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수산업에 활력이 없다. 도로를 다니는 수산물 운반 트럭이나 컨테이너 차량의 활약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부산에는 수산 경제가 돌아가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중요한 체감지표라 하는 것이 많다. 자갈치 아줌마들의 힘찬 목소리, 냉동·냉장 물류창고를 분주하게 오가는 차량, 수산물 도매시장이나 물류창고에 들고나는 외국의 수산물, 중앙동 일대를 다니는 러시아 선원들의 발걸음, 일본과 중국 바이어들이 내뱉는 일본말과 중국말 등 많은 체감지표가 있다.
그 외에도 우리가 꼼짝 못 하는 통계 지표도 있다. 우리나라의 수산물 생산은 전세계 12위, 교역은 25위 정도로 이미 상위 10위권에는 없다.
과거 우리나라는 수산물 수출국에서 상위에 있었다. 1970, 80년대에는 3위에서 8위 사이이던 것이 점점 하락하면서 지금은 폴란드 대만보다도 하위인 23위까지 떨어졌다. 국가산업기반이 약한 시절 우리나라는 오대양에서 생산한 수산물을 세계에 수출하면서 달러를 벌었지만 지금은 연어 랍스터와 같은 고급 수산물부터 시작해 ‘국민 어류’라 할 수 있는 고등어까지 대량 수입하는 국가로 위치가 바뀌었다. 자국 내 소비량이 늘어난 결과다.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최고의 수산도시 부산은 그 자리가 흔들리게 되었다.
과거 근해어업과 원양어업 생산기지로서 가공 물류 유통 등 전후방 연관산업이 크게 발전하여 왔고, 미국 러시아 중국과 남미 국가 등으로부터 수입, 환적하는 수산물이 넘쳐났던 장면은 이제는 중국의 차지가 되었다. 이제는 한산한 기운마저 돌고 있다. 부산은 한국 최고의 수산 도시라는 이름만 남겨져 있을 뿐 글로벌 국제수산무역, 물류, 가공 등은 최소한의 역할과 명맥을 유지하기도 버거울 정도가 됐다.
이미 세계 수산업 분야는 미국 노르웨이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으로 재편되어 가고 있다. 이들 국가 모두가 생산과 수출을 동시에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을 활용한 첨단 생산 시설과 양식산업으로의 재편, 자동화, 기계화를 기반으로 하는 수산가공, 필레트 등 가공 기능을 함께 갖춘 모선식 현대 어선, 최고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냉동·선어·활어 물류 운반 포장 기술 등 우리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에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부산이 국제수산허브 도시로 살아남거나 다시 도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를 위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주변국과 새로운 전략 축을 구축하여야 한다. 이전에는 세계 자원 공급국인 러시아의 수산물을 부산으로 가져와서 선별, 포장, 가공, 국제 거래, 물류를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이런 물류 시스템에 미국 일본 중국이 같이 올라타면서 아주 순조로운 국제수산허브 도시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그러나 중국은 급속한 성장과 인프라, 인적 자원 확충으로 부산이 수행하여 온 기능과 역할을 가져가 버렸다. 아주 단기간 부산에서 중국으로 이전되면서 부산은 동북아 국제수산물류무역기지, 감천 국제수산물도매시장, 수산물수출가공단지 조성 등 부산시가 추진했던 야심찬 프로젝트들이 국내용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우리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관계와 물류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러시아에 북태평양 전진 기지 조성 등 러시아와의 협력 사업이 실질적인 측면에서 진전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아시아 신흥 수산국으로 부상한 베트남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러시아-한국-베트남 삼각 구도에서 상호 실리적인 이익을 공유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미 베트남은 자국 수산물 생산, 가공, 무역 시스템을 갖추고는 있으나 명태 대구 연어 등 수산물의 다양성 부분에 한계가 있고, 러시아는 가공과 물류 기능이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다. 전 세계 수산물 교역 시장에 대한 축적된 노하우와 현대화된 수산물류 시스템을 가진 우리나라가 잘 연결한다면 새로운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자국 생산 수산물에 대한 공급의 안정성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원양어업과 근해 선망 등 대형어선 어업의 안정적인 공급력을 회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국제 자원과 우리 바다 자원 관리를 기반으로 하는 지속 가능한 생산 시스템을 이른 시일 내에 복원해야 할 것이다. 감척과 함께 친환경 신조선까지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높은 수준에서의 자국 수산물을 기본으로 하지 않는 수산 허브는 있을 수 없다.
부산이 국제수산허브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다시 한번 지도를 넓게 펼쳐 놓고 새로운 그림을 그릴 용기를 가져보자.
부경대 해양수산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