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7기 오거돈 부산시장이 취임 1주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6월 부산의 문화예술계는 오 시장의 당선으로 기대에 부풀었다. 오 시장은 예전 부산시에 근무할 때 문화예술에 관심을 보였고 성악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 유명했다. 부산에서 ‘문화시장’이 탄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부산은 민선 시대에 문화예술을 제대로 이해하는 시장을 만나지 못했다. 시장이 바뀌어도 ‘문화정책 실종’ ‘문화 컨트롤타워 부재’라는 말들은 녹음기처럼 되풀이됐다. 그런 상황에서 오 시장의 당선은 문화예술계에 반가운 뉴스였다.
그리고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문화시장은 탄생했는가. ‘문화정책 실종’이란 비판은 사라졌는가. 이 말에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려울 것 같다. 적어도 지난 1년 가까이 오 시장의 모습은 기대했던 ‘문화시장’과 거리가 있었다.
먼저 오 시장의 문화예술에 관한 비전을 담은 공약을 살펴보면 의외로 간단하다. 책자형 선거공보에 실린 오 시장의 공약 중 문화예술과 관련된 부분은 ‘문화 예술의 도시, 세계적인 영화의 도시, 부산을 다시 만들겠습니다’라는 선언이 전부다. 물론 중요한 것은 선언보다 창의적인 정책을 세우고 구체적인 사업을 실천하는 일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이야기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민선 7기 들어 부산시가 많을 때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기자회견을 자청해 정책과 사업을 쏟아냈지만 정작 문화예술 분야의 소식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좋지 않은 뉴스들이 터져 나왔다. 올해 문화예술 관련 기관들의 예산을 대폭 삭감해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더욱이 분노한 문화예술인들을 위해 마련한 간담회를 비공개로 진행해 빈축을 샀다.
이런 과정을 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오 시장은 과연 ‘준비된 문화시장’인가 라는 점이다. 이런 의문을 자아낸 장면이 몇 번 있었다. 오 시장은 지난해 6월 당선인 시절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위해 ‘1000억 원 기금 조성’을 선언했다. 부산 영화·영상 산업의 장기적 발전과 BIFF의 재도약 등을 위해 기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BIFF 몰아주기’ ‘다른 문화예술 분야 소외’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흐지부지됐다. 또 있다. 지난달 BIFF의 북구 개최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중구와 BIFF의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이 같은 말과 행동은 BIFF의 발전을 위해 오랫동안 검토한 결과일까. 아니면 부산시장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깊은 고민 없이 한 것일까. 이런 모습을 접할 때면 오 시장이 문화예술 분야에서 준비하고 계획한 콘텐츠가 있는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새로운 비전과 콘텐츠에 관한 의문은 오 시장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일부 기초단체장에게서도 느껴진다. 올해 K-POP 축제인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BOF)의 메인 공연 2개가 아시아드주경기장이 아닌 북구 화명생태공원에서 열린다. 북구 개최가 확정되자 정명희 북구청장은 인터뷰를 통해 “이번 결정이 서부산 시민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고 부산의 새로운 곳을 알릴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이상하다. 정 청장은 2016년 시의원으로 활동할 때 “BOF가 부산 시민으로부터 BIFF 죽이기 위한 행사로 의심받아 BOF에 대한 반시민 정서가 강하다”고 말한 당사자다. 다른 사람도 아닌 정 청장이라면 맥락상 BOF를 북구에서 개최할 것이 아니라 BOF를 능가할 새로운 축제나 행사를 기획해서 키워야 하는 것 아닌가. ‘그때는 틀렸고 지금은 맞다’ 인가, 아니면 준비된 콘텐츠가 없었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다른 깊은 뜻이 있는 것일까.
이제 1년이 다 돼가는 시점이다. 민선 7기 오 시장의 문화정책을 평가하기에 이른 시간이다. 부산의 문화예술인들은 문화예술에 관한 오 시장의 비전과 정책을 기다리고 있다. 오 시장의 ‘문화 비전 선포식’은 지난 1월 개최하려다 연기돼 다음 달 열린다. 비전을 통해 준비된 문화시장의 능력을 보여준다면 부산은 문화도시로 발돋움할 토대를 마련할 것이다. 그래서 비전의 내용이 궁금해진다. 아울러 민선 7기 남은 3년 동안 문화시장이 펼칠 문화정책도….
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