대회
  • 사하관관사진공모전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