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장재건 칼럼] 양날의 칼 양정철

국정원장 회동 온갖 억측, 억울해도 자초한 면 커

예방주사 제대로 맞은 셈…측근 비극 반복 않으려면 일거수일투족 조심해야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돌아온 ‘양비’를 세상은 역시 가만두지 않았다. 2017년 대선 직후 ‘잊힐 권리’를 내세우며 홀연히 해외 유랑길에 오른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이 최근 민주당 민주연구원장으로 복귀하면서다. 누구보다 현실 정치에 발을 들이지 않겠다고 누차 강조했던 그였기에 세상의 관심은 당연했다. 첫 출근길 그의 말처럼 “피하고 싶은 자리”였겠지만 결국 그는 돌아왔다. 그만큼 문재인 정부가 현재 처한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세상이 다시금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이유다.

그의 복귀만으로도 이처럼 세상의 관심이 뜨거운데 덜컥 사달이 나버렸다. 서훈 국정원장과의 회동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오지만 억울할 만도 하다.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인 데다 귀국 인사차 만났다는 양 원장 말이 그리 틀려보이지 않아서다. 아무리 대통령 복심이라지만 ‘사람 만날 권리’마저 박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회동에는 현직 기자도 동석했으니 정치적인 목적의 자리와는 거리가 먼 듯하다. 이래서 그가 해외 유랑 시절 귀국하기가 겁난다고 했던 모양이다.

다만 귀국과 함께 당의 싱크탱크 수장을 맡은 이후 행보라는 점에서 비판을 자초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이미 지난달 취임 직후 문희상 국회의장과 독대하면서 원하든, 원치 않든 실세임을 과시했다. 이 역시 인사차 방문이었지만 정당 지휘부도 아닌 원외 인사로서는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판에 국정원장과 비밀 회동을 했으니 총선 관련 이야기가 오고 갔으리란 추측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물론 내년 총선 ‘북풍 기획설’을 거론하는 자유한국당 주장이 너무 앞서간 것이긴 해도 불필요한 빌미를 제공한 건 그의 잘못이다.

만약 그가 귀국해 특별한 자리 없이 서 원장을 만났다면 그리 색안경을 끼고 볼 일은 아니다. 하지만 민주연구원장이 어떤 자리인가. 공천권은 없다고 하나 내년 총선 전략과 정책을 총괄하는 핵심적인 당내 기구이다. 게다가 이례적으로 부원장에 현역 의원이 3명이나 포진했다. 이러니 양 원장을 두고 원내대표와는 별개의 ‘원외대표’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여당 내에서조차 경계심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당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는 마당에 아무리 사적이라지만 서 원장과의 만남은 신중하지 못한 처신이 아닐 수 없다.

양 원장은 올 1월 한 인터뷰에서 청와대에 다시 들어갈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내가 안 간다”고 단호하게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그 이유로 그는 “대통령 판단이시지만, 내가 어떤 자리를 맡더라도 주목을 안 받을 수가 없게 돼 버린다. 역대 대통령 측근들의 비극을 많이 봐 왔다. 측근 문화도 바뀌어야 하고, 새로운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정권이 어려워지면 공직은 불려갈 수도 있지 않나”란 질문에는 “그런 특별한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고 여운을 남겼다. 측근이라고 해외를 떠돌 이유는 없지만 ‘새로운 선례’를 만들겠다는 그의 강한 의지가 신선하게 다가왔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세간의 모든 관심은 그가 과연 다시 대통령 곁으로 돌아올 것인가란 문제였다.

그가 언급한 ‘특별한 상황’이 무엇인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집권 3년 차를 맞아 각 분야에서 불거지는 문 정부의 위기가 그를 불러 들였으리라 짐작할 뿐이다. 이유가 뭐든 그는 돌아왔다. 비록 청와대는 아니라도 자리는 의미가 없다. “정권 교체의 완성은 총선 승리라는 절박함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복귀 이유가 문 대통령의 성공을 돕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잊힐 권리’도 좋지만 ‘문 대통령을 위한 의무’가 지금으로선 더욱 중요하다는 판단인 셈이다. 우리 정치사에 수많은 비극으로 나타난 측근 문화를 바꾸는 선례를 지키지 못한 게 다소 아쉽기는 해도 탓할 생각은 없다. 그가 문 정부의 남은 임기를 성공적으로 보필한다면 그게 훨씬 가치 있을지도 모른다.

양 원장은 해외 유랑 시절 자신의 존재가 문 대통령에게 양날의 칼일 수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잘 쓰면 약이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시스템을 깨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그간 자칫 독이 되느니 비극의 싹을 자르는 길을 택했다. 하지만 결국 그가 말한 ‘특별한 상황’이 오고 말았고, 결국 문 대통령과 한 배를 탔다. 이런 그를 세상이 가만히 놔둘 리 없다. 말 하나 행동 하나 살얼음 밟듯 조심하지 않으면 어떤 공세가 퍼부어질지 그가 모르지는 않을 터이다. 이번 서 원장과의 회동에 쏟아진 억측을 억울해 할 일만은 아니다. 그나마 복귀 초기에 예방주사 한 번 제대로 맞은 것으로 여길 일이다. 역대 정권의 측근들이 스스로 독으로 변해가는 걸 제대로 알았더라면 그 많은 비극이 끝없이 되풀이되는 일이 있었겠나.

