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나무는 그 마을의 상징이 된다. 만남의 장소나 기준점이 되기도 하고, 세대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기도 하며, 지역의 역사를 함께 품고 살아가는 지표가 된다.
기상청에서도 오래된 나무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 있다. 바로 ‘기후관측소’다. 기후관측소는 한장소에서 오랜 기간 관측하여 그 지역의 기상을 대표할 수 있는 관측 자료를 생산하고, 지역의 기후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래된 나무와 같다.
특히, 부산과 서울에 있는 기후관측소는 세계기상기구(WMO)가 선정한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특별한 ‘100년 관측소’이다. ‘100년 관측소’로 선정되기 위한 조건은 매우 까다로운데, ▷100년 전 설립 ▷비활동 기간 10년 미만 ▷환경정보의 보존 ▷지속적인 자료품질관리 ▷관측자료 공개 등의 기준을 모두 통과한 경우에만 선정된다.
전 세계 기상관측소는 1만3000여 개소가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서울과 부산 두 곳이 100년 관측소로 선정되었다. 우리보다 6배 많은 관측소를 운영하는 일본은 단 1개소, 8배의 관측소를 가진 중국은 3개소만이 선정된 점을 감안할 때 두 관측소가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부산기상관측소는 우리나라의 근대기상업무가 태동한 1904년부터 관측을 시작하여 115년의 근대기상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매우 의미 있는 관측소다. 현재도 부산의 대표 기상관측자료를 생산하고 있는 중요한 장소이다. 또한, 배처럼 생긴 특이한 외형과 근대 표현주의 건축양식이 잘 보존된 건축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건물로, 부산시 지정기념물 제51호 문화재로도 지정되어 있다.
지난 4월 23일 부산기상관측소는 부산지방기상청과 부산시 중구청이 협업해 개관식을 갖고 ‘대청 큰마루터 기상전시관’으로 재탄생하였다. ‘대청 큰마루터 기상전시관’은 앞으로 우리 미래인 청소년들과 시민에게 기상역사와 기상과학을 알려주는 교육과 체험의 장소가 될 것이다.
1907년에 설립된 서울기상관측소도 현재까지 서울을 대표하는 기상관측자료를 생산하며, 현 관측소 건물 역시 건축학적·기상학적 가치가 인정돼 등록문화재 제585호로 지정됐다. 2020년 기상박물관 개관을 목표로 현재 건물 개수공사와 문화재 보존·복원 공사가 진행 중인데, 기상박물관이 설립되면 기상과학문화를 국민과 함께 나누고 기상역사의 전통성을 계승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오늘날 기후관측소가 더욱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 때문이다. 전 세계는 기후변화와 이상기상 현상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언론을 통해 전 세계의 폭우 및 홍수, 폭설, 이상고온 같은 기상재해가 심심찮게 보도되는 것을 보면, 전 지구가 겪는 기후변화와 이상기상 현상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8월, 홍천에서 역대 최고기온인 41.0도를 기록하면서 전 국민이 기후변화를 몸소 체험하였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며, 우리 후손들은 더 혹독한 기후 변화 시대에 살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기후 변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기본이 되는 정보는 바로 기상관측자료이다.
이와 같이 중요한 기상관측자료를 생산하는 부산기상관측소와 서울기상관측소가 앞으로 또 다른 100년을 이어가고, 이곳에서 새롭게 탄생된 박물관과 기상전시관이 시민과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기상과학을 이해하고 기후변화 시대에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세계적 자랑인 부산기상관측소와 서울기상관측소가 기상과학의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오래된 나무 역할을 하리라 믿는다.
기상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