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찰관의 주취자 대응 동영상과 관련해 큰 논란이 있었다. 이 논란은 경찰직무에 대한 전통적 상징(모든 경찰관은 육체적으로 강해야 된다는)에 익숙한 대중의 오해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즉, 달라진 경찰이념과 환경 변화에 따라가지 못한 데 따른 문화 지체가 잠재된 젠더 갈등을 촉발시켜 논란이 커진 것이다. 게다가 일부 정치인이 경찰채용의 체력검사기준에 문제를 제기하자 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고치겠다고 한다. 그러나 체력검사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변화된 경찰 시대에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사이버경찰, 복지경찰 등 경찰 영역의 전문화, 내근직 증가, 치안서비스 대상자 다원화 등의 추세와 맞지 않다.
현장성을 전제로 한 전통적 경찰론에 입각해 과거에 만들어진 체력검사가 오늘날 모든 경찰관시험에 필수적이어야 할 필요가 없고 직무의 성격과 개인의 역량에 대한 고려 없이 모든 장애인이 경찰직무를 할 수 없다는 전제는 구시대적 유물이다. 체력이 약하거나 장애인도 경찰관으로 입직해도 될 만큼 법적·이념적·업무적 변화가 생겼으므로 사무능력과 자격이 있는 장애인에게도 경찰관 입직 기회를 주어야 한다.
현재 경찰서 내 일반공무원과 타 행정부서에는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이 적용되나 경찰관만은 1991년 장애인고용촉진법에 따른 전통적 경찰역할론에 근거해 ‘직무의 특수성을 이유로’ 의무고용 적용에서 제외됐다. 이는 장애인의 헌법상 행복추구권과 직업자유권과 평등권 및 2007년의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에 규정된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배제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을 위배하고 있다. 과거 경찰업무가 물리적 현장성에 한정되던 시대에는 ‘정당한 사유’에 ‘경찰의 직무특수성’이란 예외사유가 정당화됐으나, 현대에는 그러한 ‘직무의 특수성’이 정당화되지 않을 정도로 업무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경찰업무에서 ‘직무의 특수성’이란 고전적 상징은 더 강화되었고 민주정부 시대에는 무관심으로 인해, 그리고 자주 발생하는 강력사건에 대한 언론의 보수적 보도로 인해 여전히 절대적 사유로 작용하여 장애인은 경찰관이 될 수 없었다.
장애인 경찰관이 필요한 이유는 우선 육체적 강인함을 중시한 과거와 달리 경찰업무가 전문화와 다원화로 진행되는 현대에서는 신체적 약자라도 다른 능력이 뛰어나면 경찰업무를 할 수 있는 비현장성 분야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둘째, 신체적 대응력이 필요 없는 민원실, 무선지령팀, 경리계와 생활안전계, 수사지원팀 등의 서무업무, 면허업무, 조사, 심리, 상담, 전산, 교육, 복지, 사이버 등의 경찰업무영역에서도 이들을 배제하는 것은 위헌이며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배하기 때문이다.
셋째, 장애인 범죄자(또는 피해자) 등에 대한 조사는 오히려 치안서비스의 생산성이 제고될 수 있다. 그들의 심리적·문화적 특성을 알고 동질감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넷째로 경찰이념의 변화이다. 가치중립적인 집행의 이념에서 치료적 경찰과 회복적 경찰 및 사회복지적 경찰 등의 전문적, 가치지향적 이념으로 변했으며 인사행정론에서 사회적 형평이념에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애인고용의무적용제외조항을 폐지해야 하고 경찰청은 장애인친화적 경찰업무를 적극 개발해야 한다. 직종을 다양화해 장애인이 응시할 수 있는 직종을 공지하거나 법정고용의무비율을 적용해 채용해야 하며 응시 상한연령도 장애인에게는 높여야 한다. 시험과목도 국어 영어 국사 등을 폐지하고 범죄심리, 범죄학 등의 전문과목을 넣되 사회복지 등 다양한 전문과목을 선택과목으로 넣을 필요가 있다. 시험방법도 다양화하고 경찰직종에 따라 체력검사기준을 달리하여 체력이 약한 자도 입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순환보직 등 조직내부의 문제점과 양비론적 언론, 포퓰리즘적 정치권과 이해관계층의 상징 저항이 예상되지만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의 이념에 비추어 장애를 고려하는 기준을 적용해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이다. 우선적으로 경미한 장애인에게 먼저 시행한 뒤 성과에 따라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동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