논설실장 jjk@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동래구에 붙은 선거벽보
  2. 2‘진격의 개미’ 주식계좌 한 달새 86만 개 늘었다
  3. 3[서상균 그림창] 바쁘고…기쁘고…나쁜
  4. 4민주당 ‘수영강 벨트’ 집안싸움에 원팀 흔들
  5. 5미국 확진자 20만명 넘어서…13일 만에 20배 급증
  6. 6화상통화로 면접시험 치뤄요
  7. 7김해갑 TV토론…후보별 ‘신공항’ 찬반 난타전
  8. 8144년 전통 윔블던 대회도 취소
  9. 9[도청도설] 슬기로운 ‘집콕’ 생활
  10. 10낙동강 하구를 국가도시공원으로 <8> 앞으로의 20년
  1. 14·13 총선 D-13, 여·야 공식 선거운동 시작
  2. 2코로나19 우려에도 한 표 행사하는 재외국민들…"무섭지만 투표는 꼭 해야"
  3. 3네이버, 오늘(2일)부터 급상승 검색어 중단…댓글 작성 시 실명 인증
  4. 4부산·경남 국회의원인데 … 40%가 강남에 아파트 보유
  5. 5부산 선거 벽보 3639곳 부착 시작…훼손하면 처벌
  6. 6코로나19 사태로 울산 기업경기전망지수(BIS) 세계금융위기 수준 하락
  7. 7재외투표 첫날 …해외 유권자들 소중한 ‘한 표’ 행사
  8. 8선관위, 전국 8만 6000여 곳에 후보자 선거벽보 게시
  9. 9 ‘결혼정보 무료제공, 2천만 원 결혼장려금 지원 등 공약에 대해 물었습니다
  10. 10문 대통령 "후반기 국가균형발전 정책 등 더 열심히 해달라"
  1. 1‘진격의 개미’ 주식계좌 한 달새 86만 개 늘었다
  2. 2한국은행, 양적완화 돌입…RP 5조2500억 첫 매입
  3. 3삼성전자 해외공장 25% ‘셧다운’…항공사 대량실직 현실화
  4. 4종부세 납부 대상자 긴급재난지원금 못 받을 듯
  5. 55대 은행 원화 대출 지난달 20조 원 증가
  6. 6주가지수- 2020년 4월 2일
  7. 7석 달간 물가 1%대 상승…코로나19로 식재료 가격↑
  8. 8금융·증시 동향
  9. 9부산항 입항 요청 크루즈 2척 중 1척 조건부 허용
  10. 10
  1. 1부산시, 인도네시아서 온 119번째 확진자 동선 공개
  2. 2정부 “사회적 거리두기 향후 방향,주말 이전 밝힐것” (종합)
  3. 3경남 김해, 영국서 귀국한 20대 코로나19 신규 확진
  4. 4마스크 공급량 안정권 들어서나…사라져가는 '마스크 줄'
  5. 5창원시, 코로나19 실직 청년 희망지원금 신청 접수
  6. 6이탈리아 신규 확진자 4000명대 유지…전문가 "확산세 정점 도달"
  7. 7부산경찰, 아동성착취물 및 불법촬영물 텔레그램 판매자 검거
  8. 8부산 지역사회 감염 10일째 '0'…자가격리자는 1247명
  9. 9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9976명…89명 늘어
  10. 10거제시, 정부 지원 제외된 소득상위 30% 에 최고 50만 원 지원
  1. 1코로나19 여파로 윔블던 취소…2차대전 이후 처음
  2. 2방구석 1열서, 함성 대신 댓글…랜선 스포츠 시대
  3. 3추신수, 마이너리거에 1000불씩 ‘특급 선행’
  4. 4144년 전통 윔블던 대회도 취소
  5. 5‘병역 특례’ 손흥민 해병대서 기초군사훈련
  6. 6
  7. 7
  8. 8
  9. 9
  10. 10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독일 통일과정 7대 과오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다시 읽어보는 한 ‘분단인’의 삶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그럼에도 봄은 오고 있다
제1부두, 이왕 보존하는 김에 제대로
기고 [전체보기]
더 힘들고 연약한 우리 아이를 위하여 /여승수
‘코로나19와 공존’하는 일상을 찾기 위해 /손현진
기자수첩 [전체보기]
억측과 갈등만 낳는 낙동강청 /임동우
양산 도로 침하 사고의 교훈 /김성룡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히포크라테스의 거울
개혁을 위한 아카데미상은 없지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귀하디귀한 악기 ‘편경’
강강술래와 농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인내의 시간, 염치를 갖자 /송진영
부산시의 뒷북 /하송이
도청도설 [전체보기]
슬기로운 ‘집콕’ 생활
재외국민 투표권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
여든 살 어머니의 만학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도다리쑥국
아시정구지의 추억
사설 [전체보기]
코로나 쇼크 골목상권 신속 지원으로 고사 막아야
느슨해지는 사회적 거리두기…긴장 끈 놓기엔 이르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국민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면
인구 절벽 시대, 복지 대타협 급하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허황된 중국경사론
“한미동맹, 이상없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전쟁의 얼굴
호의가 낳은 명작
이홍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의 도전과 한국인의 응전
한국 경제 회복탄력성이 관건이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가 지구촌에 던진 경고
코로나 최전선 지방정부엔 여야가 없다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사계’ 연주의 전설, 이 무지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의 르네상스
영화 ‘사이드웨이’가 말하는 것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소치 허련이 그린 도깨비 그림
우봉 조희룡의 매화서옥도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하프마라톤대회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