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가 임중도원(任重道遠)이었다. 임중도원은 ‘맡겨진 일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라는 뜻이다. 실제로 한국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경기 침체 등 산적한 난제에 직면하고 있다.
사자성어 임중도원을 추천한 분들은 어렵다고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굳건한 의지를 가지고 끝까지 나아가 올해는 좀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부산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파산한 부실 부산계열 저축은행으로 피해를 본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일이다. 2011년 이후 전국 30개 저축은행의 영업정지로 수많은 예금자가 피해를 보았는데, 유독 부산지역은 다른 곳보다 피해가 더 컸다. 부산계열 저축은행의 부실규모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2010년 말 총자산 9조9000억 원 중 부실 정리 후 파산 저축은행에 잔존한 자산가치는 약 1조5000억 원에 불과했고, 약 3만8000명이 예금 등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저축은행은 자산 대부분을 120개 SPC(특수목적회사)를 통해 건설업 등에 투자했으나 21개 사업장만이 정상 진행 중일 정도로 부실이 심각했다. 캄보디아 투자 자산도 부실자산 중 하나로 투자액이 무려 8000억 원에 달한다.
파산한 부산계열 저축은행을 관리하고 있는 예금보험공사가 캄보디아 수도인 프놈펜에 사무소를 설치하고 전문인력을 파견하여 일부 회수 성과를 거두었다고는 하나 갈 길은 여전히 멀다. 아직도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자산이 수천억 원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캄보디아를 방문하여 캄보디아 부총리 등을 만나 자산회수 협조를 요청했다지만 성과가 언제 나올지는 알 수 없다. 예금보험공사가 대통령의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에 포함되어 저축은행 자산회수 문제를 정부차원 이슈로 격상시킨 것은 나름 의미가 있겠으나 이것이 실제 회수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공염불에 그칠 것이다.
자산 회수는 하루하루가 시급한 문제이다. 회수가 지연되는 동안, 캄보디아에 있는 부산계열 저축은행의 부실 관련자들이 담보물을 매각하고 자산을 은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캄보디아 기업이 헐값에 해당 자산을 인수하려는 움직임까지 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냥 기다리기만 하다가는 회수액이 줄거나, 아예 회수를 하지 못할 위험도 있어 보인다.
우리는 정부부처 간, 민관 협력을 통해서 당면한 과제를 수차례 해결하는 저력을 갖고 있다. 평창올림픽 유치 때도 서울올림픽 유치 때에도 그리고 1997년 아시아를 휩쓴 경제위기에도 우리는 모두 힘을 합쳤다. 그리고 서해안 원유 유출사건 때도 정부부처뿐만 아니라 민관이 힘을 합쳐서 다른 나라가 수년간 해결 못 한 일을 불과 몇 개월 만에 해결한 저력이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억울한 자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캄보디아 자산을 회수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국부 유출을 막는 일이며,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고통을 겪는 서민을 구제하는 일이기 때문에, 예금보험공사뿐만 아니라 범정부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저축은행 자산회수 문제가 정부 차원에서 논의되려면 캄보디아와 교류 채널을 보유한 외교부와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의 적극적 지원과 협조가 필수적이다. 또한, 캄보디아 자산 회수로 저축은행 피해자가 받게 될 돈은 지역사회에서 소비돼 지역경기 활성화에 기여할 수도 있기 때문에, 부산지역 정치인들도 관심을 가지고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근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정부 부처에 지원을 요청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하고 금융위와 검찰, 외교부에서도 관심을 보인다니 한가닥 희망을 가져본다.
부산계열 저축은행이 파산한 지 벌써 6년이 지났다. 정부 부처와 정치권, 예금보험공사가 힘을 모아 이 ‘임중도원’ 같은 회수의 길을 마무리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기를, 부산의 한 시민으로서 마음을 모아 기대해 본다.
부경대 국제지역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