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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와인 한 잔] 와인 숙성과 설렘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5-29 18:53:57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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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숙성은 포도 성분이 발효되면서 생기는 새로운 성분과 기존 성분이 섞이면서 조화를 이루어가는 과정을 말한다. 발효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와인은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효모의 향과 탄산가스 등이 섞여 향과 맛이 거칠기 때문에 바로 마실 수 없다. 맛과 향의 조화를 위해 일정 기간 숙성이 필요한데 기간이 정해진 것이 아니고 포도의 품종, 와인의 스타일, 원산지, 수확 시기 등을 고려하여 결정한다. 발효가 끝나서 마실 때까지 기간, 탱크나 오크통 혹은 병에서 마실 때까지 변화를 의미하고 와인의 타닌, 산도 그리고 알코올 도수가 높아야 중·장기적으로 숙성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좋은 향과 맛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과일의 품질과 특징이 있어야 한다.
슬로베니아의 와이너리 포도밭에서 와인 한 잔.
와인이 숙성되면서 일어나는 변화는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와인을 숙성시키는 통에서 특정 성분이 와인으로 전달된다. 예를 들면 오크통에서 숙성되면서 타닌과 커피, 바닐라, 코코넛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향이 와인 속에 스며든다. 둘째는, 숙성 기간 특정 성분이 산소와 화학반응을 일으켜 와인 속에 나타나는데 캐러멜 커피 너트 향 등이 이에 속한다. 세 번째는 유리병과 같이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발전하는 향이다. 병입한 후 얼마 되지 않은 와인은 맛과 향이 깊지 않아 병입 후 수개월 또는 수년 동안 숙성했을 때 품질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와인을 오랫동안 병 숙성을 하면 오히려 신선한 과일 향이 사라지기도 하는데 이 경우엔 이른 시일 내에 마셔야 한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대부분 와인은 대체로 숙성 기간이 길지 않고 가까운 시일 내에 소비된다. 하지만 최상급 와인 대부분은 오크통이나 병 속에서 숙성을 시켜야만 더욱 맛이 좋아진다. 초기의 거친 풍미와 타닌이 강한 와인일수록 숙성을 시키면 향과 맛이 좋아진다. 최상급 와인 중에는 최소한의 숙성 기간을 법으로 정해놓기도 한다.

와인에서 맡을 수 있는 향으로는 ‘아로마’와 ‘부케’가 있다. 아로마는 포도 자체에서 우러나오는 향을 말하고, 부케는 발효가 끝나고 숙성되는 기간 형성되는 향을 말한다. 아로마를 통해서 포도의 품종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부케를 통해서 숙성이 잘된 좋은 와인을 찾을 수 있다.

이제 와인을 마시기 전 어떤 향과 맛이 날까 상상해보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전 가슴이 쿵쿵 뛰는 설렘. 만나면 기대보다 더 반갑고 기쁜 사람처럼 와인을 마시고 난 뒤 입안 가득히 여운이 남는 와인이 좋은 와인이다. 한 걸음 뒤로 두고 언제든지 돌아갈 그런 만남은 재미가 없다. 나 없는 자리 다른 사람으로 채우면 되는 그런 사랑은 싫다. 빈자리가 있어도 그 허전함이 좋은 사랑처럼 잔은 비었지만 그 아쉬움을 채워주는 잔향 가득한 와인을 마시고 싶다.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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